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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은 또 다른 살인행위”

세계 사형 반대의 날 맞아 폐지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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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호 ⁄ 2007.07.03 14:41:03

“주님, 저희를 한결같이 사랑하시니,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사형제도가 폐지되고 생명이 존중되는 사회 안에서 저희가 언제나 주님의 거룩한 이름을 찬미하며 사랑하게 하소서…” 명동 성당에서는 11월30일 ‘세계 사형 반대의 날’을 맞아 사형제도폐지 기원 미사가 열렸다. 또한 종교계와 인권운동계가 합동으로 사형 폐지를 촉구하는 각종 행사를 가졌다. 11월 30일은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각국의 단체들이 생명의 빛을 통해, 사형제도 폐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의식을 함께 진행하는 날로, 한국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이 날을 기념해, 공동행사를 진행하게 된 것. ■ 사형 폐지는 인권수준 향상하는 것 종교계와 인권운동 진영은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오고 있으며, 최근 영화 ‘우행시’로 사형폐지에 대한 여론의 목소리 또한 날로 높아져가고 있다. 국회에서도 15대와 16대 국회를 거쳐, 17대 국회에도 여야의원 175명이 <사형제도폐지를위한특별법>을 공동 발의, 국회에 상정되었다. 그러나 국회 법사위 공청회까지 마친 이 법안은 벌써 10년이 넘게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날 종교계와 인권단체들은 ‘생명의 빛’ 행사를 열고, 오후 6시부터 명동성당 앞에서 생명의 빛을 상징하는 손전등을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며, 국회에 보내는 ‘한줄 편지쓰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8시부터는 명동길 행진과 국회 호소문 발표에 이어, ‘생명의 빛’ 상징의식도 진행됐다. 궂은 날씨에도 퇴근길 시민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 행사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안의 정기국회 처리를 요청하는 종교·사회·인권 단체의 호소문에는 “사형제도는 바로 국민의 생명권을 ‘제도’와 ‘법’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가 직접 침해하는 응보적 개념의 형벌제도이다. 이미 세계 130여개 국가가 이 제도를 완전히 폐지했거나, 사실상 폐지했다”는 내용과 “2006년 한국은 유엔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이 되었고,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서, 인권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주어졌다”는 내용이 강조됐다. 이들은 범죄를 저지른 것은 개인이지만, 모든 범죄의 발생 원인에는 사회적 책임이 뒤따르며, 사형제도는 이 사회적 책임을 한 개인에게만 돌려버리는 너무나 비겁하고, 가혹한 형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복역중인 수감자 64명, 9년째 사형집행 중지 한국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래 900명 이상이 사형 당했으며, 대부분 교수형으로 처형 당했다. 1997년 12월 마지막 사형이 집행된 이후, 사형집행에 대한 비공식적인 일시적 집행중지가 지속되고 있다. 즉 9년째 사형집행이 중지되어 왔으며, 2007년이면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에 속하게 된다. 하지만 2005년 최소 3명이 사형을 언도 받았으며, 현재 사형으로 복역중인 수감자는 64명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는 화성연쇄살인사건, 지존파·막가파·영웅파사건,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을 두고 사형제 존폐 여부에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사형 폐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대한변호사협회에 소속된 7,500여명의 변호사들 중 80%는 처벌대상을 축소하거나 재심가능성을 고려하는 한이 있더라도 사형제는 존치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국민의 60% 이상도 사형제 존치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 오판의 가능성, 사형집행에 관여하는 자들의 고통 등에도 불구하고, 사형제가 가지는 범죄예방의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에서 존치를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 결과와 통계상 나타난 바에 의하면 사형제도의 존재가 범죄 발생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한 사형제 폐지론자들은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극단의 형벌을 내린다고 해서 피해자나 그 가족들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으며, 오히려 피해 가족들에게 더 심한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범인을 잡아 찢어죽이고 싶었죠. ‘나도 어머니, 아내와 아들을 따라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한강 다리를 건넜어요. 그런데 갑자기 ‘내 저놈을 용서하고 가야겠다’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서둘러 검찰 측에 가서 탄원서를 써냈어요. 그걸 내고 났더니 죽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어요.” 유영철 사건으로 가족 모두를 잃은 고정원 씨의 말이다. 그는 살인자에 대한 사형은 복수심과 증오가 국가적 제도화된 것임을, 그리고 ‘합당한 처벌’이 아닌, ‘엄연한 살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호소문 中에서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주인공 강동원은 부모와 사랑하는 여인,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다른 사람의 죄까지 뒤집어쓰고 사형수가 됩니다. 그러나 그는 세상을 향해 닫혀있었던 마음을 열고, 자신을 철저히 버린 세상과 화해하지만, 곧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맙니다. 400만이 넘는 관객들, 또 동명의 책을 읽은 수백만의 독자들은 자신의 모든 잘못을 회개하고,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있는 그를 죽이는 일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정당한 법집행이라고 말하더라도, 죽이는 일은 죽이는 일 뿐입니다. 생명권은 인간이 가지는 권리 중 가장 앞서는 기본적인 권리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사형제도는 바로 국민의 생명권을 ‘제도’와 ‘법’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가 직접 침해하는 응보적 개념의 형벌제도입니다. 이미 세계 130여개 국가가 이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였거나, 사실상 폐지하였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오랫동안 종교계와 인권운동진영이 사형제도의 폐지를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국제사회에서도 우리 정부에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인권선진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어달라는 끊임없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사형제도의 폐지는 인권의 가장 기본인 생명권을 지켜내는 일임과 동시에 국제사회와 우리 사회의 시대적 요구입니다. 1997년 이후, 9년 동안 단 한차례의 사형집행도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 대한민국에서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일은 전세계의 인권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일일 것입니다.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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