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안티에이징(Anti-aging)’ 트렌드가 식품·뷰티업계를 휩쓸었다. 하지만 이젠 노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아름답게 나이 먹는 방향을 고민하는 ‘슬로우에이징(저속노화·Slow-aging)’ 시대가 왔다. 이에 각 업계 또한 슬로우에이징 트렌드에 발 빠르게 올라타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건강빵의 새로운 기준’…파리바게뜨의 ‘파란라벨’
‘식사대용 건강간식’…롯데웰푸드의 ‘컴포트잇츠이너프’
먼저 슬로우에이징에 가치를 둔 브랜드 론칭이 대표적이다. SPC 파리바게뜨는 프리미엄 브랜드 ‘파란라벨’을 2월 말 론칭하고, 전국 3400여 개 매장을 통해 건강빵 대중화에 나섰다.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열풍과 신체 노화 속도를 늦추는 슬로우에이징 트렌드에 주목해 선보인 브랜드다.
파란라벨은 ‘건강빵의 새로운 기준’을 슬로건으로 파리바게뜨의 발효 기술과 엄선된 원료를 기반으로 ‘밥만큼 든든한 빵’을 선보이는 걸 목표로 뒀다. 브랜드명에 ‘파란(Blue)’과 고급 제품라인에 활용되는 단어 ‘라벨(Label)’로 파리바게뜨의 정체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파란라벨의 제품들은 ‘맛과 영양의 최적 밸런스’를 모토로 삼았다. 그동안 건강빵들은 식감이 거칠고 맛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어 시장이 크게 성장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SPC그룹 허영인 회장이 원천 기술 확보와 기초 소재 연구를 위해 설립한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는 이러한 편견을 깨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핀란드 헬싱키 대학교와 함께 한국형 노르딕(Nordic, 북유럽) 건강빵 개발을 위한 산학공동연구를 진행했다. 북유럽 빵은 호밀·귀리 등의 통곡물을 활용해 식이섬유를 비롯해 비타민·무기질 및 항산화 성분이 높아 건강 유익성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PC그룹은 4년여 간의 연구 끝에 통곡물 발효종인 ‘SPCx헬싱키 사워도우’와 ‘멀티그레인(통곡물) 사워도우’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의 자연에서 발굴해 상용화된 제빵용 효모 ‘토종효모(2016년)’, 국제 특허를 받은 토종효모와 토종유산균의 혼합 발효종 ‘상미종(2019년)’에 이어 세 번째 개발된 SPC그룹의 차세대 발효 기술이다. 발효 과정에서 통곡물 빵의 거친 식감을 개선하고 장시간 부드러움과 촉촉함을 유지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SPCx헬싱키 사워도우는 호밀을 주원료로 SPC 특허 미생물(효모 1종, 유산균 4종)을 혼합해 통곡물 빵 발효에 최적화시켰다. 멀티그레인 사워도우는 통밀·호밀·귀리·아마씨 등 7가지 통곡물과 씨앗에 특수 발효 공정과 고온·고압 기술을 적용해 제빵 과정에서 곡물의 입자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파란라벨은 이렇게 개발된 발효종을 사용해 만든 노르딕 베이커리 4종을 비롯해 고단백, 저당, 고식이섬유 등 영양성분을 강화한 프리미엄 베이커리 제품 총 13종을 선보였다. 파란라벨 제품엔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각광받고 있는 고대밀 ‘스펠트밀’도 사용했다.
대표 제품인 노르딕 베이커리는 ▲저온에서 천천히 발효한 빵을 전통방식의 돌오븐에 구운 ‘쫄깃담백 루스틱’ ▲해바라기씨, 검정깨, 참깨 등 통곡물을 넣은 ‘멀티그레인 호밀빵’ ▲통밀, 보리, 호밀 등 통곡물을 넣은 ‘통곡물 깜빠뉴’ ▲크랜베리와 통곡물을 넣은 ‘크랜베리 호밀 깜빠뉴’ 등이다.
