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는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의 책 ‘한동훈의 선택 - 국민이 먼저입니다’의 내용 중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행정부까지 장악하면 사법부 유죄 판결을 막으려 계엄이나 처벌 규정 개정 같은 극단적 수단을 쓸 수 있다”는 내용이 있어 여러 언론이 이를 기사화했습니다.
이런 책 내용과 기사화에 대해 이 대표는 26일 “개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반박했지요.
그런데, 이 대표의 과거 발언 중에는, 한 대표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듯한 깜짝 놀랄 만한 발언이 있습니다. 그는 지난 2021년 9월 24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180회에 출연해 “저는 빈말 안 하거든요. 저를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군요. 저, 진짜 말한 대로 하거든요. 쏠 때는 반드시 실탄으로 쏴야 합니다”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말한 대로 실행함을 강조하기 위해서지만 12.3 내란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인들 입장에서는 그의 “나는 하면 실탄으로 한다”는 발언은 소름이 끼칠 만도 합니다.
한 전 대표는 장래의 이재명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막으려’ 계엄 같은 극단적 수단을 쓸 수 있다고 썼습니다. 자기 개인의 행복(죄를 짓고도 죗값을 치르지 않는)을 위해 계엄을 동원할 거란 예상이지요. 이런 예상은 과연 얼마나 타당한지, 즉 합리적 근거를 동원한 과학적 예상인지를 점검하는 게 다음 순서가 되겠습니다.
인사조직 전문가인 최동석 박사는 “사람은 안 변한다”고 자신의 유튜브 강의에서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사람은 안 변한다”는 말은 누구나 쉽게 하는 말이지만, 과학적으로도 증명됐다는 말입니다. 10대, 20대에 형성된 성격이 대개 평생 간다는 것입니다.
‘행적을 봐야 미래가 보인다’가 과학
사람은 안 변하기 때문에 어떤 인물이 장래 어떤 일을 할지는 과거 그의 행적을 점검해보면 알 수 있다는 게 바로 최 박사가 전공한 인사조직론의 결론입니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이 평화시 친위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은, 그의 과거 행적을 조사하면 꽤 높은 확률로 맞출 수 있겠습니다.
우선 2017년으로 돌아가보지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완료되고 조기 대선이 열을 뿜던 1월 23일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은 경기도 성남시의 오리엔트시계 공장에서 출마 선언문을 낭독했고, 그 중 한 대목입니다.
“잘 사는 것이 저의 행복이기 때문에 저는 저의 행복을 위해 싸웠을 뿐입니다. 저의 판단과 행동과 정책은 제 삶의 경험과 가족과 이웃의 현실에서 나옵니다. 약자의 희생으로 호의호식할 수 없었고, 빼앗기지 않고 누구나 공정한 환경에서 함께 사는 것이 저는 행복이라고 믿었습니다. 저의 행복을 위해 싸웠던 제 삶만큼이나 앞으로도 모든 사람이 행복한 세상을 위해서, 앞으로도 싸워나갈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의 약속은 제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일 뿐 누군가를 위하여, 누군가에게 하는 제안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 약속은 거짓일 수도 없고 포기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저의 다짐인 제 약속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반드시 지켜질 것입니다. (중략) 저는 압니다. 적폐 청산, 공정국가 건설이라는 저의 꿈이 곧 국민 여러분의 꿈이라는 것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저는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국민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이재명과 함께해줄 것을, 국민의 꿈이자 이재명의 꿈인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꿈을 함께 만들어갈 것을 믿습니다.”
자신이 행복을 느낄 때는 ‘약자의 희생으로 호의호식’할 때가 아니라 ‘공정한 환경에서 모두 함께 잘 사는 것’이기 때문에 그걸 추구했다는 말입니다.
행복을 느끼는 기준이 정치인마다 다르다?
남의 행복이 내 행복이 되는 상태가 가능할까요? 다른 사람은 나보더 조금 더 불행해야 내가 행복해지는 거 아닌가요?
심리학자 김태형(심리연구소함께 소장)은 그래서 정치인을 두 가지로 나눕니다. 대중의 행복에 중점을 두는 공익 추구형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나 자신의 행복에 중점을 두는 사익 추구형 정치인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김 소장은 이재명을 대표적인 공익 추구형 정치인으로 꼽습니다.
