김금영⁄ 2024.11.27 10:41:42
매년 연말, 명동의 이곳에서 줄을 서는 풍경이 벌어진다. ‘한국판 타임스퀘어’라고도 불리는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 외관의 대형 전광판에서 인증샷을 찍기 위해서다.
미디어파사드, 신세계스퀘어로 새 단장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5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이 가운데 2014년부터 본점 외벽에 대형 미디어 파사드를 도입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하며 화제가 됐다.
신세계백화점은 미디어 영상으로는 백화점 3사 중 압도적인 규모와 첨단 기술을 자랑한다. 단순 화려한 영상을 선보이는 것뿐 아니라 ‘매지컬 윈터 판타지(Magical Winter Fantasy)’, ‘신세계 극장(SHINSEGAE THEATER: from legacy to fantasy)’ 등 주요 테마를 내세워 한편의 크리스마스 판타지 극과도 같은 영상을 선보여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선보인 신세계 극장의 경우 영상 속 붉은 커튼이 걷히고 성대한 문이 열리면, 금빛 사슴을 따라 상상 속의 크리스마스 세상으로 들어가는 풍경이 나왔다. 여기에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2번과 크리스마스 캐럴을 바탕으로 신세계가 국내 작곡가와 협업해 직접 편작곡한 삽입곡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영상에 카메오로 깜짝 출연한 신세계 대표 캐릭터 ‘푸빌라’를 찾아보는 소소한 재미도 주며 백화점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였다.
올해의 주제는 ‘크리스마스의 순간들을 찾아서’다. 4분여 가량 소개되는 이번 영상은 신세계 본점이 신비로운 크리스마스 성으로 변하고 성에서 생겨난 거대한 리본이 경험하는 크리스마스 장면들을 담았다. 마치 꿈같은 밤하늘에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된 놀이공원, 크리스마스 마을에 펼쳐진 대형 트리 등이 영상 속에 펼쳐진다. 영상의 마지막엔 그 동안의 여정을 이끌던 대형 리본이 ‘마법 같은 연말이 매 순간 함께하길(Holiday Magic in Every Moment)’이라는 문구를 더하며 크리스마스는 물론 연말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까지 전한다.
특히 이번 크리스마스 연출은 신세계가 지난 5월부터 공사한 농구장 3개 크기인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 ‘신세계스퀘어’를 처음 공개하는 장이기도 하다. 신세계는 미디어파사드를 신세계스퀘어로 재단장하며 기존에 약 3년 주기로 교체하는 조립식 철제 프레임 대신, 향후 10년가량 교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구조물을 사용해 폐기물 절감에 나섰다.
신세계는 올해 삼성전자와 함께 신세계스퀘어에 송출되는 영상을 촬영할 때 미세한 깜빡임이 발생하는 플리커 현상 등을 최소화해 한층 생생하고 선명하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초대형 미디어파사드를 본점 외벽에 설치했다. 입체감과 현장감을 표현하는 3D 아나몰픽 기법도 입혀 몰입감을 높였다. 이렇게 탄생한 신세계스퀘어(1292.3㎡)는 지난해(1134㎡)에 비해 약 13% 커졌지만, 효율성 높은 전력 설계 덕분에 동일 면적 대비 최대 35% 가량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세계는 크리스마스 영상 외에도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K-컬쳐,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아트워크 등을 매달 다양하게 선보인다. 11월 한 달간, 마법 기술과 신념의 충돌 속에서 시작된 전쟁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아케인(ARCANE) 시즌 2의 이야기를 담은 3D 아트워크가 신세계스퀘어에서 단독으로 소개된다. 또 신세계와 국가유산청이 착시 원리를 이용해 입체감과 현장감을 표현하는 아나몰픽 기법으로 재해석한 ‘청동용’ 미디어 아트도 만나볼 수 있다.
백화점 내부도 크리스마스 옷 갈아입어
백화점 바깥뿐 아니라 내부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옷을 갈아입었다. 12월까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센텀시티점, 대구신세계 등에서는 연말 분위기에 맞춘 실내 장식과 함께 크리스마스 포토존이 펼쳐진다.