샌드위치 4종도 선보였다. ▲통밀, 보리, 호밀, 귀리가 들어간 통곡물 빵에 시저치킨과 계란이 들어간 ‘치킨에그 통곡물 샌드위치’ ▲해바라기씨, 검정깨, 참깨 등 통곡물을 넣은 호밀빵에 리코타치즈와 바질소스, 루꼴라가 어우러진 ‘바질 리코타 호밀 샌드위치’ ▲호밀빵에 넣은 참치와 채소가 어우러진 ‘튜나 호밀 샌드위치’ ▲모닝롤에 양배추 샐러드와 치킨 야채 토핑을 넣은 ‘야채 샐러드롤’ 등이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파란라벨은 빵을 더 건강하면서도 맛있게 즐기고자 하는 고객의 바람을 실현시키기 위해 80년간 축적된 제빵기술과 R&D(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선보인 브랜드”라며 “파란라벨을 통해 건강빵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누구나 빵을 밥처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웰푸드는 2월 영양강화&식사대용 제과 브랜드 ‘컴포트잇츠이너프(ComfortEatsEnouF)’를 론칭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한국인 8명 중 1명 이상(13%)이 과자나 초콜릿 등 스낵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식사의 스낵화’ 바람이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식품업계는 건강을 유지하고 신체의 노화를 늦추기 위해 통곡물, 채소 등으로 식사하는 슬로우에이징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이와 같은 동향을 일찌감치 파악해 간편하면서도 균형 잡힌 먹거리를 컴포트잇츠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건강한 하루를 꾸리는 사람들을 ‘라이프 퍼포머’로 정의했다. 이어 관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컴포트잇츠이너프를 론칭했다.
함께 출시한 ▲베이크드쿠키 ▲토스티드브레드 ▲골든츄이바 ▲큐브케이크 ▲쉐이크밀 ▲클래식보리밀 등 6종의 신제품은 통곡물과 국내산 압착보리를 주원료로 해 단백질과 식이섬유 함유량은 높이고 당과 포화지방, 나트륨은 줄인 것이 특징이다.
롯데웰푸드는 컴포트잇츠이너프 론칭을 기념해 브랜드 모델로 배우 고민시를 발탁하고 광고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다.
‘파란라벨’ 제품 7종, 출시 한 달 만에 120만 개 팔려
‘컴포트잇츠이너프’, 론칭 50일 만에 누적 200만 봉 판매 돌파
슬로우에이징에 초첨을 맞춘 브랜드 론칭은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파리바게뜨의 파란라벨 제품 7종은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 120만 개를 돌파했다.
롯데웰푸드의 컴포트잇츠이너프 또한 론칭 50일만에 누적 200만 봉 판매를 돌파했다. 브랜드 모델 배우 고민시와 함께 한 디지털 광고 영상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화제를 끌며 누적 조회수 1000만회를 넘어섰다.
마케팅은 보다 확대될 계획이다. 파리바게뜨는 파란라벨 건강빵 4종(단백질 로만밀 식빵, 홀그레인 오트 식빵, 고식이섬유 통밀 식빵, 고단백 곡물롤)과 샌드위치 2종(튜나 호밀 샌드위치, 야채 샐러드롤)을 4월 초에 추가로 선보인다. 또한 파란라벨을 보다 알리기 위해 친환경 생활용품 ‘실리팟’과 손잡고 첫 번째 굿즈로 ‘실리콘 지퍼백 세트’를 출시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20만 개를 돌파한 파란라벨에 대한 고객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파란라벨 제품을 더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굿즈를 준비했다”며 “파란라벨은 건강빵이 맛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차별화된 맛과 식감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 파란라벨 라인업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웰푸드는 컴포트잇츠이너프를 더 많은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간다. 젊은 직장인이 밀집해 있는 공유 오피스 ‘패스트파이브’에서 4월 13일까지 샘플링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며, SNS와 연계한 제품 증정 이벤트인 ‘오피스 어택’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향후에도 다채로운 마케팅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확대할 예정이다.
여기에 ‘헬스&웰니스’ 영역에서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브랜드까지 지속 선보이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식물성 디저트 브랜드 ‘조이(Joee)’ ▲당류에 대한 걱정을 덜어낸 무설탕·무당류 디저트 브랜드 ‘제로(ZERO)’ ▲단백질 전문 브랜드 ‘이지프로틴’ ▲건강 지향 소재를 강화한 간편식 브랜드 ‘식사이론(Theory of SICSA)’ 등을 잇달아 론칭했다.
최근엔 단백질 기반의 균형 영양식 브랜드 ‘파스퇴르 단백질+(플러스)’를 론칭했는데, 3월 24일 롯데홈쇼핑 ‘김나운의 라라쇼(RARA SHOW)’에서 전체 매진 기록을 세웠다. 약 1시간 만에 주문금액 기준 약 4억 원을 돌파하고, 방송 종료 5분을 남겨두고 매진됐다.
파스퇴르 단백질+(플러스)는 근육량을 키워 체중과 체형 관리에 집중하는 젊은 세대부터 슬로우에이징 식단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중장년층까지 겨냥해 론칭한 브랜드다. 롯데웰푸드는 향후 슬로우에이징 트렌드에 맞춰 파스퇴르 단백질+를 포함해 헬스&웰니스 요소가 적용된 생애주기별 영양 설계 제품 포트폴리오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향후 지속적으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 소비자의 먹거리 선택권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