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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민영화, 기대보다 우려 크다

코드 인사·헐값 매각·메가뱅크 논란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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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9호 성승제⁄ 2008.06.03 11:45:55

새 정부 들어 추진돼 온 금융기관장 물갈이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이팔성 서울시향단장이 내정됐다. 이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의 금융 공기업 민영화 작업의 첫 번째 결과로, 앞으로 다른 금융기관장들의 인선작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금융계의 반응은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산업은행이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면서 발 빠르게 민영화에 대비하고 있는 반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코드 인사, 노동조합의 반발 등으로 적지 않은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산은과 묶어 매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또 다른 ‘메가뱅크’ 논란이 예상된다. 새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 공기업 민영화가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첫 번째 결실은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된 이팔성 서울시향단장.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인 이재웅 성균관대 교수는 지난주에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관련, “지난번과 달리 1순위 후보를 명시하지 않고 2명의 후보를 동등 자격으로 추천했다”면서 “이는 대주주인 정부의 선택권을 존중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사실상 청와대가 최종 낙점토록 했다는 설명이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 후보 추천에 대해 우리금융 내부사정에 정통한 금융전문가라는 점을 꼽았다. 은행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하면서 영업 및 국제금융 분야에서 일했고 증권사 대표를 거치는 등 금융업 전반에 걸쳐 경험과 식견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서울시향 대표로 재임하면서 악단 운영에 민간 경영방식을 도입, 획기적으로 수지를 개선하는 등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한 점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코드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서울 시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눈에 띄었으며, 이번 인선 과정에서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경남 하동 출신으로 이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를 졸업해 ‘고소영’ 인사라는 점도 탐탁치 않은 부분이다. 그러나 민간 전문가로서 검증된 경영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무리 없는 결정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노조까지도 조직을 잘 아는 덕장형 리더가 오게 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이 내정자는 지난주 언론과의 첫 대면에서, 현재 진행 중인 우리은행장 선임과정에 자신의 의견을 반영토록 하겠다는 발언과 함께 자회사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부회장을 두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최대 관심사인 민영화에 대해서도 “(정부가) 이른 시일 내에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게 맞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향후 경영전략에 대해서는 “계열사 간 시너지가 잘 발휘될 수 있도록 교차영업을 활성화하고 투자금융(IB)을 강화하는 한편 증권·보험·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에 지주사의 핵심역량을 투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총재 민유성 씨 유력… 자격 논란 거세 우리금융지주 내정자가 선임되면서 산업은행 총재 후속 인사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민유성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 대표가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찬성보다는 자격 논란이 거세다. 금융계에 의하면, 민 대표는 2002년 우리금융그룹 재무담당 부회장으로 재직할 때 우리금융과 리먼브러더스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에 우리금융과 우리카드 등이 보유했던 부실채권을 처리토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후 우리금융에서 퇴사한 민 대표는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우리금융과 리먼브러더스가 지분비율 51 대 49로 설립한 우리CA자산관리는 갑을과 대우전자, 대우캐피탈 등의 부실채권을 약 1조 원에 매입해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남겼고, 수익은 7(리먼브러더스) 대 3(우리금융)으로 배분했다. 민 대표는 2004년 3월 우리금융 부회장으로 연임됐으나, 그 해 6월쯤 사표를 냈고, 1년 뒤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 대표로 취임했다. 이에 앞서 민 대표는 91년부터 3년 간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 부소장을 지낸 바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부실채권 매각을 담당하면서 자신이 과거에 근무했던 회사와 합작한 것도 석연치 않지만 퇴직 후 그 회사 대표로 옮긴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 대표는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합작회사를 선정했고, 당시 리먼브러더스가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해 선정한 것”이라며 “부실채권 매각 과정은 투명하게 진행했으며, 전 과정을 문서로 기록해 보관하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 대표로 간 것은 당시 전임 대표가 자리를 옮겨 공석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명수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이해관계에 얽혀 있던 회사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산업은행 노조는 임원의 주가조작 혐의로 물의를 빚은 외국계 증권사 서울지점 대표를 총재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달 초 금감원 부원장보 인사 예정… 금융노조 반발 금융감독원도 금융 공기업과 함께 인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조의 반발과 특히 금감원 독립성 등의 사안으로 인사 결정권자인 김종창 금감원장의 부담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우선 금감원은 6월 초까지 부원장보에 대한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번 부원장보 인사는 회계서비스본부를 제외한 전략기획, 경영지원·소비자보호, 은행업서비스, 중소서민금융서비스, 보험업서비스, 기업공시조사본부장 등 6자리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임주재, 노태식, 유관우, 정용선, 양성용 등 5명의 현 부원장보 중 3~4명은 이번 인사에서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공석이 되는 4~5개 부원장보 자리를 놓고 7명의 원내·외 인사가 각축을 벌일 전망이다. 내부 인사로는 윤승한 기획조정국장을 비롯해, 은행권역에서 박창섭 은행감독국장, 주재성 총괄국장, 보험권역 강영구 보험검사 2국장, 증권권역 송경철 증권감독국장 등 5명이다. 외부 인사로는 최명희 전 금감원 국제협력실장과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후보군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사 과정은 그리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금감원 노조 등 내부에서 이번 임원 인사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선 부원장 인사에서는 업무의 전문성 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보다 외부 실세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금융연구원 출신의 이장영 부원장이 은행과 비은행 분야의 감독 실무를 총지휘할 수 있는 역량이 되느냐는 문제와, 이 같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인사에 대해 김 원장이 소신 인사를 하지 못하면 감독원의 독립성이 보장될 수 없다는 논란이 제기된다. 금감원 노조 측은 “곧 이어질 부원장보 인사 결과에 따라 향후 감독원의 독립성과 업무 전문성 등이 보장될 수 있을지 판가름 날 것”이라며 “인사를 지켜본 뒤 노조 차원의 대응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경남·광주은행장도 곧 내정될 전망이며,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금융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잇따라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 금융공기업 개편은 ‘매국행위’ 강한 반발 이처럼 금융 공기업 기관장 및 임원들이 하마평에 오르면서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우선 대표적인 곳은 금융노조. 금융노조는 지난주 금융위원회 앞에서 상임간부 3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금융 공기업 구조개악 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금융 공기업 민영화와 통폐합 기도를 중단하라는 요구안을 금융위원장에게 전달했다. 금융노조는 “금융 공기업 구조개편안은 국민의 세금으로 키워온 공기업을 재벌과 외국자본에 헐값에 팔아넘기는 매국행위”라고 주장하고 “민영화를 하면 국내 금융산업의 대외종속성이 심화되고 이로 이해 국민경제 파탄, 금융비용 급증, 금융 소외자 양산 등의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금노는 또 “정부는 금융의 공공성은 외면하고 금융 공기업마저 오로지 수익창출의 도구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고 꼬집고 “금융 공기업을 민영화하면 단 한 차례의 시장실패가 곧바로 국가경제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 역시 산업은행 민영화를 이유로 산업은행 장기 채권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했다.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향후 12개월 이내에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무디스는 “민영화 방안은 산업은행의 신용등급 산정에 주된 역할을 했던 정부의 지원이 상당부분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또 “향후 발표될 민영화 방안을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며 “특히 산은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산은의 정책기능 △정부 지분 △정부의 손실보전 조항 등이 어떻게 바뀔지 면밀히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독일 란데스방크 등의 경우 민영화 후 손실 보전 조항이 폐지되면서 신용등급이 두 단계 떨어졌고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결국 가치를 높이는 것은 산은이 얼마만큼 독자적으로 잘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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