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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아트 바젤 홍콩(Art Basel Hong Kong) 2026’ 참가

시대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국내외 작가들을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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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용호⁄ 2026.03.17 17:33:37

강서경(1977–2025) 〈모라 55 × 40 — 누하 #9〉 2014–2023 Gouache, dust, acrylic panel, silk mounted on paper, silver leaf frame 55 x 40 x 6 cm
Courtesy of Suki Seokyeong Kang Scholarship of Ewha Womans University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는 오는 3월 25일부터 3월 29일까지 열리는 '아트 바젤 홍콩(Art Basel Hong Kong) 2026'에 참가한다.

 

이번 페어는 전 세계 41개국에서 240개 갤러리가 참여하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기반으로 한 갤러리로 구성되어 아시아 예술 교류의 중심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 메인 섹터인 ‘갤러리즈(Galleries)’를 비롯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인카운터스(Encounters)’는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Mori Art Museum, Tokyo) 관장인 마미 카타오카(Mami Kataoka)가 새롭게 큐레이션을 맡아 한층 확장된 시각을 제시한다. 또한 부스 내에서 테마 중심으로 출품작을 재구성하는 ‘캐비닛(Kabinett)’과 아트 바젤 홍콩에서 처음 선보이는 ‘제로 10(Zero 10)’ 등 다층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폭넓은 장르를 아우른다. 이번 페어는 홍콩이 지닌 국제성과 지역적 맥락을 교차하며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갤러리는 이러한 방향성에 발맞추어 시대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국내외 작가들을 조명한다.

박서보(1931–2023) 〈Écriture No. 221227〉 2022 Acrylic on ceramic 95 x 74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 PARKSEOBO FOUNDATION 사진: 박서보재단. 사진 제공=국제갤러리

먼저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의 후기 작품인 세라믹 묘법 〈Écriture No. 221227〉(2022)을 선보인다. 흙을 구워 만들어낸 이 작품은 자연을 통해 치유를 바라던 작가의 정신성을 응축한다. 오는 9월 국제갤러리에서 열릴 대규모 개인전에서는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 속 변화의 궤적을 심도 있게 조망할 예정이다.

하종현(b. 1935) 〈Post-Conjunction 09-134〉 2009 Mixed media 91 x 73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사진 제공=국제갤러리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의 선구자 하종현의 〈Post-Conjunction 09-134〉(2009)도 부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마대 자루 뒷면에 물감을 바르고 이를 앞으로 밀어내는 ‘배압법(背押法)’으로 알려진 〈접합〉 연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기존의 한국적인 색상을 넘어 다채색의 유화 물감을 사용해 시각적 실험을 발전시킨다.

김윤신(b. 1935) 〈내 영혼의 노래 2016-48〉 2016 Acrylic on canvas 40 x 4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한국의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의 회화 작품 〈내 영혼의 노래 2016-46〉(2016) 또한 부스에 자리한다. 나이프로 물감을 긁거나, 얇은 나무조각에 물감을 찍어 만들어낸 기하학적 선들은 작가가 오랜 시간 생활했던 남미의 토속적 에너지를 자유분방하게 표출한다. 작가는 현재 한국 여성 작가 최초로 호암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을 진행 중이다.

자연과 인간의 복합적인 관계를 사유해온 현대미술가 최재은의 〈Paper Poem No. 9〉(2024)은 오래된 책의 종이를 겹겹이 쌓아 시간의 층위를 시각화한 콜라주 작업이다. 시간과 빛에 따라 변색된 종이의 그라데이션은 ‘시간의 초상’을 형상화한다. 최재은은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첫 국·공립미술관 개인전인 《최재은: 약속》을 진행 중이다.

구본창(b. 1953) 〈Gold (KR 045)〉 2023 Archival pigment print 58 x 45.5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한국 사진예술의 선구자인 구본창의 〈Gold (KR 045)〉(2023)는 신라 금령총 금관을 촬영한 작품이다. 한때 절대 권력의 상징이었으나 이제는 유물로만 남은 금관의 속성에 주목한 구본창은 황금색 종이를 배경 삼아 화려하면서도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도록 연출한다.

 

오는 3월 19일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안구선사(眼球禪師)》를 개최하는 박찬경은 백불상과 해골을 병치한 신작 〈백불(白佛)〉(2026)을 공개한다. 작가는 꾸준히 탐구해온 전통과 불교 문화를 특유의 유머로 전유하고 재해석하며, 서구화의 과정 속에서 주변화되거나 잊힌 전통의 관념과 이미지를 다시 불러낸다.

