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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비리’에 귀 막은 조선일보, 보도 안하나 못하나

자사사주, 사학재단 이사장이란 이유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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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호 ⁄ 2007.07.03 11:37:59

지난 15일 감사원은 지난 해 3월 13일부터 5월 30일까지 전국 124개 학교법인 및 그 소속 학교, 교육인적자원부 및 16개 시·도 교육청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학지원 등 교육재정 운용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사학들의 비리 실태는 충격적이다. 사학들의 비리 유형을 살펴보면 △교비 횡령·유용 △비자금 조성 △공사계약 체결 시 리베이트 수수 △설립자의 친인척 등 무자격 특수관계자의 교원 임용 △회계문서 파기 등 파렴치한 범죄행위들이 넘쳤다. 교육재단을 운영할 최소한의 ‘자질’조차 갖추지 못한 재단들이 전횡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개정 사학법에 반대해 온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감사원의 이번 감사결과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특히 조선일보는 감사원 감사결과를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 보도 안하는 것일까, 못하는 것일까 그러나 평소 사립학교법 재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던 조선일보에는 사학비리 관련 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조선일보는 사학재단과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사학법 재개정 문제에 대해서는 사설을 통해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견지했지만 감사원이 사학비리 실태를 발표하자 단 한 줄의 기사도 내보내지 않았다. 왜일까. 자사의 사주가 사학재단 이사장이라서일까. 아니면, 기사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일까. 평소 사학재단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하듯 보도했던 조선일보로서는 ‘불편한’ 기사인 까닭일까. 언론은 세상을 상식의 눈으로 봐야 한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해서, 엄연한 ‘팩트(사실)’에 눈과 귀를 닫는 것은 언론이 아닌, 정치집단일 뿐이다. 그렇다면 조선일보의 경쟁지라고 할 수 있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어땠을까. 먼저 중앙일보는 16일 ‘9개 사립대 56명 법무법인 변호사 겸직-법대 교수들 법 허점 악용’에서 감사 결과를 보도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곧장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지적과 마주해야 했다. 민언련은 분석 자료에서 “제목에서부터 ‘일부 변호사 출신 법대 교수들의 법무법인 겸직 문제’를 부각했다”며, “기사에서도 법대 교수들의 겸직 문제를 먼저 보도한 뒤, 사학재단들의 비리는 뒷부분에 실었다”고 밝히고 “일부 교수들의 겸직 문제를 앞세워 상대적으로 재단의 비리를 축소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동아일보는 16일 ‘감사원, 3개 비리사학 등 20곳 추가 고발’이라는 기사에서 감사원의 감사결과에서 드러난 사학비리의 유형을 간단하게 보도했다. 하지만 민언련은, “동아일보가 기사에서 ‘사학법인과 건설업체 및 관련자’, ‘사학법인은 3개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건설업체’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감사원이 추가 고발한 20곳 중 사학재단이 3개에 불과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데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조중동 등 이른바 보수신문들은 “사학비리는 ‘일부’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개정 사학법을 ‘사학들의 자율권 침해’라고 끊임없이 흔들어 왔다. 그러나 이번 감사결과 심각한 비리로 고발당한 사학이 전체 조사 대상의 22%(전체조사대상 124곳 중 27개 사학법인)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비리 내용에는 교비횡령·비자금 조성 등 교육재단이 저질렀다고 보기에는 낯 뜨거운 범죄행위들도 상당수였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운영에 대한 최소한의 공적 견제장치인 ‘개방형 이사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보수신문들의 사립학교법 재개정 주장은 곧 학교 운영을 사학들의 ‘양심’에만 맡기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더욱이 조선일보는 사학비리에 대해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민언련은 “그동안 사학재단의 주장이라면 시시콜콜한 것까지 보도해 왔던 조선일보가 사학재단들과 관련된 ‘비리사실’에 대해서는 눈감고 있으니 ‘사학재단 대변 신문’이라 할 만하다”고 꼬집었다. ■ 언론사 간부는 사학재단의 주요 스카우트 대상(?) 이와 관련해 감사원의 사학 비리 감사 발표가 있기 하루 전인 지난 3월 14일 교육인적자원부는 주목할만한 자료를 내놓았다. 이 자료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열린우리당 구논회 전 의원에게 보고한 ‘2004년 사립중·고·대학 학교법인 임원 현황자료’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36개 대학 관련 사립재단 중 3분의 1 가량인 45개 대학이 언론인 출신 재단 이사(이사장)를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의 전·현직 간부들이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SBS·한국일보·경향신문·서울신문·코리아헤럴드·스포츠투데이의 전·현직 사장들도 재단 이사로 참여하고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김병관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도 사학과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지난 1999년 고려중앙학원 제 11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김 전 회장은 2005년 6월 대법원에서 탈세 횡령 혐의에 대한 최종 유죄판결이 나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전 회장은 당시 “언론이나 학교 경영이나 권력과 타협하지 않고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신념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방 사장도 서울 숭문고 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다 물러났고 지난해 12월 중앙일보 회장으로 복귀한 홍 회장 역시 포항공대 재단 이사로 활동한 바 있다. 사학재단 관계자들은 언론인을 재단이사로 선임하는 이유에 대해 언론의 ‘힘’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지난 3월 14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한림대 재단 관계자는 “유명한 분들이 참여하면 학교에 뭐가 돼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김학준 이사님도 여러 곳에 참여해오고 계시는데 개정 사학법에 저촉되는 것도 아니고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경원대 재단 관계자는 “송석형(SBS 전 보도본부장) 이사님은 언론 쪽에 계실 때부터 워낙 발이 넓기로 유명한 분이지 않느냐”며 “그래서 그런지 우리 재단에도 자연스럽게 들어오시게 됐다”고 말했다. 우석대 재단 관계자는 “김남곤(전북일보 전무이사) 이사장님은 지역에서 예전부터 우리 재단과는 특수한 관계를 맺어온 분”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많은 영역에서 ‘유착’이 사라졌다는 것에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대다수 언론도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언론은 하나의 ‘성역’으로 남아 있다. 사립학교 재단 측의 ‘사학법 재개정’ 주장은 대서특필하면서, 그 반대의 의견과 데이터에는 눈을 질끈 감는 신문, 이것을 언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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