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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에 몰매 맞는 MB 정부

여론 및 인터넷 무관심·무대응이 초래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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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6호 김대희⁄ 2008.05.13 16:20:01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보수 정권의 위기다. 이명박 정부는 이제 곧 취임 100일을 맞는데 광우병 논란과 탄핵이라는 큰 벽 앞에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그 동안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큰 착각에 빠졌었다. 정권만 교체하면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 대통령과 집권 여당만 바뀌었을 뿐 국민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신문, 방송, 온라인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언론의 보도를 활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일까? 정부가 언론을 활용함으로써 얻는 가장 큰 효과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국민이 알지 못하도록 하는 ‘차단’의 효과가 있다. 지금은 언론이 정부를 비판함에 있어서 자유롭게 보도하는 등 언론자유가 활짝 피었지만, 과거에는 언론통제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박정희 군사정권이 시작되면서 가혹한 언론 통제는 시작됐다. 박 정권은 쿠데타 직후 사이비 언론 정화 명목으로 90%에 가까운 언론사를 폐쇄했다. 조폭식으로 언론에 본때를 보여,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싹을 잘라버리려는 시도였다. 권력의 언론 통제는 전두환 정권에 이르러 정점에 올랐다. 일제 시절의 1도1사제를 부활시키고, 언론기본법, 보도지침 등을 통해 언론 보도 내용을 일일이 간섭하고 조작했다. 1981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후, 당시 언론들은 방관자 혹은 정부의 나팔수에 지나지 않았다. 전두환 정권하에서 언론통폐합을 거친 후, 살아남은 언론들은 철저히 관제언론으로 전락됐다. 신문마다 ‘인간 전두환’, ‘사나이 중 사나이’ 등의 특집기획 기사만 보더라도 ‘전두환 신문’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었다. 방송들도 마찬가지로 정권의 편에 선 ‘땡전뉴스’로 불리는 홍보매체로 전락했다. 당시 언론들에 의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가담했던 민중들은 ‘폭도’로 매도됐다. 또 무고한 시민들이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모진 인권유린을 당해도 당시 모든 언론들은 ‘사회정화’라는 말로 윤색했다. 실제로 전두환 정권인 군사독재 시절에는 ‘보도지침’이라는 것이 있어서, 각 신문사 편집실에는 보도의 방향을 일일이 정해 주는 방침들이 칠판에 빼곡히 적혀 있었다. 1999년 5월 국정홍보처가 신설됐고, 1998년 2월 출범한 국민의 정부는 언론탄압을 일삼았다는 이유로 과거 정부의 공보처를 국무총리실 산하 공보실로 축소했다. 그러나 국가의 주요 개혁정책이 대국민 홍보 부족으로 혼선과 부작용을 빚자 결국 효율적인 국정홍보를 전담할 기구를 만들었다. ■ 온라인 시대…여론 장악 못하면 어떤 정책도 실패 이와 관련해 윤태범 방송통신대(행정학) 교수는 “김대중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정부의 활동이나 정책을 국민에게 충분히 알리지 못한데 따른 방편으로 국정홍보처와 국정 브리핑의 기능을 확대하려 했다”며 “총론적으로는 여전히 ‘조중동’ 등 전통매체가 정부정책의 의제설정 기능을 주도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항마를 키우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지난 2002년 대선은 인터넷 정치의 승리로 기록됐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인터넷은 진보좌파 성향의 언론과 정치 웹진이 여론을 주도하고 있었다. 당시 자연스럽게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오마이뉴스’ 등의 인터넷 언론과 ‘서프라이즈’ 등의 정치 웹진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결집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친노 네티즌들이 인터넷에 공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뭉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대세론에 따른 무차별적 탈당과 후보 흔들기 등 현실 정치에 대한 반감이 정치개혁이란 깃발을 든 노무현 후보 지지로 수렴됐기 때문이다. 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혁과제 가운데 하나로 언론개혁을 꼽는 이가 적지 않다. 언론개혁은 여론을 왜곡해 정치권력을 추구하는 언론권력을 해체하고, 몇몇 신문사가 과점하고 있는 시장질서를 바로잡는 작업이다. 노무현 정권은 집권 이후 인터넷 승리를 재현하기 위해 보다 치밀한 전략을 구사했다. 노 정권은 막강한 인터넷 여론형성 기능을 보유한 포털에도 손을 뻗쳤다. 청와대와 문화관광부는 포털의 언론 장악에 대해 무수한 비판이 쏟아져도, 집권 5년 내내 단 한 가지의 포털 뉴스 규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포털에 대통령 블로그를 만들고, 국민과의 대화를 열며, 대통령은 물론 문화관광부 장관이 포털사와 간담회를 여는 등, 포털에 언론권력을 부여하는 작업에 주력했다. 이처럼 청와대와 친노세력은 인터넷 여론을 장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지금의 인터넷 환경은 2002년과 너무나 달라졌다.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권 초기를 많이 비교한다. 