양혜규(b. 1971) 〈위대한 망각〉 2023 Acrylic-coated polyurethane, plywood, neon light tubes, neon tube supports, transformers, cable 125 x 100 x 20 cm
Commissioned by National Sculpture Factory,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부스에서는 현대미술가 양혜규의 〈위대한 망각〉(2023) 또한 소개한다. 아일랜드 국립조각공장(National Sculpture Factory, Cork)의 커미션으로 제작된 이 네온 조각 작업은 폭력적인 식민주의 역사를 은폐하기 위해 ‘위대하게’ 망각된 시스템을 암시하며, 그럼에도 인류가 기억해야 할 특정 사물, 인물, 역사에 대한 집단적 책임을 시사한다. 양혜규는 현재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 Los Angeles)에서 개인전 《양혜규: 엇갈린 랑데부》를 진행 중이다.

이번 페어에서는 근래 국제갤러리를 통해 소개된 여성 작가들의 작업도 만날 수 있다. 여성적 그로테스크와 역사적으로 타자화된 감각들을 시각적으로 탐구해온 장파는 신작 〈Belly Laugh〉(2026)를 선보인다. 머리카락과 같은 ‘비천한(abject)’ 재료들로 장식하며 개념화된 색채의 이상을 방해하고, 냉소적 유머를 발휘해 감각적 전복을 꾀한다. 최근 장파는 지난 12월부터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첫 개인전 《Gore Deco》를 성황리에 마쳤다.

 

갈라 포라스-김(Gala Porras-Kim)의 〈A terminal escape from the place that binds us〉(2026)도 공개된다. 문화 기관의 보존·분류 체계를 비판적으로 조망하는 갈라 포라스-김은 사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박물관에 안치된 미라들이 도달하고자 했을 장소를 페이퍼 마블링 기법을 통해 주술적으로 포착한 지도로 구현했다. 포라스-김은 오는 5월 베니스비엔날레 제61회 국제미술전의 공식 협력전시인 《In Minor Keys》에 참가한다. 한국계 캐나다인 작가 로터스 강(Lotus L. Kang)의 〈Mesoderm (Empty Full III)〉(2025)은 포토그램(photogram)을 활용한 콜라주로, 사진 필름을 피부에 비유하며 ‘신체의 투과성’을 탐구한다. 로터스 강은 3월 19일 국제갤러리와의 첫 개인전인 《코라》를 개최하며, 베니스비엔날레의 불가리 파빌리온에서도 작업을 공개할 예정이다.

칸디다 회퍼(b. 1944) 〈Stiftsbibliothek St.Gallen VI 2021〉 Inkjet print 180 x 171.5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 Candida Höfer / VG Bild-Kunst, Bonn - SACK, Seoul, 2026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 부스에서는 각기 다른 배경과 담론을 지닌 해외 작가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문화적 장소를 사진이라는 매체로 정밀하게 기록해온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의 〈Stiftsbibliothek St.Gallen VI 2021〉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스위스 장크트갈렌(St. Gallen) 수도원의 도서관을 찾아가 촬영한 작품이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교차하는 내부 공간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시간의 흐름이 응축된 공간의 초상을 완성한다.

 

언어를 주요 재료로 사용해온 제니 홀저(Jenny Holzer)의 작품도 소개한다. 〈chimes〉(2025)는 24K 금 표면 위 ‘secret’이라는 단어를 지워내며 미국 정보 공개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에 따라 공개된 정부의 검열 문서를 비판한다. 스위스 출신 현대미술가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는 〈sechsundzwanzigstermaizweitausendundfünfundzwanzig〉(2025)를 선보인다. 에어브러시로 겹겹이 쌓아 올린 색채의 층으로 형성된 문은 내부로 들어갈수록 옅어지면서 현존과 부재의 경계가 된다.

엘름그린 & 드라그셋 〈This Is How We Play Together, Fig. 5 (Marble)〉2025 Marble 155 x 71 x 36.5 cm
Courtesy of the artists and Kukje Gallery
사진: Elmar Vestner ⓒ Elmgreen & Dragset / VISDA - SACK, Seoul, 2026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아티스트 듀오 엘름그린 & 드라그셋(Elmgreen & Dragset)의 작품 〈This Is How We Play Together, Fig. 5 (Marble)〉(2025)는 VR 기기를 착용한 소년의 형상으로, 주변 세계와의 단절과 호기심, 학습에 대한 태도를 보여준다. 엘름그린 & 드라그셋 특유의 위트와 철학적 사유가 공존하는 이 작업은 고착된 관념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며 현대 사회에 대한 다층적이고 풍부한 담론을 만들어낸다.

