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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세계百, 첨단기술·아날로그 넘나드는 ‘감성’과 ‘감상’의 공간으로”

신세계스퀘어 크리스마스 영상 연출한 유나영 신세계백화점 VMD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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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25.11.21 10:18:44

유나영 신세계백화점 VMD 담당. 사진=김금영 기자

오후 5시. 해가 점점 저물면 명동은 더 환하게 불을 밝힌다. 그리고 그 환한 불빛을 보기위해 추운 날씨 속에서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들고 줄을 선다. 서울의 연말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 잡은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 풍경이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외벽에 설치된 1353.64㎡ 규모의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 ‘신세계스퀘어’에 크리스마스 미디어 아트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과거엔 건물 외벽에 단순한 조명 장식을 꾸렸다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배치했고, 2019년부터는 건물 외벽을 본격 스크린화하면서 현재의 신세계스퀘어 연출이 자리를 잡았다.

매일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볼 수 있는 신세계의 크리스마스 미디어 아트는 거리를 오가는 시민을 비롯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모두가 ‘행복이 가득한 연말’을 보내길 소망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 크리스마스 연출의 주역인 유나영 신세계백화점 VMD 담당을 18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만났다. 신세계백화점의 자주 편집 매장과 브랜드의 VM을 맡아온 유 담당은 2016년부터 신세계백화점 전체의 연출을 담당했고, 2018년부터 본격 크리스마스 연출을 주도해왔다. VMD는 ‘VISUAL MERCHANDISER(비주얼 머천다이저)’의 약자로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 공간을 연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 유 담당을 비롯해 11명의 팀원들이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신세계스퀘어의 크리스마스 미디어 아트가 명동의 밤을 밝히고 있다. 사진=신세계백화점

- 지난 7일 ‘시간을 잇는 마법의 세계’ 주제의 크리스마스 미디어 아트 영상을 신세계스퀘어에 공개했습니다. 어떤 영상인가요?

“신세계는 매년 색다른 테마의 크리스마스 영상을 선보여 왔는데요. 올해는 특히 신세계의 헤리티지를 담은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올해는 신세계가 헤리티지관을 개관하며 명동 일대를 쇼핑·문화 복합공간으로 만드는 ‘명동타운’을 형성한 특별한 해거든요. 여기에 자부심도 있고요. 그래서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 판타지까지 넘나드는 신세계의 헤리티지를 사람들에게 보다 널리 알리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연말의 추억도 선물하고 싶어 아름다움의 정수를 한껏 감상할 수 있는 비주얼을 만드는 데 신경 썼습니다.”

- 영상은 총 3분여 가량으로 구성됐죠. 숏폼 등 짧은 영상이 유행하는 트렌드 속 다소 길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영상이 길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게끔 특히 신경 쓴 부분은?

“지난해 영상은 약 3분 50초 정도였는데요. 여러 시도를 거친 결과, 3분 20~30초 내외가 가장 적절하더라고요. 그보다 짧으면 아쉽게, 길면 지루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었어요. 이 시간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이야기를 구성해보고자 했어요.

영상 시작에서 신세계 대표 캐릭터 ‘푸빌라’가 사람들을 맞이하고, 연말 즐거운 파티 분위기 속 주얼리와 디너 테이블의 화려함이 이어지죠. 이후 금빛 불빛 속 거대한 선물상자가 열리고, 화려한 불꽃놀이까지 신세계스퀘어 화면을 가득 채워요. 영상의 마지막은 연말의 행복을 소망하고, 놀라움이 가득하길 바라는 메시지(Wonder all the way)가 장식합니다.

이 각각의 이야기들을 약 15~30초씩 구성해 연결시켰어요. 그 이음새엔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코끼리를 활용했고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존재가 깜짝 등장해 놀라움을 주는 동시에 거대한 코끼리가 지닌 웅장함, 또 생명체가 지닌 정감의 힘까지 표현했습니다.”

 

신세계스퀘어에서 상영되는 크리스마스 미디어 아트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신세계백화점

- 화려한 영상과 더불어 흘러나오는 음악의 존재감도 상당한데, 어떤 과정을 거쳐 작업했나요?

