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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원혜영 ‘찰떡궁합일까, 앙숙일까’

두 사람 ‘궁합’에 따라 정국 지도 달라져
홍, 강직한 소신을 무기로 밀어붙이는 ‘정면돌파형’
원, 신중하고 부드러운 리더십 갖춘 ‘신중한 덕장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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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9호 심원섭⁄ 2008.06.03 12:00:00

18대 국회 초반기 국회 운영의 승패는 여당과 제1야당의 원내 사령탑이자 카운터 파트로 선출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통합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특히 18대 국회는 한미 FTA(자유협정) 국회 비준을 비롯한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파동으로 인해 파행으로 마감한 17대 국회의 연장선에서 출발하는 만큼, 여야의 협상력과 지도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궁합’에 따라 정국의 지도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두 사람은 성장해온 환경이나 정치적인 경력 등 여러 면에서 대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원내대표 경선에서 지난달 22일 선출된 홍 원내대표의 경우는 당내에서 사전 조율에 의해 단독으로 출마해 의원들의 박수 속에 만장일치로 무투표 당선된 반면, 역시 같은 달 27일 선출된 원 원내대표의 경우는 홍재형, 이강래 의원 등과 결선 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는 점에서 분위기가 달랐다. 경남 창녕 출신인 홍 원내대표는 사시 24회로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시절 슬롯머신 업계의 비호세력 사건으로 6공 황태자로 불리던 박철언 전 의원을 구속하여 일약 ‘스타 검사’로 부상한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하다. 지난 96년 15대 국회에 진출한 뒤 서울에서 내리 3선했으나 전략기획위원장, 혁신위원장 등 소위 ‘영양가 없는 당직’을 맡은 것 외에는 당 3역 등 주요 당직과는 거리가 먼 ‘비주류’ 노선을 줄곧 걸어왔다. 하지만 97년, 2002년 등 두 번의 대선을 치르는 동안 ‘이회창 전위대’ ‘김대중 저격수’ 등의 별명을 얻으며 강성 이미지로 언론에 부각되기도 했으나, 홍 원내대표는 당내 현안에 대해 끊임없이 ‘바른 소리’를 해오면서 존재감을 과시해왔던 것이다. 또한 2006년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는 막판에 등장한 오세훈 현 서울시장에게 아쉽게 역전패했지만, 치열한 경쟁을 벌여 당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으며, 지난해에는 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해 ‘이명박-박근혜’ 양강 구도하에서도 특유의 입담과 재치로 경선 흥행에 일조한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이기도 한 홍 원내대표는 지난 1998년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뒤 역시 같은 입장으로 미국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연수하고 있던 이 대통령을 찾아가 워싱턴에 있는 이 대통령의 집에서 아예 함께 기거하는 등 개인적인 인연도 각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소 저돌적인 행보로 인해 ‘독불장군’, ‘돈키호테’라는 비판도 적지 않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여야를 아우르는 막후 조정력으로 위원회의 대다수 안건을 표결까지 가지 않고 만장일치로 협의 처리를 유도할 정도로 정치력을 보이는 등 솔직담백하고 업무 추진력이 돋보인다는 평을 듣고 있다.

