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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정치로 與주류 중심축 부상

‘MB 친형’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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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0호 심원섭⁄ 2008.06.09 15:29:14

한나라당 내 권력지형도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실질적인 일등공신이었던 이재오 전 의원에서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는 양상을 띠는 가운데, 최근 이 전 부의장의 발언이 파문을 낳고 있다. 이 전 부의장은 지난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경제5단체 주최 ‘제 18대 국회의원 당선 축하 리셉션’에 한나라당 대표로 참석해 인사말을 통해 “거리에서 불평하고 호소하는 촛불집회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쇠고기 문제만이 아니다”라며 “실직하고 일자리가 없어 길거리를 헤매는 젊은이들과 서민, 어려운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것 같다”고 말해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분노를 산 것이다. 물론 이 전 부의장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행동을 폄하할 의도를 가지고 한 발언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이 대통령에게 분노한 민심이 이 전 부의장에게도 돌아와 홈페이지를 폐쇄시킬 정도로 네티즌들이 몰려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이 전 부의장은 자신의 말 한마디에 이렇듯 정치적 억측이 덧칠되면서 일파만파로 확산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해 그 동안 당내 현안은 물론 어떠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도 침묵 모드로 일관해왔기 때문에 별 잡음이 없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파동 등으로 인해 이 대통령과 당의 지지도가 급락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당 지도부 구성과 `친박 복당문제 등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이 부의장의 ‘존재감’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행동반경을 넓혀가는 과정에 이러한 사건이 터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진들 낙선이 존재감 더욱 부각시켜 특히 18대 총선 공천 당시 ‘형님 공천’ 논란으로 수도권 출마자 55명이 불출마를 요구하는 바람에 궁지에 몰린 바 있는 이 전 부의장은 자신에게 쏠리는 정치권의 관심을 매우 부담스럽게 여겨 선거가 끝난 뒤 측근들에게 “나는 안 나선다. 누가 계파를 만들어도 나는 안 나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만약 자신이 나설 경우 또 다시 ‘상왕 정치’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총선 결과 ‘친이(친 이명박)계’ 핵심이자 ‘좌장’격인 이재오 전 의원과 이방호 전 사무총장이 동반 낙마하면서 한나라당 내에서 이 전 의장만이 독보적 실세로 남았으며, 여기에 강재섭 대표가 차기 당권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고, 5선 중진인 박희태·김덕룡 의원도 당분간 야인(野人)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도 이 전 부의장의 존재감을 한층 부각시키고 있어 주위에서 이 전 부의장을 가만히 놔둘 리가 만무했다. 친이계 소장파들도 이 전 부의장의 불출마를 요구한 ‘집단 탄핵’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끝내 형님의 손을 들어줬고, 당내 분란을 조정할 원로급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을 인식해 이 전 부의장에 대한 비판을 가급적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인 것은 사실이다. 또한 친박 진영에서도 이 전 부의장이 오랜 기간 정치적 경륜을 쌓아온데다 공천 과정에서 불거졌던 갈등을 진화했다는 점에서 합리적 온건파로 분류, 내심 이 전 부의장의 조정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더구나 지난 총선 결과 당 안팎에서 60명이 넘는 당선자를 확보한 박근혜 전 대표 측이 정국의 캐스팅 보트를 쥐면서, 결국 이 전 부의장이 향후 친이-친박 진영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오는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각 계파 간 당권 경쟁이 격화될 경우 이 전 부의장이 당내 역학구도에서 당권의 향배를 좌우하는 핵심적 역할도 수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 동안 현직 대통령의 친형으로 공천 등 당내 정치에 관여했다는 비판론 속에 총선 불출마 용퇴까지 요구받았던 이 전 부의장이 두 달여 만에 여권의 최고 권력의 핵심으로 공식 복귀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 향후 정치권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 전 부의장은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당내 중진들이 대거 탈락한데다, 여권 내 실질적 2인자 역할을 담당했던 이재오 전의원이 낙선으로 인해 당분간 정치 일선에서 벗어나 해외연수를 선택하면서 생긴 공백까지 보태져, 여당 주류의 유일한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18대 원 구성을 앞두고 당내 여러 모임에서 이 부의장을 찾는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는 것. 물론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실제로 관리형 대표로 부상하고 있는 차기 당 대표로 박희태 전 의원을 비롯해 새 원내 사령탑을 구성할 당시에도 홍준표 의원으로 단일화하는데 물밑 역할이 주효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당내 각종 주요 현안 해결에 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18일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이재오 전 의원을 비롯하여 이방호 전 사무총장 등 친이계 주류 30여명이 회동을 갖는 자리에 이 전부의장이 불쑥 방문했던 것이다.