“보는 영상 못지않게 듣는 음악 또한 매우 중요해요. 영상의 품격과 몰입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단순 크리스마스 캐럴을 쓰는 게 아니라, ‘클래식 기반의 크리스마스 음악’을 모티브로 두고 매년 창작하고 있어요. 올해엔 체코 필하모닉과 협업했습니다. 60여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크리스마스 캐럴과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모티브로 재해석한 연주를 체코 드보르작 홀에서 직접 녹음했습니다.”

- 올해 크리스마스 연출 준비 과정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2월부터 영상 콘셉트 기획에 들어갔어요. 이때 세 가지 옵션을 만들고, 풀 스토리를 짜는 과정을 거쳐요.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약 1분 길이의 짤막한 영상도 만들어보고요 여름부터 본격 영상 작업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요.”

 

유나영 신세계백화점 VMD 담당은 "올해 신세계의 폭넓은 헤리티지와 동시에 아름다움의 정수를 한껏 감상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드는 데 신경 썼다"고 말했다. 사진=김금영 기자

- 준비 과정에서 영감을 받았던 콘텐츠나 장소가 있다면?

“특히 올해 신세계스퀘어 크리스마스 영상은 착시 원리를 이용하는 ‘아나몰픽’ 기법을 적극 구현해 입체감과 현장감을 더 높였는데요. 신세계와 국가유산청이 지난해 청룡의 해를 기념해 협업했던 ‘청동용’ 미디어 아트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연못에서 출토되는 청동용의 모습을 미디어 아트로 구현해 K컬쳐를 알리는 프로젝트였는데요. 정말 현실세계로 튀어나온 듯한 그 생동감이 크리스마스 연출에서도 돋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밖에 도쿄 신주쿠 대형 전광판에 노출됐던 루이비통과 일본의 설치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협업 영상도 인상적이었고요.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 이태원에서 폴로 베어를 3D로 구현한 랄프 로렌의 디지털 옥외 캠페인도 흥미롭게 봤습니다. 평소 다양한 글로벌 하이엔드 브랜드 광고 등을 꾸준히 보면서 영감을 얻고 있어요.”

- 준비 과정에서 애로사항은 없었나요?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되면 5월부터 영상 작업에 돌입하면 되는데요. 7월에 전체 콘셉트가 갈아엎어졌어요. 더 재미있는 요소를 넣어 고객에게 만족을 주고 싶은데, 애초 기획한 콘셉트 에서는 디테일한 부분을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거든요. 그럼에도 정해진 기간은 꼭 지켜야 하기에 팀원들과 머리를 싸매고 4개월을 그야말로 쏟아 부었어요.”

 

신세계스퀘어의 크리스마스 미디어 아트 영상은 화려한 비주얼이 특징이다. 사진=신세계백화점

- 그렇게 완성된 영상을 본 소회는?

“저 또한 감상하는 관점에서 봤는데요. 굉장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어요(웃음). 그런데 보면 볼수록 ‘더 많은 장면을 넣을걸’, ‘더 다채롭게 펼칠걸’ 아쉽기도 했고요. 항상 어떤 일이든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주변에서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아 뿌듯하기도 했어요.”

- 특히 기억나는 피드백은?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영상에 달린 댓글인데요. 내일 모레 50세라는 한 고객이 ‘어린 시절 이맘때면 성탄절을 기다리며 늘 설렜는데, 그 설렘을 오래 잊고 살다가 영상을 보고 다시 설렘에 눈물을 흘렸다’며 고마움을 표하는 내용이 기억에 남아요. 이런 댓글들을 보면 뿌듯하고 그간의 고생이 사라지는 느낌이에요.”

 

신세계스퀘어 크리스마스 미디어 아트 영상에서도 존재감을 뽐내는 '푸빌라' 조형물이 크리스마스트리와 함께 설치된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 유명한 신세계스퀘어 영상 외 또 신세계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연출 명소를 소개한다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 ‘하우스 오브 신세계’와 ‘스위트파크’를 잇는 공간에서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으로 가득한 ‘트리로드(Tree Road)’를 만날 수 있습니다. 대형 트리와 포토존을 설치해 백화점 안에서 숲속 길을 거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공간을 연출했어요. 트리로드 옆엔 유럽 감성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콘셉트로 한 ‘신세계 원더랜드’를 마련했습니다. 마켓은 본점 더 헤리티지 4층에서도 만날 수 있어요. 다양한 브랜드가 참여해 유럽 감성을 담은 소품 등을 선보입니다.

