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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대선에서는 ‘397세대’를 주목하라

2002년에는 386, 2007년에는 30대·90년대 학번·70년대 출생이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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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2호 ⁄ 2007.07.03 10:43:27

지난 2002년의 대통령 선거에서 단연 돋보인 세대는 이른바 ‘386 세대’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후 우리 사회의 각종 이슈와 아젠다를 선점해가는 여론주도층이 됐다. 그렇다면, 올 연말 대선을 주도할 세대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386의 후배들이라 할 수 있는 ‘397(30대, 90년대 학번,70년대 생)세대’가 올 대선 정국을 맞아 독자적인 세력 결집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4월 1일 ‘진보와 개혁을 위한 전국 청년세대 네트워크(청년세대 네트워크)’가 결성됐다. 이 단체에는 현재 시민운동가와 국회의원 보좌관, 언론인, 직장인, 종교인 등 우리 사회의 허리를 형성하고 있는 30대 100여명이 동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평화·인권에 부합하는 대선후보 지원할 것” 청년세대 네트워크는 오는 4월 19일 ‘청년세대 4·19인 선언’을 통해 공식 활동을 선언한 뒤 올해 대선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년세대 네트워크의 주축은 90년대 초반 학번이다. 자신이 91학번(35살)이기도 한 안진걸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은 “이번 대선에서 ‘창조한국미래구상’ 등과 적극 연대해 민주주의와 평화 그리고, 인권 가치와 부합하는 후보를 지원하고 이 가치를 부정하는 후보에 대해서는 공세적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등장한 386 세대와 자신들은 그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다. 정을호(35) 미래구상 팀장은 “386세대와 단절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정치적 진출을 중심으로 이야기되는 386세대와는 명확히 구분되는 시민사회의 가치에 기반 한 사회세력화를 추진하는 전국적 네트워크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정을호 팀장은 “평화를 사랑하고 6·15공동선언을 지지하며 신자유주의에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기존의 시민사회단체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즉, 기존의 시민단체가 상근인력 중심으로 활동이 전개되면서, ‘반(半) 관료화’된 것을 따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상근인력을 두지 않을 방침이다. 모든 의사소통을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는 ‘포괄적이고 느슨한 네트워크’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또 지역 및 부문별 연락책임자와 운영위원회를 빼고는 지도부도 따로 구성하지 않을 방침이다. 청년세대 네트워크는 지난해 말 90년대 학번 출신 시민운동가를 주축으로 한 시민사회청년활동가모임에서 처음 제안됐다. 이 모임은 오광진(35) 서울흥사단 사무국장, 윤법달(35) 원불교청년회 평화의친구들 사무국장, 문치웅(35) 마포개혁연대 간사, 최양현진(35·벤처기업 회사원)씨, 권영태(35·동국대 북한대학원)씨 등 91학번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사회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변화와 개혁의 동력으로서 새로운 세대가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전국에 흩어져 있는 젊은이들의 역량을 결집해 한국사회 진보와 개혁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397 세대의 무기는 UCC 인터넷에 기반을 두고 있는 ‘397세대’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UCC(사용자제작콘텐츠)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인터넷 여론 몰이’ 전술이 빛을 발했다면 이번 대선은 UCC 전략이 대선 승부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들 397 세대의 등장과 관련해 네이버 블로거 박상욱 씨는 자신의 블러그에 재미있는 분석을 올렸다. 그에 따르면, 397 세대의 성장과정은 대개 엇비슷하다. 이들은 70년대 말부터 80년대까지 초등학교를 다녔다. 이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사건을 기억하고 있고, 5~6공 시절에 초중등 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또 ‘둘만 낳아 잘 기르자’부터 ‘잘 기른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에 이르는 ‘산아 제한 캠페인’의 세대이기도 하다. 아울러 점심시간 ‘잡곡 검사’의 기억이 분명하다. 또 이들은 ‘우리나라는 아직 가난하고, 겨우 보릿고개를 벗어났고, 새마을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배웠고 ‘국민소득 2천불 돌파 축하’의 기억도 있다. 397 세대는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으니 가공무역에 집중해야 한다’고도 배웠고, ‘대통령 간선제가 좋은 제도’라고 배웠다. 