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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 무소불위 시대 끝나다

‘주민 소환제’ 본격 시행… 광명·하남·부산·경남 등 “소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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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호 ⁄ 2007.07.03 09:10:05

지난해 5월24일 제정·공포된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의 유예기간이 25일 끝남에 따라 ‘주민소환제’가 본격 시행된다. 주민소환제는 주민투표로 의사에 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비리 등 문제를 일으키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퇴출시킬 수 있는 제도이다. 이에 지자체장, 지방의원 등 공직사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임기가 보장된 선출직 공무원도 언제든지 퇴출당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방정치인의 도덕적 해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반면, 지역주민들에게 이끌려 소신 있는 의사결정이나 정책 추진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일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벌써부터 하남을 비롯한 몇 개 지역에서는 단체장을 비롯한 지방인사들에 대해 주민소환제를 적용하기 위한 주민들의 발빠른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황. 임기개시 1년 이내에는 소환투표를 청구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오는 7월 1일부터 소환 청구가 가능하지만, 재개발·재건축, 외유성 연수 등 문제로 물의를 빚은 단체장에 대해 지역 주민들이 소환절차에 들어갔거나 진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민 소환 1호가 될 것으로 보여지는 대상은 김황식 하남 시장이다. 경기도 하남시 주민들로 구성된 ‘광역 화장장 유치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주민소환제가 시행되는 25일부터 김황식 하남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주민소환 운동을 벌이기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펴고 있다. 범대위는 25일 하남시청 앞 범대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의사를 무시한 채 일방적이고 졸속으로 광역 화장장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며 “청정 하남을 지키고 시민 주권을 사수하기 위해 김 시장과 시의원 세 명 등 네 명에 대한 주민 소환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6월초 주민소환 준비위원회를 결성해 청구인 대표와 위임자 1천명을 선정하고 7월초 투표청구 서명운동을 벌여 7월말 투표를 청구한 뒤 9월말 주민소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범대위측은 소환이유에 대해 “광역 화장장 유치를 포함한 각종 독선·오만 행정”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에서는 건설회사와 지자체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재개발·재건축사업에 제동을 걸기 위해 지난달 14일 발족한 ‘부산시 재개발·재건축 시민대책위원회’가 허남식 부산시장과 하계열 부산진구청장을 상대로 전국 최초로 주민소환을 위한 절차를 밟으며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시민대책위는 정현옥 동구청장과 최찬기 동래구청장, 박극제 서구청장에 대해서도 주민소환 발의를 경고했다. 또한 부산 동래구 온천동 모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 1월부터 아시아드로와 아파트 입구를 잇는 계획도로 건설을 요구하며 구청 앞에서 집회를 계속하고 있고 구청장에 대한 주민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경남에서도 ‘일해공원’ 명칭 논란을 일으켰던 심의조 합천군수와 골프장 조성과 관련해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해 있는 천사령 함양군수가 주민소환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 밖에도 서울과 전남 순천에서는 최근 남미와 유럽으로 각각 외유성 연수를 다녀온 구청장과 시의원들이 주민소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에서는 ‘호남 비하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은 이효선 시장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주민소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민소환 움직임이 실제 해임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 소환투표 청구의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주민소환제는 ‘청구’와 ‘투표’라는 2단계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 광역 시·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총 투표권자의 10% 이상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기초 시장·군수·구청장에 대해서는 투표권자의 15% 이상, 광역 및 기초 의원에 대해서는 투표권자의 20% 이상으로부터 서명을 받아야 청구할 수 있다. 더군다나 투표에서 투표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소환’이 이뤄지기 때문에 주민소환제가 실제 어느정도 성과가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 한나라 ‘긴장’,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적극 환영’ 한편, 국회에서는 한나라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은 ‘주민소환제’를 적극 환영하고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출신의 서울시내 7개 구청장들이 호화 남미외유를 하고 온 사실과 한나라당이 포진해 있는 인천시 남동구의회와 남구의회도 구 예산으로 외유성 해외연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나라당이 주민소환제에 대해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23일 브리핑을 통해 “남동구의회의 미국해외연수는 아예 여행사가 내놓은 여행상품과 일정이 똑같이 잡혔다”며 “이처럼 국민을 무시할 수 있는 배짱은 결국 한나라당이 일당 독점하고 있는 지방자치 구조가 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예산낭비 등 구태를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기보다는 서로협력하고 나눠먹는 독점구조”라고 비판하며, “주민소환제 첫 번째 대상은 국민을 무시하고 두둑한 배짱을 과시한 이들 지자체장들과 지방의원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열린우리당은 25일 현안관련 브리핑을 통해서도 “첫 소환자가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높은 가운데, 대부분 지금 거론되는 자치장들은 한나라당 출신”이라며 “주민소환제가 주민을 무시하고 오만한 행동으로 일관한 지방자치장과 인사들에 대한 엄중한 평가가 되면서 동시에 지방자치제가 뿌리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주민소환제가 발효되는 날 이에 대한 별다른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형오 원내대표가 “거론되는 인사들 중에 한나라당 단체장이 있는 경우도 많고, 특히 하남시의 화장장 문제로 다툼이 심한 것 같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당이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주민소환제에 대한 한나라당 인사들에 대해 미칠 여파를 우려했다. 주민소환법에 가장 적극적인 환영을 표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주민소환법 발효는 참여민주주의의 진전”이라며 “지방선출공직자는 주민소환의 대상자가 아닌 주민의 공복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의 김형탁 대변인은 “주민소환법의 발효는 관행이라는 핑계로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해온 선출직들에게도 엄중한 심판이 내려질 수 있다는 의미에서 민주주의에 있어 대단한 진전”이라며 “이 법의 발효를 계기로 참여 민주주의가 더한층 성숙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성명을 통해 “주민소환제의 시행은 당해 지자체의 임금으로 행세하는 무소불위의 자치단체장은 물론 주민을 대신하여 단체장을 견제하고 비판해야 하는 지방의원에겐 목에 가시가 되길 기대한다”며 “주민소환제의 시행으로 주민에 의해 선출되었지만 주민 위에 군림하는 지방선출공직자가 선거 당시의 마음가짐과 소명의식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주민소환제 도입의 의미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정당민주화”라며 “자당의 후보를 추천하여 당선시켰듯이 당선된 지방선출공직자의 공직활동에 대해 추천한 정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도개혁통합신당의 박상돈 전략기획위원장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행정자치부 통계에 의하면, 지난 95년 민선자치가 재개된 이후에 비위나 비리로 사법처리된 사람은 시·도지사 5명, 그리고 시장 군수 구청장 53명을 포함해서 모두 246명에 이르고 있다”며 “사실상 이런 비리나 비위에 대해서 효율적인 어떤 제재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주민소환제가 제대로만 시행이 된다고 하면 대단히 큰 통제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에 대한 무소불위의 권력에 제동을 걸 수 있도록 이 제도가 정말 좋은 제도로 하루 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국민들과 함께 정부도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현행 주민소환법률에서 제외된 비례대표 지방의원과 주민직선 교육감·교육위원을 주민소환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률 개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민주노동당은 현재의 주민소환제에 대해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처럼 국회의원들 자신들에 대해서는 소환대상자에서 제외하고 지방선출공직자에게만 주민소환의 칼날을 들이댔다”고 비판하며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소환을 할 수 있는 ‘국민소환’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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