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정치권 빅뱅… 제2·제3의 ‘언니 게이트’ 터지나?

한나라당, 청와대 검찰 수사 예의주시하며 초긴장

  •  

cnbnews 제79호 심원섭⁄ 2008.08.12 16:41:36

김종원 서울시 버스운송조합 이사장으로부터 공천 청탁 명목으로 30억3000만 원을 수수한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74세) 씨가 구속된 지 10일로 열흘이 지났으나 정치권의 치열한 공방만 있을 뿐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김옥희 씨는 변호사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청와대와 검찰이 짜고 나만 집어넣으려 한다”며 “나만 넣으면 모든 게 풀리는 줄 아는 모양이지”라고 벼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경우에 따라서는 제2, 제3의 ‘언니 게이트’가 터져 정치권에 걷잡을 수 없는 태풍이 들이닥칠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우선, 김 이사장이 아무리 영부인의 사촌언니지만 아무런 정치적 배경도 없는 70대 중반의 노인에게 선뜻 30억원이 넘는 큰 액수를 쥐어주며 비례대표 후보 추천을 부탁했다는 점은 신빙성이 희박하다는 주장이다. ■ 김 이사장이 오히려 정치력 영향력 높아 오히려 김 이사장이 한나라당 서울시의원을 지낸데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업적 가운데 하나인 ‘대중버스 교통체계 개편’과 관련해 당시 수시로 독대까지 해가면서 토론한 것으로 알려져 더 영향력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게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43개 단체로 구성된 ‘대선교통연대’를 결성해 이명박 후보 지지 기자회견을 여는 등 자신의 직위를 적극 활용한 정치성향이 강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아무리 김옥희 씨가 김윤옥 여사의 ‘친언니 행세’를 하고 다녔다 해도 이 정도의 정치성이 강한 사람이 정치권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 김 씨에게 30억3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제공한 경위가 석연치 않다. 물론, 김 이사장 측은 “일단 10억 원을 준 상태에서 추가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으며, 후보 공천에서 탈락한 뒤에야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명했으나, 계속 미심쩍다는 의심을 가졌던 김 이사장이 김옥희 씨가 ‘친언니’가 아니라는 것은 한 발짝 더 나가서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나 청와대 등과 충분한 협의가 있었더라면 김 이사장이 왜 후보로 공천받지 못했겠느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또한, 김옥희 씨가 김 이사장으로부터 30억 원을 수표로 받은 뒤 즉시 자신의 계좌에 입금시키지 않고 한동안 수표로 그냥 갖고 있었던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의 발표에 의하면, 김 씨는 김 이사장으로부터 지난 2월 5일과 대통령 취임일인 2월 25일, 그리고 3월 7일 세 번에 걸쳐 각각 10억 원씩 총 30억 원을 수표로 받았지만 자신의 계좌에 입금시키지 않고 그냥 소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다가 김 씨는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 발표가 있던 3월24일 직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계좌에 20억 원을 입금했고, 공천 발표 직전 10억 원을 넣어, 김 이사장으로부터 10억 원을 받은 시점으로부터 한 달 이상을 자신이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를 뒤집어 보면, 만약 김 이사장이 공천됐더라면 30억 원 중 공천 직전 입금한 10억 원은 자신의 몫이고, 나머지 20억 원은 정치권에 전달됐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 즉, 20억 원을 김 이사장의 공천 추천을 위해 정치권 등 모처에 전달했다가 공천에서 떨어지자 뒤늦게 돌려받아 김 이사장에게 반환하기 위해 계좌에 입금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는 것이다. ■ “청와대, 검찰과 짜고 사기꾼으로 몰려고 한다” 이러한 추측을 가능케 하는 또 하나의 의문점은, 김옥희 씨가 공천 발표 직전에 3억 원을 꺼내 오피스텔을 구입하고 손자에게 외제 차를 사준 점 등은 그가 김 이사장으로부터 받은 돈을 ‘개인적 용도’로 썼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처음 입금했던 10억 원은 ‘내 몫’이고 나머지는 정치권 등 ‘제3자의 몫’이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아니냐는 해석도 뒤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20억 원이 제3자에게 갔다가 돌아왔다는 추측이 맞다 하더라도 계좌 입금 등의 형태가 아니어서 김 씨의 자백과 명백한 증거 등이 없는 한 검찰이 자체적으로 이를 밝혀내기에는 사실상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는 게 검찰 주변의 대체적인 견해다. 