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2025.12.03 14:42:56
글로벌 바이오 산업에서 유전자 치료 기술이 핵심 분야로 떠오르는 가운데, 리보핵산(RNA) 기반 유전자치료제 개발 전문기업 알지노믹스가 RNA(리보핵산) 기반 치환효소 플랫폼을 중심으로 다양한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알지노믹스는 3일 대표이사 및 주요 임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기업공개(IPO) 기업설명회를 개최하고, 코스닥 상장을 통한 향후 전략과 비전을 밝혔다.
일반적으로 유전 정보는 DNA에서 RNA로 전사되고 단백질로 번역되는 ‘센트럴 도그마’ 과정을 따른다. 이 중 RNA는 유전 정보 전달과 단백질 생성 과정의 핵심 요소로, 이 과정에서 이상이 발생하면 잘못된 단백질이 생성되거나 유전자 발현 조절 체계가 무너져 다양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조절 RNA(miRNA, siRNA 등)의 이상은 특정 유전자의 과도한 발현이나 억제를 유발해 암, 자가면역 질환, 퇴행성 질환 등 다양한 병리와 연결된다. 이 밖에도 돌연변이가 포함된 메신저 RNA(mRNA)가 독성 단백질을 만들어 신경세포나 장기에 축적되는 경우가 있으며, 낭성 섬유증처럼 필요한 단백질이 제대로 생산되지 못하는 질환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RNA는 질병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중요한 치료 표적으로 활용된다. RNA를 분해해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RNA 간섭(RNAi) 기술이나, 변형된 RNA를 제거하고 치료용 RNA를 치환하는 RNA 치환효소 기술 등은 이를 기반으로 한 치료 전략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 가운데 알지노믹스(Rznomics)는 후자인 RNA 기반 치환 치료기술을 활용해 난치성 질환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회사가 개발한 RNA 치환효소(Trans-splicing ribozyme) 플랫폼은 질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RNA를 절단한 뒤, 그 자리에 치료 기능을 가진 RNA를 치환해 발현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하나의 분자가 유해 RNA 제거와 치료용 RNA 공급을 동시에 수행하는 구조로, 돌연변이로 인해 생성되는 유해 단백질의 축적과 정상 단백질의 결핍이 동시에 나타나는 질병에서 활용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기존 RNA 치료제인 안티센스 올리고(ASO)는 유해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데 집중하며, 유전자 삽입 기반 치료는 정상 유전자를 추가하는 방식이지만 기존 유해 단백질의 생성이 지속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알지노믹스의 RNA 치환효소 기술은 유해 RNA 제거와 정상 또는 치료용 단백질 공급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점에서 기존 접근법과 다른 기전을 가진다. 이 기술은 리보자임(Ribozyme)이 특정 표적 RNA를 인식해 절단한 후, 필요한 RNA 조각을 연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알지노믹스의 RNA 치환효소 기술은 특정 질환 RNA에 결합해 해로운 RNA 구간을 제거하며, 절단된 영역에 치료용 RNA를 결합시켜 기능성 단백질이 생성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정상 RNA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표적성을 강화했다. 이는 비표적 효과(Off-target effect)로 인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크게 낮추는 역할은 한다.
체내 전달에는 아데노 관련 바이러스(AAV) 벡터가 활용되고 있다. RNA 치환효소가 체내에서 치료 단백질을 지속적으로 생산하여, 반복 투여의 필요성을 줄이고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알지노믹스가 개발한 RNA 치환효소 플랫폼 기술의 확장성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에서도 나타난다. 회사는 올해 1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와 RNA 편집 기술 기반 치료제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옵션을 포함해 최대 약 1조 9000억 원 수준이며, 이는 국내 바이오 기업의 초기 플랫폼 기술 이전 가운데 대형 계약에 해당한다. 이번 계약은 알지노믹스 기술이 다양한 RNA 질환 영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알지노믹스는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유전자 치료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성과와 추가 기술이전 여부가 기업 성장의 핵심 지표로 작용할 전망이다. 회사는 현재 확보한 기전을 기반으로 희귀 유전질환과 일부 암을 대상으로 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주요 파이프라인인 RZ-001은 진행성 간세포암과 교모세포종을 적응증으로 개발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교모세포종 대상 개발 프로그램에 패스트트랙(Fast Track) 지정을 부여했으며, 동정적 사용(EAP) 허가도 승인한 바 있다. 알지노믹스는 국내외 기업과 병용투여 임상을 진행하며 해당 파이프라인의 상용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망막색소변성증을 적응증으로 하는 RZ-004 프로그램은 돌연변이 RNA를 제거하고 정상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방식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회사의 기술 확장성과 초기 기술이전 실적은 향후 추가 글로벌 파트너십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알지노믹스를 ‘국가전략기술’ 기반 연구개발 기업으로 인증하고 ‘초격차 스타트업 1000+’ 사업에 선정한 바 있으며, 관련 정책 지원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비용·규제 측면의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회사는 코스닥 상장을 위해 기술성 평가에서 상위 등급을 획득하고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IPO를 통해 확보되는 자금은 RZ-001의 글로벌 임상 2상 진입과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후속 프로젝트로는 유전성 망막색소변성증, 청각 장애 등 유전자 이상 기반 희귀·난치 질환이 포함돼 있다.
다만, 유전자 치료제 개발 특성상 임상시험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임상 2상과 3상 단계에서의 결과가 예상과 달라질 경우 개발 일정이 지연될 수 있으며, 글로벌 임상 운영에는 대규모의 연구개발 비용이 소요된다. 경쟁 기술 간 특허 분쟁 위험, 규제 환경 변화 가능성 등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특히 CRISPR 기반 기술이나 ASO 분야 기술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기술 우위 유지와 지식재산권 관리가 향후 사업 전략의 중요한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알지노믹스 이성욱 대표이사는 “알지노믹스는 세계 최초 RNA 치환효소 플랫폼을 기반으로, 미충족 수요가 높은 난치성 항암 및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며, “RNA 치환효소 기술을 난치성 질환의 차세대 표준치료제로 확립하고,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제공하는 글로벌 유전자치료제 선도기업으로 거듭나겠다”이라고 밝혔다.
한편, 알지노믹스는 이번 상장을 통해 206만주를 공모한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1만 7000원~2만 2500원이며, 이에 따른 공모예정금액은 350억 원~464억 원이다.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은 11월 27일부터 12월 3일까지 진행되며, 일반 청약은 12월 9일~10일 진행될 예정이다. 상장주관사는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이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