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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공무원이 몰려온다

MB정부 외국인 공무원 임용 활발해질 듯, 외국인 장·차관급 채용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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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3호 박성훈⁄ 2008.04.14 18:20:01

‘검은 피부의 대한민국 정치가’ ‘파란 눈의 공무원’ 현재까지 외국인 출신의 정치인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이러한 어구들은 아직 뇌리에 떠올리기도 생경한 모습들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들어 외국인의 공직 참여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3월 22일 매일경제와 일본경제신문 등 국내외 경제지 공동회견을 통해 “글로벌 시대를 맞아 공직사회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인재가 들어와야 한다”며 “외국인 공무원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개방적으로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인의 진출이 금지돼 있는 국가안보·보안 및 기밀과 관련된 분야를 제외하고는 능력있는 외국인을 임용해 투자유치·통상·산업·교육·문화· 도시계획 분야에서 공무원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 2002년부터 외국인 공무원 채용 길 열려 “국가기관의 장은 국가의 공권력을 행사하거나 정책결정 그 밖에 국가보안 및 기밀에 관계되는 분야가 아닌 연구·기술·교육 등 특정한 분야의 직위에 대하여 그 자격요건에 적합한 대한민국 국민을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기간을 정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국회 규칙, 대법원 규칙,헌법재판소 규칙,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외국인을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있다.” 국가공무원법에서 외국인 공무원 임용을 규정한 법률의 전문이다. 이 조항은 2002년도에 신설된 것으로, 그 이전에는 외국인이 국가 공무원에 임용되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러나, 국제화·세계화 시대 속에서 어학과 기술·금융 등 특정분야에 대한 전문인력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제한적이나마 외국인에게 공직의 문호를 개방하게 된 것이다.

