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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당 원내대표 리더십 상실

홍준표 ‘독불장군’ 뭇매, 원혜영 ‘전령사나’ 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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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1호 심원섭⁄ 2008.08.26 16:23:39

18대 국회가 임기 시작 82일 만에 파행의 종지부를 찍음에 따라, 원 구성 협상의 선봉에 섰던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 지도부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원내 제1, 2당인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를 정점으로 한 양당 원내 지도부는 최종 협상 과정에서 한 발씩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국민외면국회’, ‘식물국회’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장시간의 산고 끝에 도출된 합의안을 둘러싼 양당 내부의 비판론은 양당 원내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지고 있고, ‘빛 좋은 개살구’라는 냉소마저 낳고 있다. 특히, 홍 원내대표가 그 동안 협상 과정을 치르면서 당 안팎에서 입은 상처가 적지 않다는 것이 당 안팎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지난달에는 민주당의 원혜영 원내대표와 원 구성 협상에 합의하고 서명까지 했지만, 막판 청와대의 반대로 협상이 무산되기도 했다. 물론, 특위를 구성해 장관과 감사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여는 것은 곤란하다며 청와대가 제동을 걸고 나선 만큼 홍 원내대표에게만 원 구성 협상 실패의 책임을 지우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이나 당내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홀로 일을 처리하는 홍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근본 문제라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 홍준표, ‘홍반장’이냐 ‘물반장’이냐 또한, 지난 8월 11일에는 원내대표들이 원 구성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나,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원혜영 원내대표의 협상 결과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협상을 요구하는 바람에 이틀 만에 협상을 깨버혔다. 이 과정에서 원내대표가 당헌상 권한을 위임받아 협상한 결과를 설명하면서 소속 의원들에게 훈계를 듣고 몇 차례 사과하는 씁쓸한 광경마저 벌어지기도 했다. 지금의 원내대표들은 엄연히 경선으로 선출된 대표로서, 과거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시대에서 보스가 임명하는 수족에 불과했던 원내총무와 다른 자신들의 위상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지적이다. 각 당의 당헌에 의하면, 한나라당은 ‘국회 운영에 관한 최고 권한’, 민주당은 ‘원내업무 통할’을 보장받은 원내 최고 사령탑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돼 있다. 물론, 정당 내에는 이해를 달리하는 파벌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당 내부의 이견을 조정해 당 밖에서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정치력이고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원내대표는 그러한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확실히 보여주어야 하지만, 이견이 조정되지 못할 경우 ‘당헌’이라는 법규에 따라 행동하면서 권한을 발휘해 협상을 성사시켜야 한다. 또한, 당이 불신할 경우 책임을 지고 자의적으로 물러나면 되지만, 법과 원칙 그리고 자신의 능력에 자리를 걸겠다는 결의가 없는 리더는 원내대표로서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따라서 홍준표, 원혜영 두 원내 사령탑의 리더십이 어느 정도 상처를 입었는지 살펴본다. 지난 80여 일 간의 개원, 원 구성 협상에서 “야당에 너무 많은 것을 준다”는 비판과 함께 당내 및 청와대와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오던 홍 원내대표는 장외투쟁 등으로 맞선 야당의 거센 풍랑 속에서 원 구성을 성사시켜 172석의 ‘거여(巨與)’를 출항시키는데 성공함으로써 “일단 배를 띄우면 순항하게 돼 있다”는 명제를 실현에 옮긴 셈이 됐다. 따라서, 이번 원 구성은 홍 원내대표로서는 자신을 향해 쏟아진 거센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등 리더십 회복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가축전염병예방법(이하 가축법) 개정과 관련해 야당으로 하여금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를 인정하도록 만들었으며 ‘쇠고기 수입 국회 통제’의 수위도 적정 수준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등 민주당과 청와대를 동시에 설득하는 양면 작전을 펼쳐 천신만고 끝에 합의안을 도출해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원내대표는 청와대에 대해서는 광우병 발생 시점으로부터 5년 이내에 30개월 월령 이상의 쇠고기 수입을 재개할 때에는 반드시 국회 심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토록 설득했으며, 동시에 민주당이 반대해 온 ‘한미 쇠고기 추가 협상을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는 부칙을 개정안에 포함시키는 안을 끝내 관철시켰다. 이 과정에서 가축법 개정에 대한 정부 내 반발에 직면, ‘사퇴불사’라는 배수의 진을 치는 등 정치적 결단력도 보여줌으로써 원 구성 협상의 물꼬를 트는 동시에 집권 여당의 위상을 새롭게 각인시켰다는 평가도 뒤따르고 있다. ■ “당내 소통 없이 나 홀로 처리” 지적 물론, 여야 양측이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가축법이 여야 간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사안임을 감안한다면 ‘시험’을 무난하게 치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그 동안 협상 과정을 치르면서 당 안팎에서 입은 상처와 리더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야가 합의한 가축법 개정안에 대한 반발 조짐이 있는데다, 쇠고기 국정조사특위 활동기간 연장 등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에는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와 원 구성 협상에 합의하고 서명까지 했지만, 막판에 청와대가 특위를 구성해 장관과 감사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여는 것은 곤란하다며 제동을 걸고 나서는 바람에 협상이 무산되기도 했다. 