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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주식 급등의 상관관계

‘조선업종 위기’라고 하자 곧바로 주식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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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호 ⁄ 2007.07.03 11:37:47

요즘은 매일 아침 출근할 때 지하철에서 조선일보를 본다. 오늘은 무슨 소리를 했을까 하고 눈에 불을 켜고 보는 것이니, 가끔은 ‘신문을 보다’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가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신문을 보면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왜곡했으며 어떤 것이 의도적인 오보인가 찾아내는 것이니 그렇다는 것이다. 오보는 정정보도를 하면 되지만 의도적인 오보는 범죄다. 의도적인 오보는 오보가 아니라 왜곡이기 때문에 공문서 위조, 사문서 위조에 준하는 ‘사회적 문서’ 위조인 것이다. 신문 지면은 신문사의 소유가 아니라 사회적 소유라는 말이다. 이것을 제멋대로 훼손했을 뿐 아니라 특정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악용했으니 명백한 범죄행위인 것이다. ■ 조선일보가 걱정하면 그 종목은 주가가 급등한다 암튼 오늘 아침 조선의 사설을 보니 ‘중국이 조선한국 제칠 때 왔다고 선언한 날’이란 소리가 제목으로 걸려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바로 ‘오늘 조선 관련 주가 급등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개장과 동시에 조선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내가 따로 기록해두지는 않았는데 마침 머니투데이 기사가 있어서 인용한다. 보시라. “9시 10분 현재 현대중공업은 전일 대비 3500원(2.11%) 오른 16만9500원에, 현대미포조선은 3000원(2.01%) 상승한 15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진중공업·STX조선 등도 1% 안팎의 상승세를 기록중이다. 다만 S&T중공업은 상승, 하락을 반복하며 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21일 삼성중공업에 대해 고가수주 선박의 증가 등을 이유로 목표주가를 종전 2만50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높였다. 서울증권도 이날 대우조선해양이 턴어라운드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4만원에서 4만4500원으로 올렸다.(출처=머니투데이)”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나는 왜 조선일보사설에서 조선산업의 위기를 언급한 것을 보면서 조선관련주가 급등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으며, 나의 이런 생각과 관련없이 왜 조선관련주는 오늘 급등한 것인가 말이다. 이것이 조선일보의 능력이다. 결국 오늘 종가를 보면 코스피 지수는 1.32% 하락했는데도 불구하고 조선관련주는 평균 1.61% 상승했으며 그 중 현대중공업은 2.41%나 올랐다. 조선일보가 경제 걱정하고 특정 업종을 사례로 들면 그 업종의 주가는 급등한다. ■ 아직도 못버린 악의적인 편집 공작 암튼 왜 조선일보는 남들이 다 조선업종에 대해서 “OK”를 외쳤는데 혼자서 “NO”를 외치며 왕따가 되었을까? 다 사정이 있었다. 한마디로 ‘찌라시 팔자’다. 정부가 잘했건 못했건 무조건 까고 봐야 언론의 역할을 했다고 스스로를 세뇌하는 과정에서 생긴 팔자라는 것이다. 습관이 성격을 만들고, 성격이 운명을 만든다. 못된 습관이 기구한 팔자를 만든 것이다.