이들은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을 기다리며 유소년기를 보내기도 했고, 냉전시대의 끝자락을 지내며 미소 군비경쟁과 첨단무기에 대한 관심이 많은 세대이기도 하다. 게다가 ‘콩나물 교실’과 ‘오전오후반’의 세대이기도 하고, 90년대 초 대학입시 응시생 수가 극대점에 이르면서 치열한 경쟁의 시절을 겪어야 했다. 박상욱 씨는 자신의 블러그에 올린 글에서 “위 내용들 중 90% 이상에 ‘맞아!’라고 답했다면 당신은 397”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397은 자라면서 가난한 나라부터 웬만큼 잘 사는 나라까지 경험했고, 군사독재로부터 민주정부까지 경험했으나 그 과정에서의 광주항쟁, 6월항쟁, 87년 노동자 대투쟁 등엔 완벽한 구경꾼이었다”면서 “즉, ‘어른들’이 저지른 잘못들을 다른 ‘어른들’이 바로잡는 과정을 그저 목격했고, 십여 년 배워온 것들이 상당 부분 거짓말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397 세대가 대학생이 되던 90년대 초반의 상황은 이들이 결코 정치의 방관자가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397 세대가 대학에 들어서자마자, 3당합당이라는 정치적 야합과 마주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이 대학의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되는 93년경부터는 “선배들로부터 대학 새내기들에게 집중되는 소위 ‘의식화’ 교육은 활력을 잃었을 뿐 아니라, 필요성조차 상실했다”고 박상욱 씨는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90년대 학번들부터 소위 ‘(정치나 이념 관련)아무 생각 없는 대학생’이 등장하고, 배운 것들과 현실의 충돌 속에 자기 스스로가 이념적 스펙트럼상의 위치를 선택해야 했다”고 박상욱 씨는 자신의 블러그에 올린 글에서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극우로부터 극좌까지 넓게 분포하고, 중도좌파와 중도우파가 비슷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게 박상욱 씨의 설명이다. 즉, 요즘 말하는 ‘젊은층 보수화’의 씨앗이 이때 뿌려졌고, ‘대학생은 좌파’라는 등식이 깨졌다는 것이다. ■ 자기결정의 논리를 믿는 397 세대 그렇다면 이들 397 세대의 정서적 특징은 무엇일까. 박상욱 씨는 “397세대는 가치관과 이념의 혼란, 격변의 시대를 구경꾼으로 지낸 것 등으로부터 단련된 자기 결정의 논리를 믿으며, 누가 ‘이것이다!’라고 말해도 잘 믿지 않으며 자신들이 옳다고 판단한 것만을 믿는다”고 분석했다. 또 판단의 논리는 합리성과 정의성을 강조하고, ‘이거다’보다는 ‘이건 아니다’에 강하다는 게 박상욱 씨의 분석이다. 박상욱 씨에 의하면, 397세대는 평소 정치적·이념적으로 다양한 성향을 보이다가도,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신기하리만큼 빠른 속도로 거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이는 네티즌 문화의 특징이기도 하다. 때로 격렬한 토론이 일어나지만 항상 ‘대세’를 형성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지, 거대한 두 파로 갈라지는 법은 없다. 397 세대는 경쟁심과 승부욕이 매우 강하다는 특징도 있다고 박상욱 씨는 설명한다. 월드컵에 열광하는 것도 이 때문이며, 일본에 대해서는 선배들에 비해 조금도 완화되지 않은 비호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박상욱 씨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397은 탈 이념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탈 이념적’이라는 말이 ‘멍청하다’는 뜻은 아니다”면서“ 그들은 이념적 혼란을 스스로 극복해야 했기에 오히려 더 똑똑하다. 말하자면, 이념적 논쟁이 무의미함을 체득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397 세대가 올 연말 대선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유권자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박상욱 씨는 “이전 대선에서 397들은 하자가 있다고 믿은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투표했고, 자신들의 성장 과정에서 A에서 B로의 전이를 겪었기에, A의 세력을 다시 선택하는 것에 극심한 거부감을 느꼈다”며 “다음 대선은 탈이념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397의 절반 정도가 충분히 보수화되어 있다고 하나, A세력을 찍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오판”이라며 “한나라당에서 A세력과 무관해 보이는 후보를 내고, 열린우리당에서 민주화운동가 또는 노회한 행정가를 낸다면 열린우리당이 필패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상욱 씨는 “397은 다음 대통령에게 ‘한국을 강대국으로 만들 의지가 있는지, 권위주의적으로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지 않고 현장을 누비며 사회의 주력 일꾼인 자신들(397들)을 중시할 것인지, 아직 자본 축적이 충분치 않은 젊은 사람들도 맘 놓고 살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지’를 주로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전 선거가 386의 선택에 397이 힘을 보태 준 것이었다면, 다음 선거는 397의 선택이 될 것”이라며 “397이 아무 생각 없는 신세대라거나 386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당은 패배의 쓴잔을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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