두 사람 주변엔 이른바 ‘어른’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에겐 이상득·박희태·최시중 같은 원로들이 있지만 갖가지 사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 노 전 대통령도 송기인·김원기 같은 ‘어른’이 있었지만 제 역할을 못했다. 그러다 보니 당·정·청 갈등처럼 어른들이 풀어야 할 문제를 본인들이 직접 나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또 언론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점도 비교대상이다. 노 전 대통령은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 신문들과 ‘원수’처럼 지냈다. 반면에, 이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던 방송·인터넷과 사이가 안 좋다. ‘이명박 탄핵서명’이 처음 시작된 곳도 인터넷 매체다. 방송과 인터넷 등 여론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정책도 성공하기 힘들다. 장기적인 사태에는 불리할 게 없을지 모르지만, 이번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처럼 단기전에는 완전히 손을 놓고 지켜봐야 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 인터넷 모르는 청와대 “여론 대응책 없다” 자성론도 최근 광우병 소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그에 따른 과장과 함께 사실과 다른 주장이 인터넷을 통해 쏟아지는데 청와대는 이를 바로 잡거나 대응할 동력도 부족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터넷 여론의 편향성을 시정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뾰족한 방안은 없다”고 털어놨다. 한마디로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인재가 없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인터넷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한 관계자는 “과거 정권에서는 인터넷 여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이에 대한 대응속도도 빨랐지만 지금은 전문가조차 부족한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실세들은 대선과정에서 인터넷을 잠시 활용한 뒤 인터넷에 대해 거의 무관심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와 함께 다시 오프라인 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누리꾼(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쇠고기 문제에 대한 실시간 청문회를 진행하는 등 여론 반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도 “국회 청문회 시점에 맞춘 '1회성 이벤트'란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성난 넷심(心)'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대외 정책홍보 기능 강화를 위해 비서실 간 인력 재배치 등 업무 조정을 서두르면서 동시에 인터넷 여론 동향을 파악하고 이에 대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경선, 대선 때만 해도 인터넷 여론의 추이를 파악해 대응하는 전담 조직이 있었으나 청와대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정책홍보 기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인터넷 여론 대응 업무도 보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그 동안 인터넷 여론 대응과 관련, 언론매체 관리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 소문이 급속도로 번진 뒤에야 부랴부랴 이명박 대통령 탄핵에 서명한 누리꾼들의 규모, 악소문의 온상으로 지목받는 카페나 블로그 파악을 마쳤다. 문제는 이 같은 사태의 심각성을 청와대가 사전에 예상치 못했다는 점이다. 민정수석실은 온·오프라인에서 들끓는 민심의 심각성을 대통령에게 제때 보고하지 못했다. 또 정무수석실의 홍보라인은 논란이 최고조에 달한 5월 7일에야 네티즌을 상대로 ‘블로그 청문회’를 여는 뒷북 대처의 전형을 보여줬다. 청와대에선 “제기된 이슈의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읽고 조정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었다”는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교수 출신 일색인 수석비서관들의 진용에서 허점을 찾는 시각도 있다. 게다가 청와대의 홍보 조정 기능은 공석인 상태다. 오죽했으면 이 대통령이 회의에서 “국정홍보처를 폐지한 것이 실수”라는 말까지 했을 정도다. 정무수석실과 대변인실 간에 홍보 기능을 둘러싸고 제대로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데다, 문화관광체육부의 대(對)언론 기능도 어정쩡해 쇠고기 문제와 같은 범부처 이슈에 대한 종합 홍보 사령탑이 부재한 상태다. 특히 노무현 청와대와 달리 인터넷에 대응할 조직도, 능력도 우려되는 형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인터넷팀의 도움이라도 뒤늦게 받아야 할 판”이라고 했다. 본격적인 대응은 각 부처가 맡는다 하더라도 국정의 사령탑은 사령탑대로 국면을 반전시키기 위한 대(對)언론 노력을 해야 하는데도 모두들 뒷짐을 지고 있는 형국이다. 출범 초기 청와대가 실수를 할 수는 있지만 그 실수를 앞장서 바로잡으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은 정말 큰 문제다. 청와대에서는 여러 군데 흩어져 있는 대통령과 국정에 대한 홍보 기능을 대변인실이나 정무수석실로 통합한 뒤 여기에 인터넷 여론동향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기능을 부여하는 방안이 중점 논이 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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