■‘6공 황태자’ 박철언 구속시킨 ‘모래시계 검사’ 특히 17대 국회에서 토지 소유권은 국가, 공공기관이 가진 채 건물만 일반에 분양함으로써 아파트 값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소위 ‘반값 아파트’ 법안을 발의하여 ‘친(親)부자당, 반(反)서민당’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한나라당의 이미지 쇄신에 기여했으며, 이중국적 취득을 통한 병역기피를 원천봉쇄하는 내용의 ‘국적법’ 및 ‘재외동포법’ 개정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처럼 강력한 업무 추진력은 홍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당선 이후 보여준 잇단 '광폭행보‘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홍 원내대표는 자신의 공식임기 시작일이 지난달 30일부터임에도 불구하고 당선 직후부터 친이, 친박계 인사들을 잇따라 면담하는 등 복당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선데 이어,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민주노동당 천영세 대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 등 야당 지도부와의 연쇄 면담도 진행하는 등, 연일 당내 계파는 물론 여야를 넘나들며 분주한 ‘광폭행보’를 보이면서 여권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어 당 안팎의 눈길을 끌었다. 홍 원내대표는 5월 27일 오전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만나 한미 FTA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에 대한 협조 요청과 함께 야당과의 관계 복원을 모색한데 이어, 오후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을 찾아 면담했으며, 저녁에는 박근혜 전 대표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직접 찾아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해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리고 28일에는 민노당 천영세 대표와, 29일에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를 찾아가 면담하면서 국정 운영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특히 홍 원내대표는 당내 최대현안인 친박 복당문제와 관련해 ‘환지본처(還之本處.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것)’라는 입장을 제시, 복당 문제의 조기해결에 제동을 건 강재섭 당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해결책 모색에 나서고 있다. 홍 당선자는 강 대표가 지난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계 인사 복당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복당 얘기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이의를 제기하자, “나는 불에 물을 붓고 있다. 강 대표의 말이 다 옳은데 그 한마디가 잘못됐다”고 되받아치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홍 신임 원내대표의 이러한 행보는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부의장의 정치행보가 제약을 받고 있고,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박희태 의원이 18대부터 원외 신분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당장 원 내외를 아우를 한나라당의 중심축이 될 가능성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다만 난마처럼 얽힌 당 안팎의 현안 해결이 그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박 전 대표와의 회동에서 자신있게 언급한 복당문제와 관련해, 당 지도부를 비롯한 주류 측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적극 추진의사를 밝혔으나, 여전히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가 일괄복당을 주장하고 있고 대상 선정을 놓고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친박계 후보들에게 일격을 당해 낙선한 바 있는 영남권 친이계 낙선자들도 친박 복당 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그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야당과의 대화 복원도 쇠고기 파동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국회 처리 등 이견이 큰 현안이 많아,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 FTA 국회 비준안의 17대 국회 임기 내 처리가 무산됐지만, 18대 국회도 여야 간 비준안 처리를 둘러싸고 치열한 기싸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비록 한나라당이 18대 국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하게 되겠지만, 비준안 강행 처리는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밖에 쇠고기 수입문제를 둘러싸고 여론 악화가 심화되고 당내에서도 청와대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당청 간 조율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홍 원내대표의 협상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최초 친환경·친자연 기업 성공한 CEO 출신 통합민주당의 원혜영 원내대표는 부천시장 출신에 3선 의원으로서 이념적으로는 재야에 가깝지만, 기업 CEO(최고경영자)와 시장을 거쳐 실물경제 감각과 행정능력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받으며, 부드럽고 원만한 성격과 화합의 리더십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원 원내대표는 지난 1971년 서울대 역사교육과에 입학한 후 민주화 운동에 가담해 두 차례 옥고를 겪었으며, 이 같은 운동권 경력 때문에 취업이 어렵게 되자 생계를 위해 지난 1981년 풀무원식품(주)을 창업해 국내 최초의 친환경·친자연 기업 모델을 만들어 성공한 CEO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기업을 운영하면서도 재야와의 끈을 이어간 원 원내대표는 지난 88년 한겨레민주당 대변인으로 정치권에 첫발을 디딘 뒤 14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계복귀 선언 이후에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이끄는 ‘통추(국민통합추진회의)’에 참여하는 소신행보를 보였고, 이때 통추 멤버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두터운 친분을 쌓았다. 15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에는 이철, 유인태 의원 등 통추 멤버들과 함께 강남에서 ‘하로동선(夏爐冬煽)’이라는 고깃집을 운영해 화제를 낳기도 했으나, 1998년 주위의 권고에 거의 떼밀리다시피 출마한 부천시장 선거에서 당선돼 두 차례 부천시장을 지냈다. 