김 소장은 저서 ‘이재명의 스피치’에서 공익 추구형 정치인의 특징으로 “① 권력을 잡기 위해 뭔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하기 위해 권력을 필요로 한다, ② 개인적 손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③ 대중과의 접촉과 소통이 활발하다, ④ 국민에 대한 연대감이 강하다”는 점을 꼽습니다.(169~170쪽)
이 네 가지 사항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①번과 ②번일 겁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 그리고 앞으로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이른바 잠룡들 중 상당수는 ‘대통령이 돼야 할 수 있는 일’보다는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더 탐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대통령이 돼야 할 수 있는 일’에 중점을 둔 정치가들은 대통령이 되면 많은 일을 벌입니다. 하고픈 일이 많아서 대통령이 되고자 했으니 일단 청와대에 입성하면 미친 듯이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지요. 반면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탐한 대통령들은 청와대 입성 전까지는 분주하지만 일단 청와대에 들어가면 조용해집니다. 일생의 목적을 ‘이미’ 달성했으니 더 이상 분주할 필요가 없지요. 대통령이 된 뒤 낮잠을 많이 잤거나, 출근을 게을리 한 대통령들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습니다.
2017년에 이재명 대선 후보가 한 연설은, 연설문이기에 자신의 속마음까지 드러내지 않은, 즉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늘어놓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더 옛날로, 아예 이재명이라는 개인의 어렸을 적 일기장으로까지 들어가보지요.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 - 이재명의 일기를 조정미가 읽고 쓰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조정미 작가가, 이재명이 1979~1988년, 즉 15~24살 때 쓴 일기장을 들여다보며 정리한 책입니다.
24살 청년 이재명의 일기에 나오는 내용들
일기장의 끝부분에는, 검정고시 출신이면서도 사법고시에 합격한 그가 장래 판-검사를 할 것인지, 아니면 성남시의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인권 변호사로 활동한 것인지를 고민하는 일기 내용이 나옵니다.
“특히나 몇몇(사법연수원 동기생들 중 일부)의 노골적인 멸시 태도를 보면 혐오감에 이어 자책감이 생기지 아니하는 것은 아니나, 오히려 그런 자들의 행태를 보고 나의 사고와 행동을 반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생각도 든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보다는 인간적인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사람이 되어야지 명사나 권력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 1987년 4월 28일 일기
“집안 사정을 생각하면 (판사 또는 검사로) 임용받는 것이 나의 바른 처신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팽개치고 그런 소아적인 망상에 사로잡혀 사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 1988년 4월 24일 일기
“수없이 많은 사람이 나의 지식과 자격을 필요로 한다. 역사가, 민족이, 노동자가, 핍박받고 가난한 민중이 나를 필요로 하고 있지 아니한가?” - 1987년 7월 14일 일기
“나는 성남 지역의 사랑받는 변호사가 될 것이다” - 1988년 5월 19일 일기
찢어지게 가난한 자신의 집안 처지를 생각하면 판-검사로 임용돼 집안 형편을 펴는 게 맞는 듯도 하지만, “법복을 입고 있는 모습은 나에겐 영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어색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는 그의 회상대로, 인권 변호사로서의 자신이 스스로에게 더 편하기에, 가족을 속여가면서까지(“사법연수원 성적이 안 돼 판-검사로 임용되지 못한다”는) 그는 인권 변호사가 됐습니다. 24살 새파란 청년의 일기장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국민 행복과 비상계엄
한동훈의 책 얘기로 돌아가, 장래의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죗값을 치르지 않기 위해, 평화시에 무장 군인을 동원하는 비상계엄을 할 가능성이 있을까, 없을까? 그가 진정으로 ‘대중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라고 느끼는 공익 추구형 정치인이라면 국민들이 불행해질 친위 쿠데타를 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아마 최동석 박사는 ‘과거 이재명의 행적을 토대로’ 판단을 내릴 것입니다.
반대로 ‘계엄령을 내려야만 국민이 편안해질 것’이라고 판단된다면(사변이나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겠지요),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의 행복을 위해’ 계엄령을 내릴 것이라는 예상도 마찬가지로 할 수 있겠지요.
따라서 한동훈 전 대표의 ‘자신에 대한 유죄 판결을 막으려 계엄을 일으킬 것’이라는 걱정은, 인사조직론적으로도, 심리학적으로도 근거가 너무 빈약한 주장은 아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