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구⁄ 2026.03.24 14:35:19
일본 지지통신(時事通信)이 지난 17일 관심 가는 기사 하나를 냈다. “한국의 일본 맥주 수입액이 역대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는 보도다. 일본 여행을 즐기는 한국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일본의 맛’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일본 맥주 수입액은 약 126억엔, 우리 돈 약 1177억원으로, ‘노재팬’(No Japan·일본 제품 불매운동) 열풍이 불기 전 최고 수입액이었던 2018년의 124억엔을 넘어섰다. 2019년 시작된 노재팬으로 2020년 9억엔까지 떨어졌지만 2021년 이후 서서히 회복되면서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런 일본 맥주의 인기에 삿포로 맥주도 단단히 한몫했다.
삿포로 맥주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크게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닐슨아이큐(NIQ)에 따르면, 삿포로 맥주는 수입 맥주 브랜드 중 ‘아사히’와 ‘하이네켄’에 이어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했다. 2024년 대비 시장 점유율을 3%포인트(p) 늘리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시장 점유율 10%를 기록하며 단숨에 2위로 올라섰다. 수입량 역시 동반 상승했다. 지난해는 2021년 이후 연평균 약 190% 증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물론, 거저 얻은 결과가 아니다. 상승 요건이 분명히 있다. 우선, 2024년 두 차례 한정 출시 모두 조기 완판을 기록하고 지난해 6월 정식 출시한 ‘삿포로 생맥주 70’의 인기가 대단했다. 11월에 내놓은 겨울 한정판 ‘삿포로 겨울이야기’는 ‘겨울 제철 맥주’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여기에 작년 7월 서울 성수동에 오픈한 ‘삿포로 프리미엄 비어 스탠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삿포로 맥주 최초 해외 매장
‘乾杯をもっとおいしく。(건배를 더 맛있게)’
삿포로 맥주의 슬로건이다. 본질인 맥주의 맛이 더욱 빛나도록 ‘자리’를 더 맛있게 만들겠다는 의지다. 맥주 맛은 이미 지칠 만큼 자신 있으니 이젠 이를 경험할 공간에 더 많은 공을 들이겠다는 각오이기도 하다.
해서, 요새 젊은이들의 발길이 잦다는 ‘삿포로 프리미엄 비어 스탠드’를 찾았다. 일본 삿포로 맥주 최초의 해외 매장이다. 도쿄 긴자(銀座)에 있는 ‘삿포로 생맥주 블랙라벨 더 바’의 콘셉트를 그대로 한국 시장에 도입했다. ‘비어 스탠드(Beer Stand)’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에선 맥주를 서서 마신다. 일본의 타치노미(立ち飲み) 스타일을 영어로 표현한 것인데, 블랙라벨 더 바의 운영방식과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왔다.
삿포로 맥주의 한국 공식 수입사 엠즈베버리지는 이곳을 소개하며 “뛰어난 품질의 생맥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건 물론 최근 음주 트렌드인 짧은 회식에도 적합해 2030 직장인의 소모임 인기 장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1년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해 평일·휴일 상관없이 언제나 찾을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곳에선 ‘퍼펙트 푸어(pour)’와 ‘클래식 푸어’ 두 가지 맛의 삿포로 맥주를 경험할 수 있다. 퍼펙트 푸어는 맥주와 거품의 비율이 완벽히 7대 3을 이룬다. 탭(tap)을 앞으로 뒤로 당기고 밀며 맥주와 거품을 따로 담아낸다. 특히 ‘3C’를 철저히 지키는데, 촘촘한 거품의 크리미(Creamy), 정성스럽게 세척한 클리어(Clear), 꼼꼼한 온도관리의 ‘콜드(Cold)’를 줄여 말하는 것이다.
클래식 푸어는 퍼펙트 푸어와 달리 맥주와 거품을 한 번에 빨리 담아낸다. 쉽게 말해 전통 방식이다. 그래선지 오리지널 특유의 청량한 목 넘김이 특징이다.
둘 다 이곳에서만 사용하는 1.1㎜ 얇은 잔에 전문 탭퍼(tapper·맥주 서빙 전문가)가 직접 따라준다. 애주가라면 아쉽겠지만 각각 석 잔까지만 마실 수 있다.
간단한 안주류도 수준급이다. 다른 건 몰라도 화이트 소시지와 스모키 롱소시지, 유정난으로 만든 에그샐러드, 달달하고 바삭한 고구마칩은 먹어보길 추천한다. 누군가에겐 조연급이 아닌 주연급일 수도 있다. 모두 엠즈베버리지 관계사가 운영하는 전북 고창 상하농원 제품들로 만든다.