센텀시티점은 지하 2층에 크리스탈 트리와 수십만개 라이츠로 은하수를 연상케 하는 공간으로 연출, 마치 하나의 거대한 환상적인 크리스마스 세상으로 꾸며 연말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대구신세계 5층 더스테이지에서는 크리스마스 선물하면 떠오르는 리본 연출과 함께 화려한 장식의 대관람차, 열기구 등으로 장식해 백화점 방문 자체가 하나의 선물로 느껴질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 대구신세계 8층 루앙스트리트에는 4m 크기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선보이고 크리스마스의 따뜻함을 고객에게 전한다.
강남점은 센트럴시티 1층에 4.5m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들어서며 연말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특히 강남점은 올해 처음으로 내부에 크리스마스 마켓을 마련했다. 강남점 지하 1층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에서 프리미엄 미식 콘텐츠에 호텔급 공간을 갖춘 ‘하우스 오브 신세계’로 이어지는 2500평(약 8200㎡) 공간은 연말 분위기에 맞춰 반짝이는 조명과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앞서 본점 본관 외벽에 공개한 신세계스퀘어 영상 속 환상적인 크리스마스 세상을 그대로 옮겨왔다. 입구는 수백 개의 오너먼트 볼로 꾸몄고, 수직으로 높게 뚫린 중앙 홀에는 반짝이는 열기구 모형 풍선을 띄웠다.
스위트파크 한편에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인 ‘조이 마켓’이 열린다. 아기자기한 상점 골목으로 꾸민 이곳에선 서울 경리단길의 생활 편집숍 ‘보마켓’, 성수동 ‘메이드파니’, 방배동 ‘더빌리지샵(TVS)’ 등 10개 유명 소품 매장이 한데 모여 12월 25일까지 가지각색의 크리스마스 소품을 판매한다.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 ‘포커시스’에서는 스노우볼과 오르골을 선보이고 ‘에르데’에서는 어드벤트 캘린더를 판매한다. ‘더 플라워 편’에서는 연말 플랜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리스(원형으로 엮은 식물 장식물) 등을 선보인다. 이 밖에 캐롤이 흘러나오는 LP와 턴테이블, 홈 파티에 어울리는 테이블웨어 등 연말 분위기를 가득 담은 다양한 소품을 만나볼 수 있다.
보마켓의 크리스마스 엽서 5종과 ‘모머위켄드’의 와인잔 세트, ‘프레젠트모먼트’의 3D 팝업 크리스마스 카드, ‘무드’의 미니 트리 캔들 등 신세계백화점 단독 상품도 6종 선보인다.
인근 상권과도 시너지 효과
신세계는 지속되는 고물가와 위축된 소비심리에도 견조한 매출 신장세를 이어갔다. 신세계의 올 3분기 연결 기준 총 매출액은 2조 7089억 원으로 4% 신장했고, 영업이익은 930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백화점 사업의 3분기 총 매출액은 1조 6877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2.1% 늘어나며 견조한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신세계는 올해 마지막 특수인 크리스마스 대전에서 이런 호조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에만 100만 명에 육박하는 국내외 방문객이 찾은 신세계스퀘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방문객 수는 59% 가량 더 많이 찾았다. 크리스마스 연출 영상을 비롯해 K컬쳐·글로벌 OTT의 3D아트웍 등 콘텐츠가 늘자 체류 시간도 50% 가량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1일 점등식 당일엔 회현역과 명동역 일대가 신세계스퀘어의 첫 시동을 보기 위한 인파로 북적였으며 수많은 SNS 인증 영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신세계 측은 “특히 입체감과 현장감을 표현하는 아나몰픽 기법을 입힌 2024 크리스마스 영상은 고객의 탄성을 자아내며 빛의 거리 명동의 밤하늘을 더욱 화려하게 수놓았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스퀘어는 인근 상권인 명동 관광특구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서울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11월 9~10일 양일 간 순간 최대 인파 기준, 총 10만여 명의 인파가 명동 관광특구 일대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크리스마스 영상이 재생되는 오후 6시는 당일 최대 인파인 4만 2000여 명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늘었다. 11월 1일부터 10일까지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국인 고객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43.5% 신장했다.
고객의 사전 기대감도 높았다. 신세계스퀘어 공개 하루를 앞두고 신세계백화점 모바일 앱에 선공개된 크리스마스와 청동용 등 K컬쳐와 글로벌 OTT 아트웍 콘텐츠 아케인 시즌 2는 이틀 만에 80만 명이 넘는 고객이 접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70% 가량 높은 접속자 수다.
신세계백화점 박주형 대표이사는 “매년 국내외 고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크리스마스 영상을 비롯해 다양한 빛의 향연으로 명동의 세계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