부천시장 재임시절에는 판타스틱 영화제를 개최하고 애니메이션 특성화에 나서는 등 부천시를 문화도시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국회에 재입성한 17대 국회에서는 열린우리당 최고위원,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국회 예결특위 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따라서 원 원내대표의 선출은 통합민주당이 야당으로서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가는 단계에서 내려진 의원들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민주당 의원들이 ‘투사(鬪士)형’ 또는 ‘지장(智將)형’이라 일컫는 이강래 의원을 제치고 ‘덕장(德將)형’의 원 원내대표를 선택한 것은 대여 선명성과 투쟁적 리더십이 강조되는 전통적 야당 원내대표상이 아니라 내부 결속과 합리적 여야관계를 중시하는 화합형 야당 원내대표라는 게 낙점의 원동력이 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이는 현 시점에서 야당의 강력한 선명성을 구축해가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당 내부를 추스르고 다독이며 ‘차기’를 준비해나가는 것이 더 절실하다는 당 밑바닥의 기류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원 원내대표가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중진인데다 ‘소통과 화합’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점이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측면이 크다는 관측이다. 대선패배 이후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통합하기는 했지만 아직껏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하고 내부 반목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 화합형 원내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이며, 대선과 총선 패배 이후 ‘호남당’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전국정당화를 지향하려는 당내 기류도 수도권 출신의 원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시각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원 원내대표의 선택이 인물승부의 성격보다는 7월 전당대회를 앞둔 당내 역학구도가 무시 못할 영향력을 끼쳤다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오는 7월 6일 치러질 예정인 전당대회에서 전북 출신의 정세균 의원이 5월 25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대세론 확산을 시도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결과적으로 같은 고향출신인 이강래 의원이 ‘지역적 역차별’을 받게 된 측면도 없지 않다는 관측에다, 실제로 정세균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의 상당수가 원 의원을 지지했다는 얘기들이 당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두 사람 ‘궁합’ 따라 정국 지도 달라져 이처럼 원 원내대표가 대화와 타협기조의 ‘성숙한 여야관계’와 대안 있는 ‘유능한 야당’을 표방하는 스타일이지만, 현재의 정치 환경 자체가 신임 원내대표의 선택지를 좁혀놓고 있다는 측면에서 현재의 대여 강경기조는 당분간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당면 현안으로 떠오른 쇠고기 재협상 논란과 한미 FTA 비준안 처리는 이미 당 전체가 전면투쟁을 선언하고 나섬으로써 대여 강공 드라이브는 움직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특히 정부와 한나라당이 5월 29일 미국산 수입 쇠고기 장관 고시를 함에 따라, 이에 반발해 민주당이 30일 상견례 겸 18대 국회 원구성 협의를 위한 첫 회담을 거부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또한 두 사람은 가장 시급한 현안인 원구성 문제를 놓고 크게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원 원내대표는 18대 국회 원 구성과 관련해 “법사위를 전략적으로 가져오고 예결위 상설화를 꼭 추진할 계획”이라며 “17대 국회에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법사위원장직을 한나라당에게 양보했다. 이번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4년 전 한나라당에 넘겨줬던 법사위원장을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고, 홍 원내대표는 그럴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이 부분을 놓고서도 치열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18대 원 구성 협상은 원 원내대표의 원내 협상력을 시험하는 첫 무대로서 여당의 카운터 파트인 홍 원내대표를 상대로 얼마만큼의 협상수완을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원 원내대표는 지난 참여정부 시절 정책위 의장과 사무총장을 지내며 여야관계를 직접 다뤄본 경력이 있는데다, 홍 원내대표와는 95년 꼬마민주당 시절 당시 정치권 영입을 추진했던 인연이 있어 ‘지피지기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추진력과 순발력을 동시에 갖춘 홍 원내대표와의 ‘두뇌싸움’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렇듯 두 사람은 성장 배경이나 정치적 경력이나 모든 면에서 대조적이지만, 실제로 두 사람은 1995년 김대중 총재가 이끌던 꼬마민주당 시절 원 원내대표가 당시 ‘모래시계 검사’로 주가를 올리던 ‘홍 검사’를 영입하기 위해 찾아간 것이 인연이 돼서 지금까지 개인적으로는 ‘형님-동생’으로 부르는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 사람은 2006년 홍 원내대표가 ‘반값 아파트’ 법안을 제출하자 당시 열린우리당 사무총장이었던 원 원내대표도 호응하여 공동발의하면서 ‘적과의 동침’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두 사람은 비록 ‘찰떡궁합’은 아니더라도 여야가 ‘물과 기름’처럼 서로 겉도는 최악의 관계만은 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냉혹한 현실 정치지형에 발을 내딛으면 이런 예상은 빗나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8대 국회는 한미 FTA 조기 국회 비준을 비롯한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파동으로 인해 파행으로 마감한 17대 국회의 연장선에서 출발하는 만큼, 여야의 협상력과 지도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궁합’에 따라 정국의 지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정치권의 관심이 두 사람에게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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