■‘박희태 대표-홍준표 원내대표’ 밑그림 그려 당초 초청대상이 아니었던 이 전 부의장은 모임 소식을 듣고 “지난 대선 때 캠프에서 고생한 의원들에게 밥 한번 못 사서 참석하게 됐다”면서 참석하는 바람에 폭탄주도 몇 순배씩 도는 등 판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 전 부의장은 이날, 낙선한 의원들에게는 ‘위로’의 말을 건넸으며, 당선된 의원들에게는 “고생했다”는 말로 격려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이 전 부의장은 이재오 전 의원과의 갈등설에 대해 오해를 풀고 ‘충성 맹세’까지 받았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특히 이 전 부의장은 당 지도부 구성을 놓고 이 전 의원과의 갈등설이 나돌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을 하면서 서로 생각이 틀린 점은 있었지만, 이재오 의원과 나는 인간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갈등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전 의원은 “잠시 외국에 나갈 것”이라고 출국 계획을 밝혔으며, 이 전 부의장은 “잘 다녀오시라”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5월 22일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과 7월 전당대회 등 당 지도부 구성에 대한 얘기도 일부 나왔지만 심각한 정치적 토론은 없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해, 원내대표 경선 구도가 홍준표 의원으로 단일 구도로 정리된데 이어 다음날 이 전 의원 측이 밀었던 정의화 의원이 돌연 원내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 전 부의장이 친박 무소속연대의 좌장 역할을 하고 있는 김무성 의원 등을 직접 만나 친박 당선자들의 교섭단체 구성을 만류했다는 말도 나오는 등 당내 화합을 위해 친박 복당 문제의 매듭풀기에도 나섰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 전 부의장은 5월 21일에는 고승덕 의원 등 초선 당선자 21명이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모여 발족한 가칭 ‘현장경제연구회’라는 모임을 갖는 장소에 예고도 없이 찾아와 당의 단합과 화합을 강조해 초선 챙기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이 전 부의장은 이날 모임에서 당내 현안 등 정치적 언급은 하지 않고, 다만 “나는 당직이나 국회직 어느 곳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계파를 초월해서 이명박 정권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자”는 등 단합을 강조하고 초선 의원들에게 의정생활에 대한 조언을 했다는 후문이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직 내심 원해 하지만 이 전 부의장의 정치적 행보를 놓고 엇갈린 반응이 공존하는 것은 사실이다. 여권이 위기를 맞았고 당내 중심축마저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 경륜을 가진 그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주요하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현직 대통령의 친형으로 공천파동 책임론에다 백의종군까지 선언한 지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나선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비판론도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부의장이 시급한 현안 처리 뒤에도 움직임을 보일 경우 지난 공천과정에서 제기된 용퇴론이 다시 나올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의장 측은 “당직이나 국회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해 왔고, 실제로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당 대표직에 도전장을 던진 정몽준 최고위원이 여당 주류가 사실상 박희태 전 의원을 당 대표로 내정한 모양새를 보이는데 대해 “자기들끼리 의원총회를 한 것이냐”고 불만을 나타낸 것도 여당 주류와 이 전 부의장에게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부의장의 이 같은 행보는 현재 여권 내 권력공백 현상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중진들의 대거 낙천, 낙선으로 당내 구심점이 없어진 상황에서 새로운 권력질서가 형성될 때까지 이 전 부의장의 영향력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전 부의장 등 원로 그룹에서 구상한 ‘영남권 당 대표-수도권 원내대표’ 구도로 이행되고 있는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당 내외의 관측이다. 실제로 지난달 22일 새 원내대표와 정책 위의장에 홍준표, 임태희 의원이 선출되면서 ‘박희태 당 대표론’에 상당한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전 부의장 측 관계자는 “이 부의장이 당직이나 국회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말을 여러 번 해 왔고, 실제로도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하면서 “이 부의장은 앞으로 국내 정치와는 거리를 둘 것”이라고 말했으나, 쉽게 믿기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한편, 이 전 부의장은 최근 일본 도쿄대 박사 출신을 ‘정책특보’로 임명하면서 “이제는 한일관계에 보다 적극 나서겠다”는 의향도 피력하는 등 한일 간 경제협력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 전 부의장이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은 국내 정치무대에서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데다 18대 원 구성 이후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맡아 대일외교의 한 축을 담당하겠다는 구상과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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