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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여검사의 ‘이유 있는 쓴 소리’

김진숙 대검 부부장 검사, 드라마 ‘히트’에 “현실과 다르다”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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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2호 ⁄ 2007.07.03 10:49:56

검사와 경찰관의 팀웍을 다룬 드라마 ‘히트’를 두고 현직 여검사가 현실과 다른 상황 설정을 문제 삼았다. 대검찰청 김진숙 검사는 2일 발행된 대검찰청 온라인 전자신문 ‘뉴스 프로스’를 통해 MBC 월화드라마 ‘히트’의 1, 2회를 지켜본 소감을 털어놨다. ‘검·경의 빅딜? 드라마 히트!!’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 검사는 “극은 드라마 형식을 빌려 현실로는 일어날 수 없는 장면들을 화면 가득 담고 있다”며 “아무리 드라마라도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극적 재미를 가미해야지 극적 구성을 위해 리얼리티를 희생하는 것은 그다지 세련된 기법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히트’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즉, 드라마 ‘히트’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 게 김 검사의 주장이다. 김 검사는 ‘히트’에 대해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현장에서 온몸을 던져 일하는 일선 경찰관들의 일과 삶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일단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김 검사는 곧이어 “다만 극은 드라마 형식을 빌려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장면들을 화면 가득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검사는 이미 방송된 내용 중 김재윤 검사(하정우 분)의 불법카지노 출입과 차수경 경위(고현정 분)의 폭력행사를 특히 문제 삼고 있다. 김 검사는 “검사 임용을 하루 앞두고 불법카지노에 출입하다가 조폭을 쫓는 차수경 경위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얻어맞는 김재윤 검사, 연쇄살인범 수사를 위한 강력특별수사본부에 파견되어 팀장인 차수경 팀장으로부터 다시 손바닥으로 뺨을 얻어맞는 초임 검사, 검사의 지휘를 무시하는 특별수사본부 경찰관들, 술의 힘을 빌려 검사에게 반말과 욕지거리를 하는 차수경 경위” 등을 거론하면서, “글쎄, 그럼 현실은 어떨까?”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김 검사는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김재윤 검사가 불법카지노에서 카지노를 하다가 현장을 덮친 경찰관에서 쫓긴 조폭 두목을 끌어안고 물에 뛰어들어 영웅이 돼 임용식에서 조폭검거 사건으로 칭찬을 받는 부분에 대해 “법무부나 대검의 감찰부는 그 사건을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넘어가는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즉, 현직 검사가 불법카지노에서 게임을 한 사실이 발각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게 김 검사의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검사 임용도 보류될 수 있으며 사안에 따라 임용이 거부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드라마의 김 검사의 공(?)으로 경찰의 특진이 무산됐다는 설정도 김 검사는 “지나치게 극적”이라고 비판했다. 드라마 중에서 김재윤 검사가 강력특별수사본부에 파견하는 대목에 대해서도 김 검사는 “아무리 연수원 수석이고 수사과목에서 1등을 했다고 해서 며칠 전에 임관한 새내기 검사를 혼자 달랑 파견하는 일은 검사생활 15년째인 필자가 알기로는 하늘이 두 쪽 나도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검사는 또한 “초임검사가 수사업무를 배우기 위해 강력특별수사본부에 파견되었다는 드라마 경찰 고위 간부의 말은 논평할 여지조차 없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김 검사는 수사권 지휘 등에 관한 법조항을 들어 “강력특별수사본부 팀 전원은 원한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살인사건을 재수사하라는 검사의 지휘를 완전히 무시한 채 월급을 주는 경찰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면서 지휘를 거부하고 있어 현행법에도 저촉되고 실제로 그런 일도 없어 현실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검사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김 검사가 불법카지노에서 게임을 한 도박사건과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차 경위가 그의 뺨을 때린 폭행사건과 ‘빅딜’을 시도한 대목도 현실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 검사에 따르면, 폭행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피의자의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만 도박죄는 그런 규정이 없어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차 경위가 ‘빅딜’을 시도했다면 자칫 ‘직무유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검사의 주장이다. 김 검사는 “아무리 수사 권한이 있는 경찰관일지라도 자신의 편의 여하에 따라 형사 입건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원한관계에 초점을 맞춘 검·경합동수사에 대해서는 “아무리 경력이 일천한 초임검사일지라도 검사는 검사”라며 “강력특별수사본부 팀 전원이 살인사건을 재수사하라는 검사의 지휘를 완전히 무시한 채 월급을 주는 경찰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면서 지휘를 거부하는 일은 현행법에도 저촉되고 실제로 그런 일도 없어 현실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사는 경찰관이 현장을 발로 뛰며 얻어낸 각종 증거자료에 대해 검사가 법률적·논리적인 판단을 가미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므로 경찰과 검찰의 역할은 다 같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검사는 이어 “고현정 씨를 부각시키려 해서 그런지 검사뿐만 아니라 경찰관들도 차 경위 이외에는 필자가 일하면서 다년간 목격해왔던 묵묵히 일하는 성실한 경찰관의 캐릭터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검사는 또 “검사들의 실제 생활은 이 드라마에서 그려진 것과는 전혀 판이하다”며 “초임검사인 김재윤 검사가 검찰의 업무를 익히는 장면은 전혀 없고, 정의로운 차 경위의 수사에 장애가 되거나, 주로 밤에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놀러 다니는 검사의 모습이 악의적으로 묘사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검사는 “극에 나오는 검사의 유희는 정말 사치스럽기만 하고 드라마는 경찰과 검사의 일상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키고 있다”면서 “고급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바에서 피아노를 치며, 수영을 한 후 맥주를 마시는 검사의 모습을, 실내포장마차에서 술에 취해 온몸을 던져 망가지며 노래를 부르는 차 경위의 모습과 대비하고 있다”며 무리한 드라마의 구성에 일침을 가했다. 김 검사는 “검찰의 자문 없이 검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 검사에 대한 피상적인 이미지만을 소재로 삼거나, 아니면 극의 구성상 필요 혹은 어떤 사정에 의하여 검사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그려야 하므로 실제 검사들에게 사전에 조력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검사는 끝으로 “첫 회부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숨 막히는 추격신에서 조폭을 추격하는 멋진 헬리콥터가 기관홍보를 위한 국가예산낭비가 아니고 단순 컴퓨터 그래픽이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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