따라서, 홍 원내대표에게만 원 구성 협상 실패의 책임을 지우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이나 당내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홀로 일을 처리하는 홍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근본 문제라는 지적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대선 관련 고소·고발 사건을 일방적으로 취하하고 쇠고기 국정 조사 특위의 MBC PD수첩 증인 채택을 철회하는 등 민주당에 양보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당론 수렴 없이 일을 일방통행식으로 처리한다는 불만이 당내에서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8월 19일 치러진 상임위원장 경선 결과, 문광위의 경우에는 원내대표단이 내정한 고흥길 의원이 96표를 얻어 정병국 의원(59표)에 여유 있게 승리를 거뒀지만, 통외통위 경선에 나선 남경필 의원은 박진 의원에게 6표차로 졌고, 정보위원장 내정자인 최병국 의원은 권영세 의원과 같은 78표를 얻었지만 ‘동수의 경우 다선, 연장자 우선’ 규정에 따라 천신만고 끝에 당선되는 등 이날 경선에서 원내대표단이 인선한 후보가 예상보다 저조한 1승 1무 1패의 성적에 그쳐 홍 원내대표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경선 결과가 홍 원내대표의 지도력에 직접적인 문제를 불러일으키지는 않겠지만, 경선 결과는 홍 원내대표에 대한 반감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게 아니냐는 당 안팎의 평가가 따르기 때문이다. 협상 이전에는 원 구성이 당내외 최대 현안인 만큼 협상의 대표인 원내대표에게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지만, 상임위가 구성된 이후에는 의원들이 각개약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어서 현실적으로 홍 원내대표의 통제력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원 구성 협상이 끝나면 통상 원내대표의 말이 잘 먹히지 않는다는 점도 고민으로 등장하고 있다. 게다가, 범친이계에 속하긴 하지만 친이 직계는 아니라는 점에서, 친이계와 친박계라는 당내 계파의 틈바구니 속에서 홍 원내대표의 중심잡기가 쉽지만은 아닐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홍 원내대표는 취임 초기 국정운영 공백상태에서 국정운영을 사실상 주도하면서 ‘신주류’로 급부상했지만,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친이계의 지지 이탈로 세 부족의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홍 원내대표가 ‘상처뿐인 영광’이었던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얻은 경험이 향후 행보에서 소중한 내적 자산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범친이계의 한 의원은 “홍 원내대표가 상처를 입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유난히 힘들었던 원 구성 협상을 결과적으로 비교적 무난히 치러낸 만큼, 이를 바탕으로 당내 계파를 추스르고 대야 관계에서 정치력을 발휘한다면 한 단계 도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원혜영 “소수 야당 이끌 투쟁력 부족” 국회가 가축법 개정특위까지 만들었음에도 한나라당의 소극적 태도로 흐지부지됐던 가축법 개정 논의를 마무리하고 국민의 광우병 공포증을 완화시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은 원혜영 원내대표의 ‘벼랑 끝 전술’이 통한 결과라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안 처리 과정의 '게이트키퍼'와도 같은 법사위원장직을 민주당 몫으로 챙겨오겠다는 원내대표 출마 당시의 약속을 지켜낸 것도 인정받을 부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뿐만 아니라 국회 상임위에 상설 소위원회를 전면 도입키로 한 점 역시 원 원내대표의 제안이 반영된 부분으로서, 이는 소수 야당이 상임위 운영과정에서 집권 여당에 밀리지 않고 피감기관을 견제할 수 있는 효과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민주당은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비둘기파’로 분류됐던 원 원내대표는 당내 강경파로부터 소수 야당을 이끌 지도자로서 투쟁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 등 리더십 논란에 휩싸였던 것은 부담으로 남는다. 정반대로, 온건파 쪽에서는 원 원내대표가 강경파에 휘둘려 국회 파행을 장기화시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왔다. 이는 결국 원 원내대표의 조정력이 약한 것 아니냐는 비판적 평가로 이어졌고, 한나라당으로부터도 “원내 총사령탑이 협상의 전권을 쥐지 못한 전령사에 불과하다”는 혹평까지 들어야 했다. 소수 야당의 원내대표로서 ‘여대야소(與大野小)’ 정국을 헤쳐 갈 강인한 지도력을 발휘하면서 당내의 다양한 이견을 두루 중재하는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이 원혜영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로 지적된다. 그러나 당내 역학관계상 원 원내대표에게 ‘화끈한 양보’를 통해 국회를 정상화시킬 힘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전당대회를 치르긴 했지만, 민주당엔 당의 진로를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갈 주도 세력이 아직 형성돼 있지 않아, 강경파의 압박으로부터 원 원내대표를 지켜줄 보호막이 없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렇듯 개원 및 원 구성 협상 과정을 통해 정치력과 리더십을 1차 평가받은 양당 원내 지도부는 국회 정상화와 함께 본격적으로 전개될 정책대결 및 논쟁 등을 통해 제2의 시험대에 오를 전망어서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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