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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패스 오브 엑자일 2 “어렵지만 멈출 수 없는 즐거움”

“핵앤슬래시에 액션과 난이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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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86호 정의식⁄ 2024.12.17 11:21:57

패스 오브 엑자일 2 로그인 화면. 사진=문화경제

뉴질랜드의 게임 제작사 ‘그라인딩기어게임즈(GGG)’가 제작하고, 카카오게임즈가 국내에 서비스하는 ‘패스 오브 엑자일 2’가 연말을 맞은 게임계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 7일 글로벌 얼리액세스를 시작해 하루 만에 스팀 글로벌 매출 1위를 기록했으며, 동시접속자 수도 57만명을 넘어섰다. 최근엔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게임을 즐기는 사실을 인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과연 POE2는 어떤 게임이기에 까다로운 전세계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핵앤슬래시 아니다! 핵앤소울!!

패스 오브 엑자일(path of Exile, POE). ‘유배자의 길’로 번역되는 이 게임은 그간 “디아블로 스타일인데 쫌더 어려운 게임”으로 통해왔다. ‘디아블로2’와 유사한 게임성을 가진 많은 게임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성공을 거뒀지만, 그 이상으로 복잡한 게임 시스템 때문에 초보자들에겐 진입 장벽이 높은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패스 오브 엑자일 2(path of Exile 2, POE2)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동안의 POE는 ‘순한 맛’이었다는듯 신작 POE2는 ‘매운 맛’을 단단히 보여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핵앤슬래시’가 아니라 ‘핵앤소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캐릭터 선택 화면. 선택된 캐릭터만 살아남는다. 사진=문화경제

‘핵앤슬래시(Hack and Slash)’는 말 그대로 다수의 적들을 다양한 스킬로 학살하는 게임방식을 지칭한다. 디아블로 시리즈가 이 분야의 대표작이고, POE도 그간 이 장르에 속해있었다. 반면, ‘소울(Soul)’은 ‘다크소울’, ‘데몬소울’ ‘엘든링’ 등 액션 게임 중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게임들을 지칭하는 ‘소울라이크(Soullike)’에서 따온 말이다. 핵앤슬래시의 특성을 가졌지만, 난이도가 심각하게 높다는 의미다. 양립하기 어려울 것 같았던 두 장르를 하나로 통합한 게임. 그것이 POE2인 셈이다. 개발사 측은 이를 ‘액션슬래시’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POE2의 이런 특징은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드러난다. 게임을 실행하고, 캐릭터를 선택한 후 맨처음 도착하는 해변가는 1편의 시작 포인트와 유사하다. 이전보다 더 어두워진 배경에서 잡몹(Mob)들을 잡아가다보면 1편과 마찬가지로 첫번째 보스를 만나게 된다. 문제는 이 보스의 난이도가 생각보다 높다는 것. 1편의 보스 ‘힐록’이 그냥 피통(Health Point, HP)만 큰 느려터진 보스였다면, 2편의 첫 보스 ‘불어터진 방아꾼’은 유사하지만 공격력과 스킬이 한층 강화된 보스다. 심지어 졸개들까지 소환한다. 아차하다보면 캐릭터가 죽어있기 십상이다.

 

첫번째 보스. 튜토리얼 보스답지않게 난이도가 높다. 사진=문화경제

사실 기자는 POE를 나름 오랫동안 즐겨온 게이머로서 힐록을 수도없이 많이 잡아봤지만, 죽어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2편 첫 보스에게 죽은 스트리머들이 많다고 들었지만 그래도 조심하면 안죽을 줄 알았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여러 캐릭터를 키우는 동안 모든 캐릭터가 1번 이상 죽음을 맛봐야 했다. 그나마 2트에서는 모두 성공했으니 체면치레는 했달까.

이후 마을로 들어가면 1편과 유사한 여러 퀘스트를 받고, 유사한 느낌의 필드에 나가서 유사한 느낌의 필드 보스들을 잡게 된다. 문제는 이 단계에서도 난이도가 심각하게 높다고 느껴진다는 점이다.