그러면 조선일보의 못된 습관이 오늘자 지면에 어떻게 나타났나 보자. 오늘 3월 22일 조선일보 1면 헤드라인 기사는 ‘대우가 개발한 미얀마 가스전 중국에 가스 구매권 빼앗길 듯’이다. 이건 벌써 네티즌들에게 몰매 맞고 즉사당한 기사이므로 어찌된 사정인지 다들 알 것이다. 한마디로 액화가스(LNG)로 한국에 들여오기에는 경제성이 없어서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에 가스관을 통해 판매하기로 한 것뿐이다. 그 가스전의 소유지분을 70%나 가지고 있고 이게 변동이 없으니 가스대신 현금으로 이익을 챙기는 것 뿐, 다 잡은 고기를 중국에 빼앗기는 식의 사정은 아니란 말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90조원에 달하는 가스를 중국에 수출한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1면 헤드라인을 배치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신문을 한 장 넘기면 눈에 들어오는 것이 3면의 ‘한국경제 왜 위기인가 - 전문가 진단, 주력산업까지 중국에 내줄 판’이라는 기획기사다. 이런 배치는 연쇄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리고는 제일 마지막으로 사설코너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중간 사설의 제목을 ‘중국이 조선한국 제칠 때 왔다고 선언한 날’이라고 마무리한다. 이런 일련의 편집을 통해 조선일보가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메시지의 키포인트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의 도전을 확대해서 심어주려는 것이다. 위기감을 부추기는 소재로 중국을 택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이라는 키포인트에 뜯어 맞추려다 보니 배치된 일련의 기사들이 억지가 되었고, 과거라면 몰라도 최근의 ‘네티즌 기사 검증 놀이’에 여지없이 들통난 것이다. 뿐인가? 오프라인의 주식 투자자들까지 무시하고 조선관련주를 사들인 것이다. 과연 조선일보 만세다. 나 같으면 완전 실패한 오늘의 편집 공작을 문제삼아 당장에 편집국장 잘라버리겠다. ■ 조선업종의 전망, 조선일보만 왕따 한편으로 어떻게 주식 투자자들에게 조선일보의 보도가 무시당했는지 자초지종을 알아보자. 한국의 조선산업은 세계 1위의 자랑스러운 분야다. 그런데 올해 2월 한 달 간의 수주물량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많았다. 조선업 전문 분석기관인 클락슨의 발표를 보면 중국은 380만 톤(CGT)을 기록했고 한국은 200만 톤이어서 2월 한 달 간의 실적만 놓고 보면 중국이 2배 가까이 많은 수주를 한 것이다.

버젓이 없는 통계도 왜곡하는 조선일보가 이런 것을 놓칠 리가 있는가? 저건 분명히 팩트니 말이다. 조선일보는 어제 신문에서 재빠르게 이 사실을 당장 한국의 조선산업이 망할 것처럼 기사를 썼다. 그리고는 오늘 대대적인 편집공작을 한 것이다. 조선산업의 수주물량 하나 가지고는 약하니 이것을 중심으로 한 면을 할당해서 경제위기랍시고 전문가 진단을 써 갈기고, 예비로 1면 헤드라인에 가스전 기사를 박아 놓은 것이다. 그리고 마무리로 사설까지. 근데 2월의 실적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2배 가까이 많았던 것에 대해서 조선업계의 전문가들은 뭐라 말했을까? 한마디로 “별거 아니다”는 거다. 선박건조의 수주실적은 월별 통계가 의미가 없다는 것이고, 한국은 앞으로 4년 가까운 일감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은 부가가치가 낮은 벌크선 따위를 수주한 것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톤 단위로 비교하는 수주물량 평가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뭐라 평가했을까? 한마디로 조선일보 웃긴다 이거다. ‘이데일리’가 애널들의 워딩을 따서 써놓은 기사를 보자. “이성재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수주량을 무엇으로 채웠는가를 봐야 한다’며 ‘지난 연말부터 집중적으로 수주한 물량 대부분이 저가선인 벌크선이어서 우리와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물론 장기적으로 기술력을 키워가며 컨테이너선과 LNG선, VLCC 등에서 우리와 경쟁할 수 있지만 이는 적어도 5년 후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통상 우리가 강점을 가진 컨테이너선가는 벌크선 선가가 오른 후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발주주문이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향후 시황은 더욱 긍정적일 것으로 보여 선가가 이미 고점을 찍었다는 우려가 희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원도 ‘중국은 벌크선을 집중적으로 수주하면서 오는 2010년까지 도크 여력이 없어졌다’며 ‘오히려 중국이 벌크선 선가를 올려주면서 우리가 이제 벌크선에 관심을 가질 경우 고가로 수주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번 대우조선해양이 벌크선 4척을 수주한 예를 들며 ‘중국이 클락슨 지수평균을 척당 7800만 달러 수준까지 올린 상태에서 대우조선해양은 8200만 달러에 수주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의 조선사가 늘어날수록 국가별 수주량은 한국을 능가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국가별 비교는 전혀 무의미하며 아직 국내 조선사들은 `실적 잔치`를 벌일 때’라고 강조했다. (출처=이데일리)” 그러나 조선일보사설의 주장은 다르다. 고집이 세다. 조선산업의 관계자들의 사고방식이 안이하다는 것이다. 한국이 일본의 조선산업을 앞섰다면 중국도 한국을 앞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말은 된다. 그러나 주식 투자자들은 누구 손을 들어줬을까? 당연히 조선일보 ‘왕따’됐다. 조선일보가 항상 주장하던 대로 ‘국민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조용히 항복하시라. -노승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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