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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 지지도 급락, ‘인사’부터 해결해야

인맥위주의 ‘코드인사’ 안돼
인사검증 시스템 대수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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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6호 박성훈⁄ 2008.05.13 16:19:10

CBS와 리얼미터가 공동 실시한 주간 정례조사 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25.4%로 취임 후 최저치를 찍었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 몰입식 영어수업 등 제대로 된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은 정책에 이어 최근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까지 겹쳐, 국정 초기 90%를 육박하던 국정지지율은 집권 3개월 만에 20%대로 추락했다.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이명박 정부의 인사실책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자라는 역사적 지탄을 받으면서도 경제 대통령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이유는 그가 인재를 등용하는데 탁월한 안목을 지녔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경제개발을 위해 경제 전문가 남덕우 전 총리를 비롯한 유능한 인사들을 기용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김재익과 서석준 등 경제분야의 유능한 인재를 등용한 것은 그의 몇 안 되는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된 김재익 은 경제발전에 있어 통신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최초로 간파한 경제천재였다. 그에게 전 전 대통령이 “당신이 경제 대통령이야”라고 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위의 역대 대통령이 보여준 전례는 인사기용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스스로의 부족한 면을 전문가를 이용해 보완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고위공직자 인사의 난맥상은 이명박 정부가 순항하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도덕성 검증 난맥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명박 대통령이 능력을 중시하다 보니 도덕적 잣대가 느슨했던 것은 큰 문제였다. 실상, 각종 의혹으로 낙마하는 장관은 정권마다 있어 왔다. 김영삼 문민정부 당시에는 세 명의 장관이 임명된 지 열흘 만에 퇴임했다. 그 다음 국민의 정부에서도 첫 복지부 장관이 임기를 두 달도 채우지 못한 채 사임했고, 장상·장대환 총리후보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낙마하고 말았다. 참여정부의 이기준 교육부총리와 김병준 교육부총리 후보자 역시 의혹으로 중도하차한 바 있다. 이들이 낙마한 사유도 비슷하다.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이중국적 의혹 등이 그것이다. 이번 정부에서도 고위공직자들이 비슷한 의혹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김영삼 정권부터 노무현 정권까지 불법 의혹으로 사퇴한 장관 및 내정자의 수가 통틀어 10명 정도에 그친 것으로 볼 때, 이번 정부에서 사퇴한 인사의 수는 상당하다. 이것으로 볼 때 청와대의 도덕성 검증 시스템이 거의 마비된 상태였음을 알 수 있다. 2개월 전 내각 기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청문회에서는 불법과 탈법이 도마에 올라 기용 인사들의 도덕성 검증이 실패했음을 보여주었다.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은 저서 표절과 공금유용·세금축소 신고 의혹, 자녀 이중국적 의혹 등 각종 도덕적 흠결이 청문회를 통해 확인됐다. 김 장관은 청문회 당시 “저서가 다른 학자들의 책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았다”는 표절 의혹 제기에 표절 사실을 시인하기도 했다. 이윤호 산업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큰딸이 한국 국적을 포기했는데도 주민등록을 말소하지 않아 5년 동안 부당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과오가 드러났다. 이 후보자는 자신의 공직 취임이 거론되던 올해 1월 30일에야 큰딸의 주민등록을 지웠다고 밝혔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35만 원짜리 비눗갑, 3000만 원짜리 붙박이장, 1000만 원짜리 샤워 부스 천장 등 최고급 외제 마감재로 치장된 64평형 부티크 모나코 오피스텔을 부인 명의로 소유한 사실이 논란이 됐다. 이춘호 전 여성부 장관 내정자는 지난 2월 24일 부동산 투기 의혹에 시달리다 자진 사퇴했다. 이 전 내정자는 오피스텔 등 40여 건의 부동산을 “암이 아닌 것을 축하하기 위해 남편이 선물로 사줬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박은경 전 환경부 장관 내정자도 사흘 뒤인 27일 절대농지(김포시) 불법 소유 의혹으로 중도 하차했다. 박 전 내정자는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했을 뿐”이라고 해명해 세인의 빈축을 샀다. 당시 논문 표절 의혹으로 거센 퇴진 압력을 받았던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차관급)은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24일 재산공개 후 인천 영종도 농지 매입에다 서류조작 의혹까지 불거지자, 여론의 뭇매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물러났다.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은 최근 경기 안성의 농지 매입을 위해 인근지역으로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드러나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민정 라인을 직접 겨냥해 부실검증을 질타하는 발언이 오가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같은 식구끼리 말하기 뭐하지만, 언론이 하루 만에 밝혀낼 일을 왜 민정 라인은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되풀이돼 온 낙마 사례에 비춰 현장에 가서 등기부등본 한 통만 떼도, 부동산 사무실 한 곳만 찾아갔더라도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일부 대통령 측근만 참여하는 인사팀으로는 교차검증이나 스크린이 제대로 될 수 없다는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밀실인사라는 비판과 함께 ‘정권실세’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논공행상’ 등 무리한 인사가 뒤따르기 마련이라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뒤늦게 복수의 검증팀 가동을 보완책으로 강구할 방침이다.