한편 국제갤러리는 아트 바젤 홍콩의 ‘캐비닛’ 섹터와 ‘인카운터스’ 섹터에서 故 강서경(1977–2025)의 다양한 작품군을 전세계 관람객들에게 소개한다. 강서경의 작품은 평면, 조각,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매체와 방식을 통해 전통과 동시대 미술, 문화, 사회적 문맥을 폭넓게 아우르며 고유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메인 부스 안에 위치한 ‘캐비닛’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역사적 및 동시대적 예술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섹터로, 강서경의 회화 작품을 집약적으로 전시한다. 작가의 대표 회화 연작 중 하나인 〈모라〉는 언어학에서 시간의 최소 단위를 시각화 하는 개념인 ‘모라’에 착안한 작품이다. 〈모라 210 × 163 #02〉(2021)는 캔버스를 수평으로 눕혀놓고 과슈를 칠해 추상적 화면을 구현한다. 특히 캔버스의 네 옆면으로 흘러내린 물감과 두껍게 쌓인 물감의 층위는 재료의 본질에 의해 축적되는 시간성과 서사를 담고 있다. 한편 〈모라〉의 변주라고 볼 수 있는 〈모라 — 누하〉 연작은 작가가 누하동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시간 동안 캔버스의 면면을 따라 흘러내려 아래로 떨어지는 물감을 모으고, 이를 종이에 비단의 층위를 덧대어 완성한 작업이다.

 

그중 이번에 공개되는 〈모라 55 × 40 — 누하 #9〉(2014–2023)는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캔버스의 물리적 표면 너머로 이어진 물감의 흔적을 통해 시공간을 넘어서는 여정을 포착한다. 〈자리 55 × 40 #18-13〉(2017–2018)은 조선시대 1인 궁중무인 '춘앵무(春鶯舞)'의 무대이자 경계로 작동하는 ‘화문석’에서 비롯된 작품으로, 화문석과 차가운 금속의 격자 프레임을 겹쳐두어 두께와 공간을 생성하는 동시에 회화를 평면에서 건축적 차원으로 확장시킨다. 또한 부스에는 '무보(舞譜)' 등을 포함한 강서경의 아카이브 자료가 함께 전시되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작업세계의 맥락을 총체적으로 짚어볼 수 있다.

한편, 아트 바젤 홍콩 ‘인카운터스’는 대형 조각, 설치, 퍼포먼스 작품을 위주로 선보이는 섹터로, 올해는 아시아 전역에서 널리 발견되는 우주론적 체계인 ‘오행’의 개념을 공통 주제로 삼은 다채로운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인다. 국제갤러리는 강서경의 다양한 조각 작품군으로 이번 인카운터스 부스를 구성하는데, 작품들이 이루는 풍경을 감상하면서 관람객들이 그에 내포된 시공간을 탐색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우선, 높이 공중에 매달린 〈자리 검은 자리 170 × 380 #23-07〉(2023)은 조각들을 위한 배경의 역할을 한다. 앞서 언급된 〈자리〉의 연장선으로, 평면으로 존재하는 화문석을 공간의 개념으로 재해석하고 더 나아가 사회 속 개인의 영역과 가능성을 고찰한다. 〈그랜드마더타워 #23-01〉(2022–2023)은 원형의 금속 골조에 색색의 실과 패브릭을 엮은 구부정한 형태의 조각이다. 육체적으로 노쇠한 작가 자신의 할머니의 모습을 담아낸 이 작업은 할머니, 더 나아가서는 인간의 연약함 속 우아함과 강인함에 찬사를 보낸다.

강서경(1977–2025) 〈좁은 초원 #19-07〉 2014–2019 Assembled units : painted steel, thread, wood, brass bolts, leather scraps, wooden wheel Approx. 132 x ø 40 cm
Courtesy of Suki Seokyeong Kang Scholarship of Ewha Womans University and Kukje Gallery
사진: 김상태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또 다른 작품 〈좁은 초원 #19-07〉(2014–2019)은 구멍이 숭숭 뚫린 차가운 금속 표면에 털실을 가득 꿰어 마치 머리와 몸통으로 이루어진 인간 형상처럼 느껴진다. 아직은 좁은 자리를 종종거리며 맴돌지만 그럼에도 결국에는 저 멀리 넓은 초원으로 나아갈 개인의 긍정적 가능성을 암시한다. 마지막으로 〈산 — 가을 #23-02〉(2023)는 산의 능선을 담아낸 듯한 조각의 형상 아래로 늘어진 금속 체인이 비에 젖은 암석과 단풍이 어우러진 산세를 연상시킨다. 자연과 인간을 넘나드는 강서경의 작품들을 바탕으로 국제갤러리는 마치 하나의 ‘진경산수화’ 속을 거니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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