 

게임의 기본적인 인터페이스. 1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진=문화경제

1편에서는 필드의 정예 몹들이 약간 귀찮은 몬스터이자 경험치 제공자에 불과했다면, 2편의 정예 몹들은 거의 ‘보스’에 가까운 난이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잠시만 방심하면 정예 몹에 한방 맞아 피가 확 줄거나, 주변 몹들에게 포위돼 다구리당해 시체가 되기 일쑤다. 1편에서처럼 한가한 느낌의 핵앤슬래시 게임은 이제 더이상 즐길 수 없다. 이쯤되면 게임의 장르 자체가 바뀌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액트1의 최종보스 ‘지오너 백작’은 1편의 엔드게임 단계 최종 보스들이었던 ‘엘더’나 ‘사이러스’ 이상의 난이도를 보여준다. 정신없이 ‘구르기’로 회피하며 패턴을 차근차근 돌파하지 못하면 클리어가 쉽지 않다. 대화창에 연신 “백작 잡아주실 분”이라는 요청글이 올라오는 이유다.

1편과 같은 세계관, 다른 게임

이쯤되면 POE2는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게임인가 싶어진다. 하지만 반전이 있다. 채팅창은 게임이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유저들은 여전히 늘고 있고, 커뮤니티도 다양한 빌드와 아이템 거래로 달아오르고 있다. 유튜브, 트위치의 여러 스트리머들도 찬양 일색이다. 이유가 뭘까?

어려워진 난이도가 묘한 도전 욕구를 유발하고, 클리어했을 때 짜릿한 성취감과 중독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전처럼 맵을 쓸면서 지나가는 재미는 느끼기 어려워졌지만, 그 대신 정예몹이나 보스 하나하나를 잡을 때마다 느껴지는 성취감이 이전의 몇배에 달한다.

또, 스페이스바를 활용한 구르기 기능은 잠시도 사용을 멈출 수 없는데, 이 기능 덕분에 1편과는 전혀 다른 ‘콘솔 액션 게임’을 즐긴다는 느낌이 든다. 몹과의 거리나 방향, 이동속도, 전・후진 등의 상황에 따라 공격과 회피 판정이 다르게 이뤄지는 점도 게임에 한층 더 몰입하게 하는 요소다. 여러 스킬을 조합하고, 타이밍을 잘 맞춰가며, 미세 컨트롤을 이어가야만 짜릿한 몰살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POE 특유의 복잡한 패시브 트리도 1편과 유사하다. 사진=문화경제

그리고, 어느 정도 캐릭터의 성장이 이뤄지면, 1편과 유사한 핵앤슬래시의 장점도 느낄 수 있게 되며, 엔드게임 단계에 이르면 1편과 별 차이없는 수준의 강대한 캐릭터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다만, 이 단계까지 도달하는 유저의 수가 이전처럼 많지는 않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POE2는 기존 POE 유저의 입장에서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기존의 게임성을 답습하는 대신 과감한 모험을 선택, 새로운 재미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의 좋은 예인 셈이다.

 

냉기소서는 언제나 강력하다. 사진=카카오게임즈

다만, 아직 완성된 게임은 아니고,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새로 도입된 WASD 키보드 조작과 게임 컨트롤러 조작이 익숙하지 않아서인 것 같기도 하지만, 뭔가 낯선 조작감에 적응이 힘들고, 필드는 지나치게 넓으며, 아이템 드롭율도 지나치게 낮은 감이 있다. 여러번 죽어가며 어렵게 잡은 보스가 매직 아이템 두어개만 던져줄 때는 조금 짜증이 났다. 

물론, 이런 문제들은 정식 버전이 나올 때쯤이면 대부분 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POE는 다른 어떤 게임보다 시즌 업데이트를 제대로 운영해온 게임이기 때문이다.

<문화경제=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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