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1호 정의식⁄ 2025.02.25 15:12:26
글로벌 분쟁 격화로 ‘K-방산’이 크게 약진한 2024년 KAI(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 강구영)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한 성적표를 내놔 우려를 키웠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KAI의 지난해 실적이 걱정할 수준은 아니며, 오히려 2025년에 한층 성장하는 모멘텀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AI는 2024년에 매출 3조 6337억 원, 영업이익 2407억 원 당기순이익 1709억 원의 잠정실적(연결기준)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4.9%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도 2.8% 줄었다.
국내사업과 기체구조물 사업 매출이 각각 전년 대비 8.3%, 5.6% 상승했음에도 전체 매출이 전년보다 줄어든 건, 완제기 수출 분야에서 2023년 폴란드 FA-50GF 12대 납품 영향이 컸던 때문으로 분석됐다. 2023년의 이례적인 성과로 인해 지난해엔 기저효과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반면, 수주는 4조 9022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5.73%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완제기 분야에서 수리온 첫 수출 쾌거를 달성한 데 이어, 기체구조물 분야에서도 ‘eVTOL Pylon’과 ‘B-737MAX’ 미익 등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주 실적이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2024년 말 기준 수주 잔고는 지난해 대비 약 2조 9000억 원이 증가한 24조 7000억 원대로 집계됐다.
최근 KAI는 2025년에 수주와 매출 규모를 대폭적으로 늘리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지난 7일 공개된 2025년 경영 목표 가이던스에 따르면, KAI는 2025년 수주와 매출을 전년보다 각각 72.6%, 13.6% 상승한 8조 4590억 원과 4조 870억 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KAI가 이처럼 과감한 목표치를 제시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FA-50, 필리핀·말레이시아 추가 공급 가능성↑
첫째는 ‘FA-50 파이팅 이글(이하 FA-50)’의 높은 인기다. FA-50은 고등훈련기 ‘T-50 골든이글’을 개조한 초음속 다목적 경전투기로, 높은 가격 경쟁력과 다목적성에 힘입어 필리핀, 폴란드, 말레이시아 등에 수출되는 성과를 거뒀다.
먼저, 지난 2014년 KAI는 필리핀 국방부와 4억 2000만달러 규모의 FA-50PH 12대 공급 계약을 체결, 2015년부터 2017년 사이에 납기를 완료했는데, 이후 필리핀 공군의 핵심 전력으로 운용되며 반군 공습 등 실전에 투입돼 명성을 높였다. 특히 2023년 3월에는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직접 탑승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KAI와 외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 국방부는 최근 FA-50 도입과 관련한 ‘협상 운영 세칙(TOR)’을 공식 승인했다. 이로써 상반기 안에 약 1조 원(400억 페소) 규모의 FA-50 12대 공급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뿐만이 아니다. 2022년 폴란드 정부와 체결한 총 48대 도입 계약은 높아가던 ‘K-방산’의 위상에 화룡점정을 찍은 쾌거로 기록된다. 2023년말까지 총 12대를 납품하고, 2028년까지 나머지 36대를 납품하는 총 30억 달러(약 4조 1770억 원) 규모의 대형 계약이었다. 이후 KAI는 2023년 말까지 초도 납품을 완료했으며, 이 전투기들은 이후 폴란드-벨라루스 국경 평시 초계임무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엔 말레이시아 공군이 FA-50M 18대를 구매했다. 약 9억 2000만 달러(한화 1조 3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로 말레이시아 역대 국방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여서 화제를 모았다. KAI는 지난해부터 FA-50M 양산에 돌입, 2026년부터 순차적으로 납품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말레이시아는 2차로 18대의 FA-50을 추가 도입할 계획이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 군 고위 관계자들이 KAI 사천 본사를 찾아 양산 중인 FA-50M 생산 라인을 참관했다. 이 자리에서 2차 도입 계약과 관련된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FA-50은 아시아, 유럽의 주요 국가에서 공군의 핵심 주력기로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중동 국가들과도 계약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필리핀, 말레이시아와 추가 수출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KF-21 추가 계약 및 수리온 수출 ‘물망’
KF-21 보라매는 F-4팬텀, KF-5 제공호 등 공군의 노후 전투기 대체를 위해 개발된 ‘한국형 차세대 초음속 4.5세대 전투기’다. 2015년부터 시작된 KF-21 체계개발 사업은 KAI와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을 주도해왔다.
KF-21은 오는 2026년 6월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대한민국 공군에 배치될 예정인데, 1차 구매 물량은 약 120대로 예정됐다. 2024년부터 2028년까지 40대를 양산해 공군에 실전배치하는 블록1과 2029년부터 2032년까지 80대를 배치하는 블록2로 구분된다.
KAI는 지난해 6월 방위사업청과 1조 9600억원 규모의 KF-21 최초 양산계약을 체결했다. KF-21 총20대 납품과 기술교범·교육 등 후속군수지원이 포함된 계약이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방위사업청과 한국형 전투기 KF-21 최초양산 항공기에 대한 성과기반 군수지원(PBL) 계약을 총 1243억원 규모로 체결했다.
최초 양산될 20기에 대한 납품은 내년 3분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KF-21 관련 매출도 1조원 이상 발생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올해는 블록1 나머지 물량인 20대 수주 계약과 중동 및 남미 국가로의 수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지난해 말 국산 헬기로는 첫 해외수출 계약이 성사된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도 올해 KAI의 수주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KAI는 지난해 12월 이라크 정부와 약 1억 달러(한화 약 1358억 원) 규모의 수리온 2대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는 UAE(아랍에미리트) 수출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KAI 강구영 사장은 “지난해는 미래사업을 본격 착수하고 기체구조물 사업의 수주 다변화와 수리온 첫 수출을 달성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인정받은 한 해였다”며 “2025년에는 지난 40년간 축적한 개발 기술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공격적인 수출시장 개척을 통해 KAI 성공 DNA를 증명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