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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몽니 부리는 진짜 이유

당내 위상·역할 공고히…전략적 판단 따른 행보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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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7,78호 심원섭⁄ 2008.08.05 18:42:16

한나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 중의 한 명인 정몽준 최고위원이 지난 7월 3일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이후 각종 당내 현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등 점차 발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최고위원들의 고위당정회의 참석을 배제시킨데 항의하며 당 최고위원회의에 연속으로 불참했다. 정 최고위원은 7월 20일 고위당정회의 참석대상에 최고위원들이 배제된데 대한 항의의 뜻으로 21일과 23일 최고위원회의에 연속 불참한데 이어 관련 글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보이콧 행보’를 계속하고 있어 그 배경에 당 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7월 21일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앞서 박희태 대표를 만나 “어제 당정이 열렸는데 최고위원들이 금강산이나 독도 문제와 같은 중대한 문제를 뉴스를 보고 알아야겠느냐”며 “최고위원을 배제한 것은 당헌을 무시하고 최고위원회를 무력화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항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최고위원은 또 “최고위원회라는 것이 당내 최고 의결집행기구가 아니냐”며 “최고위원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이라면 전당대회를 다시 열어 숫자를 줄이도록 당헌을 개정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곧바로 이어진 최고위원회에는 ‘항의성 불참’을 선언하고 의원회관 사무실에만 잠깐 들른 뒤 곧바로 본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 “당 민주적으로 운영되나?” 강하게 비판 특히, 정 최고위원은 7월 23일 오후 자신의 홈페이지에 ‘민주적인 당 운영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요즈음 같은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동지적 연대감을 살려나가기보다 오히려 분열시키려는 풍토가 남아 있다면 이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며 “국가의 중요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고위당정회의에 당의 최고 의결집행기관인 최고위원회의 구성원들이 배제된다면 과연 당이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된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박희태 대표의 당 운영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정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일요일 아침 우리나라의 중요현안인 독도 문제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을 논의하는 고위당정회의에 다수의 임명직 당직자들이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최고위원들만 배제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총리실 훈령을 근거로 최고위원 배제 이유를 설명하는데 당이 총리실의 하위 기관이라는 말인지 상식에 맞지 않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은 “‘소인(小人)은 혈기로 화를 내지만 의(義)로써 분노할 줄 모르면 군자가 아니다’라는 선현의 말씀을 생각해본다”며 “경제도 어렵고 날씨도 무더운데 이런 문제를 제기해서 송구스럽고 저도 며칠 동안 이 사안에 대해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해 12월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 입당한 후 당내 주변에만 머물다, 7월 3일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이후 각종 당내 현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등 점차 발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선, 정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직후인 7일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앞으로 최고위가 적절한 권위를 가지고 한나라당의 큰 방향을 설정하는 모임이 돼야 한다”며 최고위의 위상 강화를 주장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어 정 최고위원은 작심한 듯 “당직을 가진 특정 개인이 조율도 안 된 정책을 언론을 통해 발표하면 국민들은 정해진 당론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교육, 안보, 공기업 민영화 같은 민감한 부분은 조율되지 않은 정책이 발표돼선 안된다”고 당직자들의 입단속을 촉구해 사실상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 주류 중심의 당 운영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 한·일 어업협정 폐기 거듭 주장 또한, 7월 14일에는 한나라당 단장 자격으로 당 지도부와 함께 독도를 직접 방문해 독도 수호 의지를 과시하기도 했으며, 17일에는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명기 논란과 관련해 “한·일 어업협정의 파기를 통보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또한, 정 최고위원은 7월 21일 새롭게 꾸려지고 있는 ‘내일로 하나로’ 등 당내 친이계 모임들과 관련해 “거기 있는 분들이 ‘이것은 우리들끼리만 하는 것이다’라는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면서 “좀 더 개방적으로 운영되고 배타적으로만 되지 않으면 당 전체를 위해서도 도움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정 최고위원은 “그 안에 있는 분들이 바깥에 있는 모임하고도 같이 교류하고, 바깥에 있는 의원들도 그 모임에 다시 새롭게 가입을 한다든지 우선 생각을 서로 교류해야 한다”며 “우리는 다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다. 이것만 먼저 확실히 하면 개별적인 모임도 도움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목소리를 더욱 높여 나갔다. 정 최고위원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명기 도발에 대해 “독도 지역을 중간 수역으로 해 놓은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한일 어업협정 폐기를 거듭 주장했다. 이어 정 최고위원은 “우리 신임 대통령은 일본하고 가깝게 지내려는 생각이 많은데, 그런 간절한 바람을 일본은 우호나 선의로만이 아니고 장기적인 국익 차원에서 무슨 작전 하듯이 한다”고 비난하면서 “우리도 이번 기회에 일본의 실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우리가 단기간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조급함은 버려야 한다”며 “우리가 조금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이번 기회에 일본하고 정말로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최고위원은 전날 당정회의에서 제기된 해병대의 독도 주둔 방안과 관련해 “국제적 관심이 있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유인화 효과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많이 줄어든다”면서 “또 해병대 논란이 나오는 것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 최고위원이 고위당정회의에 최고위원들이 포함되지 않은데 강한 불만을 품고 ‘당무 보이콧’까지 하면서 박희태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과 관련해 박 대표도 “최고위원들이 참석하도록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급히 수습에 나서면서도 정 최고위원의 돌출 행보에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전당대회 이전부터 계파 시비를 야기하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여왔던 양측을 놓고 이번 갈등이 ‘불안한 동거’의 신호탄이라는 정치권의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 최고위원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일각에서는 최고위원 당선을 발판 삼아 당내에서 점차 자신의 위상과 역할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 부활 소식이 나오면서 최고위원회의 위상이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당내 입지와 기반 다지기에 주력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박근혜 전 대표 등 ‘친이’ ‘친박’을 망라한 당내 실세들이 모두 연석회의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당의 주요 의사결정권이 사실상 연석회의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돼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나라당 당헌에는 최고위원회를 ‘당내 최고 의결집행기관’으로 규정해두고 있는 반면, 의원총회를 ‘원내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각각 규정하고 있어 최고위원회의 위상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 최고위원의 이번 ‘몽니’는 단순한 불만표출 차원이 아니라 지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기는 했으나 생각보다 ‘스포트라이트’의 강도가 약한 점을 보완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물론, 정 최고위원 측은 “국가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는 당연히 최고위원이 들어가야 한다는 뜻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면서 “상황을 보고 회의참석 여부를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히고는 있다. 특히, 다음 대권을 염두에 두고 펼져지는 프로그램의 일환이라는 지적에 대해 정 의원 측은 “특별히 다른 뜻을 염두에 두고 하신 행동이 아니라, 필요할 때 과감하게 보이신 행동”이라며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지금은 대권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라며 대권 행보 전망에도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정 최고위원 측에서 이렇게 몸을 사리는 이유는 정권 초기에 대권 행보를 가시화할 경우 친이계와 친박계 양측으로부터 협공을 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명분이나 실리 면에서 얻을 것이 별로 없다는 판단에 따라 당장 대권을 준비하기보다는 차분히 당내 입지와 기반을 다지면서 큰 밑그림을 그리는데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의 최종 목표가 대권에 있다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정 최고위원이 오는 연말경 대한축구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본격적인 정치 활동에 매진하면서 대권 주자로서의 정치행보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당 안팎에서는 조만간 지도부가 화해를 위한 제스처를 취하지 않겠느냐는 얘기와 함께 정 최고위원이 ‘몽니’를 접고 조만간 최고위에 복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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