■인재 풀 부족현상…인맥에만 의존 이명박 정부의 지지도 하락 요인에는 인사 난맥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인수위 당시 청와대는 국무총리와 15명의 국무위원, 청와대 수석비서진을 고르는데 상당히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 인재 풀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손에 잡히는 인재가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의 사임 이후에도 청와대에서는 박 수석 후임을 임명해야 하는데 객관적으로 등용할 인재군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조각 당시의 하소연을 되풀이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장차관급 인사는 소위 S라인, 즉 서울시장 당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로 채워지는 일이 벌어졌다. 순전히 인맥에만 의존한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그러나 ‘S라인’ 중에서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먼저 거론한 이춘호·박은경 전 내정자와 박미석 수석 등 낙마 3인방은 모두 ‘S라인 출신’으로, 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였다. 이춘호 전 내정자는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서울문화재단 이사였다. 이 전 내정자가 사퇴한 이후 임명된 변도윤 여성부 장관 역시 서울시 출신이다. 박은경 전 내정자는 서울시 여성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박미석 전 수석은 서울복지재단 초대 대표이사 출신이다. 이 대통령의 여성 인재풀이 한계를 지녔다는 지적과 함께 대통령과의 ‘인연’에 치중해 검증이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등 서울시 출신들이 상당수 기용됐다. 이 같은 S라인 인사에 대해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은 업무 능력이 검증된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과거 서울시장 시절 공무원들을 대거 뽑아 올리는 것도 한 맥락”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같은 인사행태는 서울시 출신 이외의 능력있는 인사 기용을 봉쇄하고 있다. 일하는 능력이 검증된 사람을 뽑는다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그게 이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서울시 출신 공무원으로 한정된다면 다른 지방에서 근무하는 유능한 공직자는 등용될 기회를 저절로 박탈당할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야 시절 호흡을 함께 했던 386 운동권 인사들이 공직에 대거 기용돼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과 언론에 ‘코드인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운동권 인사들로 둘러쳐진 ‘인의 장막’에 가로막혀 사각지대의 능력 있는 인사들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경향이 있었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S라인으로 대변되는 측근들로 쳐진 장막으로 더 넓은 인재풀을 보지 못하는 형상이다. 고위공직자가 소위 강부자(강남·부동산·부자)라 일컬어지는 부자들로만 이루어진 것도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부자인 것이 죄가 되느냐는 볼멘소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장관과 청와대 수석 대부분이 재산가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국민정서도 감안해야 하는 게 정치인데, 집을 두 채, 세 채씩 가진 장관과 수석들이 대부분인 내각이 부동산, 경제 관련 정책을 내놓았을 때 국민이 신뢰하고 따를 수 있는가를 고려하면 답이 나온다. ■‘부자정부’ 이미지 한 몫 총리·장관들의 평균 재산이 31억 원을 넘고, 류우익 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고위공직자 10명의 평균 재산은 35억 원에 이른다. 청와대 장·차관급 10명은 모두 집값이 많이 오른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에 부동산이 있다. 하지만 능력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청와대 고위공직자 10명 모두 전체 가구의 2%만 내는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자란 사실은 이명박 정부의 인사가 편향적으로 구성돼 있음을 드러낸다. 최근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중산층 이하 서민들과 중소기업, 취약계층과 관련한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대기업·부유층을 위한 규제 철폐와 감세 정책에 대해 예민하고 민첩하게 반응하면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 입안은 더디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이다. 인수위 시절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기용한 참모들에 대해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자부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4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에 대해 “준비도 없이 (청와대에) 들어온 사람이 있다”고 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스스로의 ‘함량 부족’을 인정한 꼴이 됐다. 그 동안의 인사상 불거져온 문제점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인사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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