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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핵 실험에도 대북정책 영향 없어

왕지쓰 베이징대 교수가 전망한 북·중·미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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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호 ⁄ 2007.07.03 14:05:36

6자회담이 오는 1월 말 재개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저명한 국제관계 전문가인 왕지쓰 베이징 대학교 교수가 한국을 방문했다. 왕 교수는 18일 한국 프레스센터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개최된 ‘관훈클럽 창립 50주년 기념’ 초청강연회에서 “핵실험이 중국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정권의 붕괴와 같은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대량 탈북과 같은 사태를 신경써야 하는 나라는 중국이라는 점이다. 현재 미국이 북핵문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사실상 북한이 무너지고 아수라장이 되면 미국은 ‘우리는 핵무기에만 관심 있었을 뿐’이라며 자국으로 도망갈 게 뻔하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중국은 한국과 같이 북한문제를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위치에 있다고 왕 교수는 강조했다. 또 왕 교수는 “중국이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대북제재 대열에 끼어들게 되면 한국이 중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겠냐”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어, 왕 교수는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북한의 위험상황에 대해 한국의 ‘작전계획 5029’와 같은 대비책이 있느냐는 김영희 중앙일보 국제문제 대기자의 질문에 대해 “계획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과거에 중국에서 북한 탈북사태 등에 대한 계획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높은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왕 교수는 “북한의 변화문제에 대한 논의는 시기적으로 이르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와 관련, 왕 교수는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원하고 있음을 거듭 역설했다. 중국은 북한과 이데올로기적 관계도 아니고, 군사동맹도 아니며 다만 ‘정상적인 국가관계’를 요구할 뿐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북한과 중국을 모두 공산주의 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을 막스 레닌주의 국가로 정의하고 있지 않으며, 북한이 같은 공산주이기 때문에 북핵(보유)을 찬성하는 건 아니라는 게 왕 교수의 분석이다. 그러면서 왕 교수는 중국 역시 그 어떤 나라라도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중국은 북한에 대해 냉전시기의 관계가 아닌 21세기의 정상적인 국가관계를 원하고 있을 뿐이다. ■ 미국, 북한보다 이란 핵 실험 더 우려 북한의 핵보유 뿐만 아니라 핵무기 확산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김영희 중앙일보 국제문제 대기자는 미국이 북핵에 대해 우려하는 게 아니라 북핵의 확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영희 대기자는 “동북아에서 군비 경쟁이 일어나지 않겠냐”며 미국은 북한이 이미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왕 교수는 미국이 두려워하는 핵은 북핵이 아니라 이란의 핵임을 재차 강조했다. 왕 교수는 “이란핵은 테러와 직접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란이 핵 실험을 진짜로 한다면 미국의 반응은 훨씬 더 강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왕 교수는 북한이 핵을 개발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대상이었다고 분석했다. 사회를 맡은 이재호 동아일보 논설위원실장은 강경책을 쓰기에도, 유연책을 쓰기에도 애매모호한 중국의 특성을 북한이 알기 때문에 그 틈새를 노려 핵개발을 통해 동북아를 흔들려는게 북핵 개발의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왕 교수는 “북한이 핵을 개발한 것은 국내 응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왕 교수는 “북한은 미국에 대북 적대정책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계속 핵 실험을 하겠다고 위협해 왔기 때문에 핵을 개발한 목표는 미국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여기에는 일본에게도 핵 보유국임을 과시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 “한국의 대북지원과 핵 실험은 무관” 한편, 왕 교수는 한국의 대북 지원문제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일부 보수단체들이 주장하듯 한국이 지원해 준 도움으로 핵을 개발한 것은 아니라는 게 왕 교수 주장의 요지다. 왕 교수는 “북한의 핵 실험이 중국의 책임이 아닌 것처럼 한국정부가 북한에 경제적으로 도움을 줘서 핵 실험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왕 교수는 북핵 실험 강행은 부시 정부가 어느 정도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왕 교수는 부시 정부와 클린턴 정부를 비교하며 클린턴 정부 당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방장관은 북한을 방문했고 회담 결과도 좋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왕 교수는 “군사 제재 뿐만 아니라 미국이 북한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역설했다. 이처럼 왕 교수의 초청 강연회장은 한국의 진보 논쟁을 되풀이 하는 분위기로 전개되기도 했다. 다만 북한정권의 변화는 어렵다는 공통의 인식만은 형성됐다.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입장은 한국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왕 교수는 한국과 중국이 북한에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정책 변화가 있기를 독촉하는 것 뿐”이라고 확인했고 사실상 미국도 북한의 정책변화에 대해서는 “그다지 방법이 없다”고 분석했다. 바로 이것이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국임을 사실상 인정하고 핵무기 수출만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것이 왕 교수의 해설이다. 중국의 입장에 대한 해석도 이어졌다. 김정일 정권의 변화 가능성이 전무하기 때문에 중국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왕 교수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계속 하면 중국의 반응은 훨씬 더 강경해 질 것”이라면서도 북한 정권이 변화할 희망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왕 교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북한문제에 대한 빅딜의 가능성이 없냐는 김영희 교수의 질문에 “가능성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 미, 소프트 약화되는 만큼 군사 위협 강해져 한편, 이날 강연회에서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토론에 참석한 박승준 조선일보 베이징 국장은 “미국의 소프트파워(비강제적 수단으로 다른 국가의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가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왕 교수도 발제문에서 미국의 소프트 파워가 약화되고 그 결과 군사적인 위협이나 경제 제재 등 하드파워를 소모시키는 정책적 수단을 자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승준 국장도 “미국의 하드파워는 여전히 세계 최강”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이어 왕 교수는 “미국을 장기간 관찰해 온 결과”라며 “미국의 가장 큰 적은 미국 자신”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국내 정책이 건강하다면 계속 강대국이 될 수 있지만 실수가 있다면 다른 국가들로부터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리라는 조언이다. 그러면서도 왕 교수는 “중국은 미국의 이익에 손해를 끼쳐서는 안된다”며 중국과 미국의 뗄려야 뗄 수 없는 미묘한 관계를 역설하기도 했다. -최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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