트리로드와 신세계 원더랜드 기획 때는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테마파크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테마파크에 설치된 구조물 하나하나의 디테일이 상당하고, 디자인 감각도 뛰어나 참고할 요소가 많거든요.

궁극적으로는 신세계스퀘어와 트리로드, 신세계 원더랜드를 통해 백화점 안팎에서 모두 연말을 만끽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신세계스퀘어가 첨단기술의 화려함을 볼 수 있는 ‘감상’의 공간이라면, 트리로드와 신세계 원더랜드는 아날로그적 요소를 내세운 따뜻한 ‘감성’의 공간으로, 각각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조성된 '트리 로드'. 사진=김금영 기자

- 2018년 크리스마스 연출을 본격 시작했을 당시와 비교해 현재 발전한 부분이 있다면?

“매년 모두 열심히 했고, 애정도 있어요. 2019년 미디어 파사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가 사라지고 창문식 연출로 선보인 춤추는 발레리나 영상은 마치 한편의 공연 같았고요. 코로나19 사태로 멀리 여행도 가지 못하고, 서로 만나기도 힘들 때 위로를 건넨 2020년 연출도 기억에 남아요. 이때 여행을 상징하는 ‘기차’ 영상을 개인적으로도 매우 좋아했어요. 2021년엔 화려함이 압권이었던 서커스 연출이 화제가 되기도 했고요. 이처럼 모든 결과물이 기억에 남지만, 항상 매년 더 정교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창조적인 비주얼을 위해 정진해왔다고 생각합니다.”

- 백화점 업계의 크리스마스 연출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이젠 10월 또는 11월의 크리스마스가 익숙할 정도인데 어려움은 없나요?

“과거 처음 크리스마스 연출을 맡았을 당시엔 대체적으로 11월 중순 또는 그 이후에 선보이는 분위기였는데, 매년 점점 더 빨라지는 걸 느껴요. 신세계도 지난해 11월 1일 신세계스퀘어 오픈에 맞춰 크리스마스 연출을 선보였습니다. 이왕 해야 하는 거 더 빨리 연말 분위기를 행복하게 즐기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웃음).”

 

유럽 감성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콘셉트로 한 '신세계 원더랜드'. 사진=김금영 기자

- 크리스마스 연출에 대한 관심이 매년 점점 더 과열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매년 높아지는 관심에 부담이 없을 수는 없어요. 그만큼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아진다는 뜻이니까요. 지난해보다 새롭고 발전한 모습을 보여줘야죠. 그래서 항상 ‘우리의 경쟁 상대는 지난해의 우리’라고 팀원들과 이야기해요.”

- 개인적으로 본인에게 크리스마스는 어떤 의미인가요?

“크리스마스 하면 어렸을 때 봤던 영화 ‘나홀로 집에’가 떠오르고요. 아버지가 선물해줬던 스노우볼도 기억나요. 작은 스노우볼을 흔들면 그 안에 펼쳐지는 세상이 판타지처럼 신비로운 느낌을 줬거든요. 제가 기억하는 그 따뜻함과 행복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크리스마스 연출에 임하고 있어요.”

 

유나영 신세계백화점 VMD 담당은 "앞으로도 고객에게 '놀라운 행복'을 전하는 크리스마스 연출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김금영 기자

- 사람들에게 신세계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연출이 어떻게 인식되기를 바라나요?

“예상치 못한, 뻔하지 않은 콘텐츠이길 바라요. 또한 어디에도 없는 아름다운 비주얼과 모션, 음악의 조화이길 바라고요. 크리스마스 연출이 단지 보기 예쁜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요.

매년 크리스마스 연출이 화제가 되면서 백화점을 찾는 고객도 늘어났습니다. 사람들이 꾸준히 백화점에 찾아올 수 있는 원동력은 좋은 콘텐츠에 대한 기억, 그리고 이 기억이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VMD팀도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 앞으로 또 시도해보고 싶은 크리스마스 연출이 있다면?

“스토리텔링을 보다 강화해서 따뜻한 동화 같은 이야기를 짤막한 3분짜리 영화 방식으로 구현해 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영화 ‘나홀로 집에’ 같이 코믹한 상상을 펼쳐 봐도 좋을 것 같고요. 또 다른 영화 ‘크리스마스의 악몽’ 같이 지금까진 시도하지 않았던 분위기의 파격적인 콘텐츠도 시도해보면 흥미로울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고객에게 ‘놀라운 행복’을 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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