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유홍준)은 11월 25일(화) 오후 서울경찰청(청장 박정보)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양 기관은 박물관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한 심리 회복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한다.
이번 협약은 국립중앙박물관이 범죄 사건을 다루는 현직 경찰관들에게 박물관이라는 공간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심리적 부담을 완화시켜 주기 위해 마련되었다. 박물관 문화유산이 가진 성찰·사유·치유의 힘을 경찰관들과 공유하여 사회적 역할의 확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 11월부터 일선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 ‘박물관 철학의 길’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이 오전 10시에 개관하기 전, 3층 ‘불교조각실’에서 싱잉볼 명상으로 여정을 시작한다. 이어서 백자실과 기증실, 사유의 방을 거쳐 마지막에는 야외 전시장에 이른다. 박물관은 유물과 유물 사이를 잇는 ‘걸음’ 자체도 사색의 일부로 본다. 참가자들은 개인별 헤드셋을 착용하여 특별히 큐레이션한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걷는다. 참가자들은 전시품 앞에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보고, 음악과 함께 걸으며 호흡을 고르고, 글쓰기를 통해 일상의 긴장을 조용히 풀어낸다.
협약에 따라 내년에는 교육이 본격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2026년부터 피해자보호팀을 포함하여 여러 분야의 경찰관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협약이 박물관의 공공적 기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박물관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유홍준 관장은 “박물관은 국민 모두의 문화자산이기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이 이번 협약의 의의”라며, “경찰관들이 박물관의 문화유산 속에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다시 현장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 역시 “이번 협약은 공감과 정성을 바탕으로 한 치안 활동에 문화유산의 치유력이 더해지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기에, 서울경찰은 시민의 마음까지 살피는 치안을 실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와 내년 일선 경찰관들에 대한 교육 성과를 분석한 후, 향후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관계성 범죄 피해자들에게도 교육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자 한다. 이번 협약이 더 많은 시민들의 일상 회복을 지원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