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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만 관객보다 소중한 3만 관객 지키는 ‘필름포럼’의 뚝심

소규모 예술·독립영화 상영 및 제작·배급으로 영화시장 다양화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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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호 ⁄ 2007.07.03 14:06:50

3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후회하지 않아>. 천만관객 시대에 3만명 동원이 뭐 그리 대단할까 싶지만 스타도 출연하지 않고 대자본의 투입이나 전략적인 마케팅도 펼치지 않은 독립영화의 관객수 3만명은 누구나 예상했던 대작의 1천만관객 돌파보다 더 놀라운 사건이다. 웰메이드 독립영화, 그것도 무려 퀴어영화로 지극히 마이너 성향이 강한 이 영화가 첫 개봉한 건 지난해 11월 16일. 이제 해묵은 ‘구작’이지만 여전히 극장에서 상영중이다. <후회하지 않아>가 상영되고 있는 곳은 종로에 위치한 필름포럼. 전국에서 단 한 곳이다. 비록 <디지털 삼인삼색 2006-여인들>이 상영되는 틈에 끼어들어 하루 1회 상영할 뿐이지만 상영횟수가 문제가 아니라 개봉관에서 장기상영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놀라운 일이다. 장장 두달 째 <후회하지 않아>를 상영하고 있는 필름포럼은 이처럼 흔히 대형 극장에서 보기 힘든 국내외의 좋은 영화들을 상영하고 있다. 아트플러스 시네마네트워크에도 가입되어 있어 예술영화 전용관으로서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딱히 예술성만을 기준으로 상영작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상업성과 예술성에 구분을 두지 않고 여러 장르의 좋은 작품들에 극장상영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름포럼의 뜻에 따라 다양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2005년 4월 문을 연 필름포럼은 <후회하지 않아> 외에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내 청춘에게 고함> 등을 상영했다. 특히 단관개봉했던 <은하수를 여행하는…>은 입소문을 타고 제법 많은 관객을 모으기도 했다.

이제 필름포럼은 좋은 작품을 상영하는 극장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체인이 전국 상영관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극장은 많지만 상영중인 영화는 모두 비슷비슷해서 좀 특별한 영화를 보고 싶을 때 찾아가기에 알맞은 곳이다. 수준있는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마니아들과 색다른 영화를 보고 싶은 호기심 많은 영화팬들에게 필름포럼은 더없이 고마운 존재. 하지만 상영작 선정의 기준을 흥행성이 아닌 작품성에 두다 보니 극장운영이 쉽지만은 않다. 시내 곳곳에 있는 멀티플렉스에서는 화제작들을 입맛에 맞게 골라볼 수 있고, 그것도 귀찮은 경우에는 인터넷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쉽게 다운받을 수 있는 세상 아닌가. 스타배우와 인기감독, 화려한 영상과 자극적인 스토리에 길들여진 관객들이 단 한편의 영화를 보기 위해 특정 극장을 찾아갈 열정을 품기란 쉬운 일이 아닌듯 하다. 그렇다면, 좋은 영화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필름포럼의 소원은 요원한걸까. “언젠가는 소규모 영화들도 안정적인 시장을 형성하게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좋은 영화가 있어도 정작 영화를 볼 창구가 없어서 관객들이 다양한 종류의 좋은 영화들을 향유할 수 있는 폭도 굉장히 좁은 상태지만, 언젠가는 다양한 영화로 문화적 충격을 경험한 관객들로 인해 새로운 수요층이 생겨날거라고 믿고 있어요. 필름포럼은 아직은 지금은 그 힘이 미미하지만 관객의 폭을 넓히는 데에 역할을 하고 있는거죠.” (주)이모션픽처스의 박상백 기획팀장은 필름포럼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고 있고, 가능성이 있는 일이기에 힘들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버텨내고 있다고 한다. 말대로 이미 천편일률적인 상업영화에 길들여져버린 관객들이 관습화되어버린 영화감상 패턴을 털어내고 넓은 눈을 갖게 하는 데에 필름포럼은 확실히 맡은 바 임무를 해내고 있다.

그가 또 하나 바라는 것은 관객들이 영화를 단지 ‘보는 것’으로 끝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서로의 느낌을 나누고 공유하면서 서로 유기적인 소통의 관계를 맺는 건 영화를 보는 눈을 키워주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이라는 큰 도시에 소위 예술영화 전용관이라는 곳이 10개가 채 안된다는 건 말도 안되죠”라는 박상백 팀장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필름포럼의 사업적인 성공이 아니라 소규모의 좋은 영화들을 소화해낼 수 있는 시장의 규모를 넓히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그러기 위해 이모션픽처스는 극장운영 뿐 아니라 제작과 배급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한해 숨가쁘게 달려온 필름포럼은 2007년 한 해도 좋은 영화들을 골라 소개하기에 여념이 없다. 할리우드의 고전 영화들을 모아 상영하는 작은 영화제와 여러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또 필름 포럼이 아시아 판권을 확보하고 있는 마뉴엘 드 올리비아의 영화도 소개할 예정이다. 한때 갈곳 없는 영화마니아들의 갈증을 달래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던 시네마테크에 향수를 갖고 있는 영화팬들에게 필름포럼은 또다른 고향의 느낌이다. 또, 이제 막 영화의 매력에 푹 빠진 십대의 영화팬들에게는 세상의 여러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신기하고 새로운 곳이다. 필름포럼을 비롯한 여러 예술영화관들이 지금 같은 뚝심을 버리지 않는다면 영화팬들이 원하는 바람직한 영화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 전국 예술영화전용관 현황 영화진흥위원회는 전국의 예술영화전용관을 대상으로 아트플러스 시네마네트워크(이하 아트플러스)를 운용중이다. 아트플러스는 지원 상영관과 협력 극장으로 나뉘는데, 필름포럼은 모두 영진위로부터 직접 지원을 받는 지원 상영관에 해당한다. 2006년 12월 현재 전국의 아트플러스 현황은 다음과 같다. ●서울 (총 15개 상영관) - 필름포럼, 시네큐브, 하이퍼텍 나다, 미로스페이스, 스폰지하우스, 명동 CQN(일본영화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 CGV 인디영화관, 서울애니시네마, 영상자료원 고전영화상영관 ●부산 (총 3개 상영관) - 국도예술관, CGV 인디영화관, 시네마테크부산 ●인천 (총 1개관) - CGV 인디영화관 ●광주 (총 1개관) - 광주극장 ·대구 (총 1개관) - 동성아트홀 ●대전 (총 2개관) - 대전아트시네마, 프리머스 둔산 ●전주 (총 1개관) - 프리머스 전주 -한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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