당연하지만 이곳에도 점장(店長)이 있다. 엠즈베버리지 마케팅2팀 민경원 과장이 맡고 있다. 그 포함 네 명은 일본에서 교육받고 온 삿포로 맥주 전문가다. 다음은 민경원 점장과 짧은 일문일답.
- 여기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만든 그 맥주를 맛보는 건가요?
“홋카이도산(産)은 일본 내수용으로 알고 있어요. 이곳의 맥주는 규슈(九州) 지방의 삿포로 양조장에서 생산한 거예요.”
- 당연한 얘기지만 주재료라든지 레시피는 홋카이도나 규슈나 같을 테고요.
“일본이나 여기서 판매하는 삿포로 프리미엄 맥주는 같은 제품이 유통된다고 생각하면 돼요. 삿포로 맥주는 그 부분에 대해선 굉장한 고집이 있어요. 흔히 장인 정신으로 얘기하는데, 일본의 양조장이든 해외의 양조장이든 똑같은 레시피를 가지고 똑같은 QC(퀄리티 체크)를 하면서 같은 맛이 나도록 하죠. 일본에서나 한국에서, 캐나다에서나 미국에서 마시는 삿포로 맥주는 다 같아요.”
- 여기 와서 보니 맥주 따르는 방식부터 점원들의 태도, 서비스 방식 등 모든 게 색달라요.
“맥주 탭이나 따르는 방식도 중요하지만, 저희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관리예요. 청결 관리가 무척 중요해요.”
- 예를 들면 케그와 탭을 연결하는 노즐을 깨끗이 청소한다든지 하는 걸 말하는 거죠?
“맞아요. 엄청날 정도로 위생 관리, 청결 관리를 하고 있어요. 잔 세척도 신경을 많이 쓰고요. 맥주를 마셨을 때 잔에 흰 띠 같은 자국이 빙글빙글 돌며 남잖아요. 그걸 ‘레이싱’이라고 하는데, 이게 잔이 깨끗하지 않으면 생기지 않아요.”
- 다시 말하면 레이싱 자국이 남아야 깨끗한 잔인 거네요.
“그렇죠.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보통 맥주를 따를 때 그 안에 보글보글 맺히는 탄산이 많아야 시원하겠다, 맛있겠다,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근데 탄산은 잔 안에 기름기 같은 이물감이 남아 있으면 (잔 벽에) 달라붙어요. 저희 잔을 잘 보시면 탄산 기포가 아래에서 자연적으로 올라오는 것만 볼 수 있어요.”
- 그러고 보니 성수동에는 맥주 브루어리나 막걸리 양조장이 몇몇 있어요. 성수동에 모이는 이유가 있을까요.
“제 주관적인 생각인데, 새로운 걸 찾는 젊은이들에게 내 것을 보여주고, 이의 결과치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더구나 트렌디한 매장이 많다 보니 내가 새로운 걸 만들어도 어색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 같고요. 아닌 게 아니라 서울숲이나 뚝섬 주변에 작은 양조장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 삿포로 맥주가 한국 시장에서 꽤 성장했어요. 수치로 증명됐죠. 이럴 때 고삐를 더 조여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작년에 이곳을 오픈한 것 자체가 대단한 센세이션이었어요. 시중에 맥주를 다루는 업장들이 저희처럼 맥주를 흘려버리거나 맥주잔에 묻어있는 잔여물을 물로 씻기 시작했어요. 삿포로 맥주 취급 방법을 묻는 다이렉트 문의도 많이 들어왔고요.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순 없는데, 저희가 작년에 그런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니 올해도 한 번 더 해보자는 계획을 가지고 있긴 해요.”
여기선 거품이 흘러넘치도록 맥주를 따른다. 그리곤 식빵에 잼을 바를 때 사용하는 도구처럼 생긴 비어 스키머(beer skimmer)로 잔 위에 한껏 부풀어 오른 거품을 잘라내듯 제거한다. 이때 거품이 넘치는 걸 흘려버린다고 표현한 것이다.
- 이곳을 찾는 고객의 연령층은 대개 어떤가요.
“확실히 20~30대가 많아요. 성수동이라서 그런지 커플 비중이 크고요. 의외인 건 연령대가 있는 분들이에요. 한 번 방문하면 나중에 가족을 데리고 오거나 친구와 찾는 경우가 있어요. 연속성이 있는 거죠.”
- 마지막으로 우문 하나 던져볼게요. 일본 맥주는 왜 맛있다고 소문났을까요.
“아무래도 오래전에 시작했고, 아까 말했듯이 장인 정신이라는 게 있잖아요. 무언가 하나를 시작하면 끝없이 파고드는 그런 영향도 적지 않은 듯하고요. 무엇보다 물이 참 좋아요. 물맛이 아주 좋죠. 이런 것들이 합쳐져서 좋은 결과를 낸다고 생각해요.”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