검찰의 계좌 추적 결과를 종합하면, 김옥희 씨는 김 이사장으로부터 30억3000만 원을 받아 25억4000만 원을 돌려줬고 공천 이후 6억5000만 원은 ‘다른 곳’에 쓴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30억3000만 원과의 차액 1억6000만 원이 원래 김 씨 계좌에 있던 돈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공천장사’를 통해 받아온 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검찰은 계좌추적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김옥희 씨는 “청와대가 검찰과 짜고 나를 사기꾼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과 정치권, 청와대 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7일 김 씨의 담당 변호인의 말에 따르면, 김 씨는 최근 “청와대가 구체적인 사실이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도 나만 사기로 몰고 다 끝내려 하고 있다”면서 “나만 처리하면 (공천비리가) 괜찮아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고 밝히는 등 이번 사건을 두고 처음으로 심경을 토로하며 억울함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듣기에 따라서는 ‘나를 계속 사기꾼으로 몰아세우면 가만 안 있는다’는 일종의 엄포로 들릴 수도 있으나, ‘뭔가’ 없으면 저렇게 큰소리를 칠 수 있느냐는 얘기도 신빙성이 있게 들린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단순 사기사건이라며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민주당에서는 ‘언니 게이트’라는 이름까지 지어가며 권력형 비리로 몰아가는데다,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당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검찰 수사가 공천비리까지로 확대되면 야권보다는 여당 내부 상처가 더 클 것이라는 때 이른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비례대표 공천 배경과 과정을 정확히 알고 있는 인사가 한 명도 없으니 더 불안하다”면서 “당 일각에선 ‘김옥희발(發)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하는 한 인사의 말처럼 한나라당으로서는 초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검찰 수사에서 여권의 유력 인사가 개입된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한나라당으로서는 메가톤급 후폭풍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 여당, 불똥 튈까 전전긍긍…냉가슴 물론, 당 지도부에서는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이와 관련한 정보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다수 의원들의 생각은 섣불리 판단하거나 무턱대고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비례대표 공천은 당시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과 이방호 사무총장, 강창희 인재영입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공천심사소위에서 주관했기 때문에 현재 한나라당에는 비례대표 공천에 공식적으로 관여했던 인사가 국회의원이나 주요 당직에 남아 있지 않다. 이와 관련, 한 핵심 당직자는 “총선 공천 당시 지역구는 공천심사위원회에서 모든 걸 심사했지만 비례대표는 공천심사소위라는 것을 만들어 당에선 극히 일부만 관여했다”면서 “하지만 그 사람들도 비례대표 순번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모른다고 하더라”고 말해 실제 지역구 공천심사와 달리 비례대표 공천심사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점을 시인했다. 이로 인해 당시 당 안팎에서는 “권력핵심부에서 순번까지 정해 내려 보내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당시 공천 업무를 총괄했던 이방호 전 사무총장은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비례대표 선정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비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한정돼 있는데 김옥희 씨는 그런 급이 아니었고 김종원 씨는 회의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며 ‘금품 로비’ 가능성을 일축하지만,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어느 정도까지 검찰 수사를 예의 주시하며 ‘언니 게이트’ 확신에 냉가슴을 앓고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의 친인척을 관리하는 청와대 민정친인척관리팀에서는 예의주시하는 몇몇 친인척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자칫 제2, 제3의 ‘언니 게이트’가 터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 친인척들은 청와대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민정1비서관실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친인척관리팀’에는 현재 검찰·경찰·감사원 등에서 파견된 10~15명의 행정관들이 1200명에 달하는 친인척들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관리하는 대통령 친인척은 1200여 명으로, 이는 참여정부 때 관리 대상이 된 대통령의 친인척 900여 명을 웃도는 수치로서, 관리 범위는 대통령의 8촌 이내 친족, 대통령의 외가 쪽 6촌 이내, 김윤옥 여사 쪽 6촌 이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명 ‘삼청동 별관팀’으로 알려진 ‘공직기강팀’은 민정2비서관실 소속으로 10~12명의 행정관들로 구성됐으며, 공직기강 확립 및 인사검증 업무 등을 담당하고, 대통령 친인척, 고위 공직자, 청와대 직원 등 내부 감찰을 비롯한 민정수석실의 사정 기능은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잠시 기획조정비서관실로 이관됐다가 지난 6월 대통령실 조직 개편과 함께 원상복귀됐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