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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없는 ‘삼성號’ 어디로 가나

이재용에게 경영권 승계 가능성 열어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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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호 심원섭⁄ 2008.04.28 17:20:16

“저는 오늘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아 아쉬움이 크지만, 지난날의 허물은 모두 제가 떠안고 가겠습니다. 그 동안 저로부터 비롯된 특검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진심으로 사과 드리면서 이에 따른 법적·도의적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삼성가족 여러분, 20년 전 저는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인정받는 날, 모든 영광과 결실은 여러분의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어 정말 미안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합니다. 오늘날의 삼성이 있기까지는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과 사회의 도움이 컸습니다. 앞으로 더 아끼고 도와 주셔서 삼성을 세계 일류기업으로 키워 주시기 바랍니다.” ■이수빈 회장, 삼성그룹 얼굴로 지명 4월 22일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임직원들의 눈물 속에 삼성특검에서 불거진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차명계좌 사건 등에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전격 퇴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삼성그룹 쇄신방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삼성그룹 식구들과 국민에게 발표한 사과문이다. 이어, 삼성은 이학수 그룹 전략기획실장(부회장)의 주관으로 그룹 쇄신안을 발표했다. 그러면 이건희라는 일등 선장을 잃게 된 ‘삼성號’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일단 이 회장의 퇴진으로 야기된 삼성의 경영구도와 관련해, 이날 쇄신안을 발표한 이 부회장은 “경영은 각사 CEO들이 할 것이다. 사장단 회의에서는 세부적인 경영보다 공통적인 문제나 관심사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계열사 간 경영체제로 움직인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경영권을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넘기는 것이 아니라, 계열사 사장을 포함한 모든 수뇌부가 전문경영인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계열사 사장들이 책임경영 체제를 다지고, 주요 사안이 등장할 경우 사장단 회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식으로 경영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경제계 일각에서는 삼성 사장단회의가 한시적 결정권을 행사하거나 ‘식물’ 사장단이 되지 앓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그럼에도, 삼성특검에 의해 밝혀진 전략기획실의 ‘어두운 면’이 드러난데 대한 국민의 비난 여론과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큰 아픔을 참아내고 환부를 도려냄으로써 그룹 차원의 간섭경영, 선단식 일방형 경영체제를 혁신할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전무로의 경영권 이양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현재까지의 대체적인 기류다. 즉, 모양상 이 회장이 퇴임하고 이 전무가 해외로 나가 경영수업을 받는 방식을 택했으나, 여전히 이 회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 전무에 대한 경영권 승계는 일단 뒤로 미뤄졌지만, 이 전무가 대내외로 경영능력을 인정받는 순간 삼성은 ‘이재용 체제’로 예전의 모습을 되찾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이 회장께서는 이재용 전무가 주주와 임직원 사회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경영권을) 승계할 경우 회사나 이 전무에게 불행한 일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고 말했다”고 전한 이 부회장의 전언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번 쇄신안에 따라 오는 7월 1일을 기점으로 그 동안 삼성을 주물러 온 이 부회장을 비롯한 김인주 사장 등 그룹의 원로급 임원들이 물러나고 새로운 사장단이 삼성을 이끌게 된다. 따라서, 이 회장의 주장대로 현재의 그룹 지도부가 있는 시점에서 이 전무가 경영권을 승계할 경우 자칫 불행한 일이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회장으로서는 이 전무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어떤 식으로라도 현 경영진의 정리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므로 사장단 회의를 통한 그룹 운영 자체가 이 전무의 귀환을 위한 한시적 조직체계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이 회장의 퇴진을 비롯하여 전면적인 그룹 쇄신안을 결정한 삼성을 결단은 3세대 경영권 승계 준비를 위해 큰 걸음을 내딛기 위한 일보 후퇴쯤으로 읽히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 회장의 빈 자리를 메우게 될 것으로 알려진 삼성생명의 이수빈 회장도 대외적으로 그룹을 대표할 인물이 필요할 때만 자리하는 식이어서, 사실상 명예직이나 다름없는 측면에서 이 역시 이재용 전무를 위한 장기적 포석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회장은 이 전무에게 해외 현장 등을 둘러보면서 주주들과 회사 그리고 외부에 있는 경제인들에게 자신의 경영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내공을 다지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 회장으로서는 자신의 아들을 지금까지의 재벌 승계 방식과는 달리 되도록이면 오지의 해외 현장을 돌면서 ‘글로벌 삼성’의 이해도를 높이는 한편 삼성 경영체제와 시스템이 안착되는 과정을 거쳐 떳떳하게 낼 세금을 다 내면서 사실상의 오너 경영 대권을 물려주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예상했다. 삼성그룹의 쇄신안은 6월 말까지 세부적인 절차를 마치고 7월 1일부터 본격화하기 때문에 이때부터 계열사 간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될 예정이며, 이에 앞서 삼성은 이 회장의 힘이 살아 있는 5월에 올해 그룹 투자규모와 채용계획을 발표한 뒤 곧바로 임직원 인사를 단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무의 거취도 다음달 인사 때 확정된다. 한편, 경제계 일각에서는 이병철 전 회장이 별세한 뒤 삼성이 1995년 이른바 ‘미국 로스앤젤레스 가족회의’를 거쳐 지금의 삼성, 그리고 옛 제일제당·안국화재, 제일합섬·새한미디어, 전주제지·고려병원, 신세계 등으로 그룹의 가족분할을 시도한 것처럼 전자·금융계열은 이 전무, 호텔·화학은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 패션·의류는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 등 이 회장의 재산을 1남 2녀에게 상속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기도 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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