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종양내과 전문의로 환자들과 마주했던 김이랑 온코크로스 대표이사는 종양에 특화된 AI 기술력을 기반으로 난치병 환자와 시장의 요구에 빠른 대응을 가능케 할 신약개발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로 개발된 RAPTOR AI 기술을 통해 '약물 적응증 확장'에 특화한 기업 온코크로스가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김이랑 대표이사는 3일 여의도에서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인공지능을 통한 신약 개발로 어려움에 처한 난치병 환자에게 희망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온코크로스가 이제는 상장까지 앞두고 있다”며, “이번 상장을 계기로 인공지능 신약개발에 앞장설 수 있는 글로벌 AI 신약개발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온코크로스는 2015년 6월 설립되어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RAPTOR AI’를 통해 약물을 분석하여 신약 후보물질이나 기존 개발된 약물에 대한 최적의 적응증을 찾아주고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많은 AI 신약개발 기업이 후보물질 발굴(Drug Discovery) 영역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온코크로스는 약물개발 단계에 전문성을 가지고 임상 단계 이후에 있는 약물의 적응증 확장을 돕는 국내 유일한 기업이다.
통상적으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10~15년, 비용은 1~3조 원 가량이 소요된다. 반면, 온코크로스의 RAPTOR AI는 이미 검증된 약물을 기반으로 한 적응증 확장을 기반으로 한다. 그 결과, 신규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여 개발에 성공했을 때와 이익창출 측면에서 유사한 규모를 갖지만,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차별점을 갖는다. 글로벌 시장에서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미국 AI 신약 개발 기업인 리커전 파마슈티컬즈(Recursion Pharmaceuticals)가 있다.
적응증 확장(Indication Expansion)은 약물의 기존 치료 목적 이외의 질병이나 증상에 대해 추가로 허가받는 것으로, 최근 국내 및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신약 프로젝트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적응증 확장을 통해 블록버스터 약물이 된 약물은 남성 발기부전 약물로 잘 알려진 비아그라(최초 적응증: 심장병 치료), 각종 암 치료제로 전 세계 약물 매출액 1위를 지키고 있는 키트루다(최초 적응증: 흑색종 치료) 등이 있다.
온코크로스의 RAPTOR AI는 양질의 전사체 데이터베이스와 독자적인 전사체 분석 노하우를 기반으로 최적의 약물과 적응증을 도출하는 AI 플랫폼이다. 질병 RNA 데이터를 입력하면 효과가 가장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최적의 후보약물을 도출하고, 약물 RNA 데이터를 입력하면 효과가 가장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적응증을 도출한다. 각 데이터를 통해 병용투여하면 효과가 좋은 약물도 함께 도출된다.
RAPTOR AI는 전세계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팬데믹 시기에 가장 빠르게 약물 후보물질을 발견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 팬데믹 시기에는 승인까지 약 10개월로 기간이 단축되는 만큼 최단 기간 내 약물 발굴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코로나19가 발병되었을 당시, 1,000가지 이상의 약물들이 약물 재창출을 통해 코로나 치료제로 제안되었으나, 극소수의 약물만 승인됐다. 온코크로스는 RAPTOR AI를 통해 단 2개월만에 25,558개의 약물 중 4등으로 렘데시비르를 도출했던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온코크로스는 RAPTOR AI를 통해 IP 권리 없이 서비스만 제공하는 ‘약물평가서비스’와 IP를 공유하는 ‘공동연구개발’ 두 가지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온코크로스는 대웅제약, 동화약품, JW중외제약, 보령 등 다수의 국내 제약사뿐만 아니라 프랑스 4P-Pharma, 스위스 AlphaMol Science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계약을 체결하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JW중외제약과 2022년 3월 첫 계약을 체결한 이후, 올해 4월 후속 계약을 체결하며 후속 계약이 드문 AI 신약개발 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나아가, 온코크로스의 RAPTOR AI는 다수의 제약바이오사들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에버그리닝 전략에 부합한다. 에버그리닝 전략은 특허 만료 후 다수의 제네릭 의약품이 시장에 진입하여 줄어드는 매출을 방어하기 위하여 의약품의 개량 특허를 통해 특허 독점 기간을 연장하는 전략이다. RAPTOR AI를 이용하면 새로운 적응증을 발견하여 빠르게 적응증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에 제약바이오사들의 에버그리닝 전략 니즈를 충족한다. 온코크로스는 현재 보령과 함께 ‘카나브’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를 기반으로 제약바이오사들과의 협업을 늘려 나갈 예정이다.
온코크로스는 적응증 확장을 위한 플랫폼 RAPTOR AI 이외에 원발부위불명암 진단을 포함한 암 조기 진단을 위한 AI 플랫폼 ONCOFIND AI를 개발 중에 있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AI 암 진단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2억 달러에서 2030년에는 약 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온코크로스는 급속도로 성장하는 AI 암 진단 시장에 맞추어 암 조기 진단 및 원발부위불명암 진단을 위한 AI 플랫폼을 개발하여 신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글로벌적으로 4~5개의 기업들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정확도는 70~80% 수준이나, 그보다 높은 정확도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출시 이후 또 하나의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통해 시장 확장을 모색할 계획이다.
온코크로스는 약물평가서비스와 공동연구개발, 진단서비스 등을 3개 주요 매출 부문으로 구분하고, 올해 3분기동안 약물평가서비스에서 4억 원의 매출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올해 총 매출은 1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는 7억원의 해외 매출 신규를 포함해 27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2026년과 2027년에는 각각 85억원, 177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2027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온코크로스는 이번 상장을 통해 142만3000주를 공모한다. 주당 공모희망가는 1만100원~1만2300원으로 총 공모예정금액은 약 144억 원~175억 원이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은 11월 27일~12월 3일까지 5거래일간 진행하고 12월 9일~12월 10일 양일간 일반 청약을 거쳐 12월 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장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 맡았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