■ MB, “금융위원 외국인 뽑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2월 간 활동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국가경쟁력강화특위의 위원장에 영국 사람인 데이비드 엘든을 임명했다. 두바이국제금융센터 회장을 지낸 데이비드 엘든을 중용한 이명박 대통령의 용병술은 척박했던 두바이를 ‘중동의 뉴욕’으로 승격시키는데 기여한 그의 경제 마인드를 높게 산 것으로 평가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신설되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에 외국인을 임명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미국인인 윌리엄 라이백 전 홍콩금융관리국(HKMA) 부총재가 금융위원회 특별고문(부원장급) 영입 제의를 받기도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외국인도 공무원에 임명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하겠다고 공언하는데까지 이르렀다. 법규의 개정 여부는 국내 여론과 국회의 동의 여부를 통해 검증되겠지만, 그만큼 외국인의 공직 참여에 대한 국내 인식이 많이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18대 총선에서 귀화인 국회의원 후보가 나온 사례는 외국인의 공직 참여 분위기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창조한국당에서는 이주여성들의 권익을 보장하는 정당이 되겠다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필리핀 출신 귀화인 주디스 알레그레 헤르난데즈 씨를 비례대표 8번에 등재한 바 있다. 독일 태생으로 1986년 한국에 귀화한 방송인 이참 씨는 한나라당에 비례대표 후보자로 등록하기도 했다. 토종 한국 사람만 국회에 진출해 온 보수적인 정치사회에 외국 태생 인사가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현실은 외국인의 공직 진출이 이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 외국인 관료 임용 ‘찬성’ 57.1% 공무원법을 개정해 외국인도 장·차관에 기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여론은 찬성 쪽으로 더 기울어 있는 모습이다. CBS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서 발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장·차관직 외국인 임용 허용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57.1%, ‘반대한다’는 응답이 25.7%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공직자 임용에 반대하는 의견이 찬성 의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실상 우리나라는 구한말 당시 러시아와 일본의 대신 및 친일 외국인들이 공무원 자격으로 우리 민족을 지배하며 온갖 만행을 저지른 아픈 과거가 있어 역사적으로 외국인 각료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갖고 있다. 또한, 정책결정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외국인 장·차관의 국적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외국인 공직자에 대한 인식이 그리 고운 편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공무원에 대한 우리나라의 개방화 추세가 2002년부터 지속돼 온 것은 외국인 관료에 대한 인식을 부드럽게 하는데 기여했다. 또한, 공무를 수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국적은 큰 문제가 안 된다는 효율성의 논리가 외국인 관료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분위기를 만든 것으로 해석된다. 새 정부의 외국인 임용 방안은 글로벌 경쟁시대에 맞춰 국적을 따지지 않고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자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철학에 따른 것이다. 인재가 곧 국가경쟁력인 만큼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공직사회도 능력있는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연구 및 자문역에 그쳐 왔던 외국인들이 정책 결정에도 직접 관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대학교·지자체에서 다양한 활동 현재 외국인이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공직은 교육분야이다. 국공립 대학 가운데 4년제 국공립대에서 전임교원 이상의 외국인 교수는 2007년 기준으로 총 23명이었다. 이 중 10명은 서울대에 속해 있어, 나머지 42개 국공립대의 외국인 교수 인원은 학교당 평균 0.3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당시 교육부가 해마다 해외 유학생이 증가하고 대학의 연구 성과가 국제적 수준인데 비해 외국인 교수 비율이 적다고 판단, 국제화를 위해 외국인 교수를 최대 14배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2003년부터 국내 학교에서 외국인도 정규교원으로 채용할 수 있게 되면서 외국인 교원이 더욱 늘어났다. 종전에는 국공립 학교에 채용된 230여 명의 영어 원어민 강사와 외국어고등학교 등 일부 학교에 채용된 300여 명의 외국인 교원들이 모두 강사 신분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교육부의 관련 법규 개정작업이 진행되면서 외국인도 국내에서 교원자격증을 취득하고 정규교원 신분으로 교단에 설 수 있게 되었다. 당시 교육부 관계자는 “외국인 교원의 채용은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우선 외국어나 특수직업 분야 등 국내에서 양성되기 어려운 분야가 주된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공무원을 제외한 일반 외국인 공무원들의 활동도 일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초의 외국인 일반 공무원으로는 안동 시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일본인 오가타 게이코 씨와 중국의 류센원 씨가 있다. 이들은 ‘최초의 외국인 공무원’이라는 수식어 덕분에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은 시청에 계약직으로 채용돼, 지역홍보나 문서 번역·통역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또한, 안산시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지역적 특성을 감안하여 외국인 공무원을 계약직으로 채용했다. 이들은 지역순찰 업무와 자국 근로자들에 대한 민원지원 업무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외국인 일반 공무원이 계약직이고 낮은 직급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장·차관급 외국인 공무원 임용 발언을 볼 때, 외국인 공무원의 직급이 높아지고 활동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 해외 사례 및 장단점 해외의 경우, 능력이 검증되면 국적을 가리지 않고 공무원으로 데려가 쓰는 나라가 여럿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 등 금융과 무역이 주업종인 곳에서는 외국인 임용에 대한 거부 정서가 없는 편이다. 민간에서 능력을 검증받은 최고경영자(CEO) 출신을 고위직에 앉히는 경우도 많다. 홍콩은 실·국장급 이상 고위 공무원 140여 명 중 20여 명이 외국인이다. 임두택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상당수 공무원이 국제금융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홍콩은 외국인을 임용하면 투자유치를 끌어낼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실적주의에 입각해 외국인에게 고위 공무원 자리를 개방한다. 특히, 미국·영국의 유명대학에서 교육받은 사람을 고위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경향이 있다. 뉴질랜드는 차관직을 외국인에게 개방한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같은 EU권 국가에 대해 공무원 자리를 개방한다. 단, 군인·경찰·법원·외무·세무직 등 공권력 행사 및 공공이익 수호와 밀접한 직위는 제외한다. 홍콩·싱가포르 등의 국가가 주로 고위직을 개방하는데 비해, EU 국가들은 하위직도 개방한다. 미국은 외국인에 대한 구분을 확실히 하는 편이다. 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경쟁해야 하는 직위의 경우 외국인이 응시하기 힘들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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