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5.12.01 10:11:54
서울 성북구(구청장 이승로)가 급격한 도시 변화 속에서 사라져가는 마을 풍경과 주민들의 삶을 예술로 기록한 기획전 「성북의 빛 전 : 사라지는 마을, 정릉골 인상」을 지난 11월 18일부터 29일까지 성북예술창작터에서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재개발을 앞둔 ‘정릉골’을 주제로,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마을의 일상과 기억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성북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23명이 참여해 직접 정릉골의 골목을 걷고 주민을 만나며 기록한 풍경을 회화, 드로잉, 설치 등 다양한 현대미술 언어로 풀어냈다.
작가들은 주민 인터뷰, 현장 스케치, 사진 채록 등 긴 시간을 들여 취재하듯 마을을 관찰하고 교감한 뒤, 골목의 질감과 오래된 주택의 숨결, 세월을 버텨온 상점과 그 안에 깃든 사람들의 흔적을 작품에 담아냈다. 이를 통해 변화의 파고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정릉골의 정서와 온기를 시각적으로 재구성했다.
전시 기간 동안 성북예술창작터에는 정릉 지역 주민은 물론 성북구민, 대학생, 예술계 종사자 등이 꾸준히 방문했다. 관람객들은 단순한 풍경 기록을 넘어 ‘누군가의 삶이 깃든 장소가 사라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됐다. 작가와의 대화, 마을 기록 워크숍 등 부대 프로그램에서도 정릉골에 대한 개인적 기억과 도시 변화에 대한 고민이 활발히 공유되며 전시의 의미를 더욱 확장시켰다.
성북의 빛 김흥태 회장은 “이번 전시는 사라지는 공간을 단순히 그리는 수준을 넘어, 마을과 사람, 그리고 예술이 한데 모여 만들어낸 따뜻한 기록”이라며 “관람객들이 정릉골이 품어온 삶의 온기와 역사적 가치를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도시 개발은 때로 피할 수 없는 변화이지만, 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기억과 삶의 흔적을 어떻게 기록하고 다음 세대와 나눌 것인가 역시 중요한 과제”라며 “성북구는 지역 예술가들과 협력해 마을의 이야기를 보존하고 공유하는 작업을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가겠다”라고 밝혔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