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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vs불교 ‘악어와 악어새’

정부자료, 사찰 제외…이 대통령 불교 행사 불참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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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1호 김진의⁄ 2008.08.26 16:24:56

소망교회 장로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잡았지만 출범부터 불교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특히, 이 대통령 주변의 일부 참모와 주변 인사들이 불교계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과 행동을 해 불교계가 산문까지 폐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범불교도대회 봉행위원회는 8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헌법파괴, 종교편향 이명박 정부 규탄 실천활동 선포식’을 열고 단식과 1인 시위의 시작을 알렸다. 봉행위원회는 “오만과 독선으로 헌법파괴와 종교편향을 일삼는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단식과 1인 시위를 전개한다”고 밝혔다. 봉행위원회는 “끊임없이 계속되는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에 대해 강력한 항의와 대국민사과,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대책 수립을 촉구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헌법파괴와 종교차별을 막아내고 종교화합과 국민화합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선포식에서 조계종 원우회 총무부 박종학 사찰교무팀장과 기획실 김한일 주임은 삭발을 했다. ■ ‘숭기억불(崇基抑佛)’ 논란 봉행위원회는 조계사 입구에 천막을 설치하고 조계종 총무국장 혜경 스님과 기획국장 미등 스님 등을 시작으로 릴레이 방식의 단식투쟁에 돌입했으며, 이날부터 23일까지 매일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청와대와 정부종합청사 앞에서는 스님과 신도들이 동참하는 1인 시위도 진행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불교와의 악연은 출범부터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월 12일 부처님 오신 날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불참한 반면, 사흘 뒤 개최된 국가조찬기도회에는 참석하자 ‘숭기억불(崇基抑佛)’ 논란이 일었다. ‘숭기억불’이란 말 그대로 기독교는 숭상하고 불교는 억누른다는 뜻으로, 이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종교계 대형 행사 가운데 유독 기독교 행사에만 참석하자 구설수에 오른 것.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02년부터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조계사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온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에는 불참하자 ‘대통령이 불교계를 홀대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봉축법요식은 매년 음력 4월 8일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하면서 전국 사찰에서 개최하는 행사로, 특히 조계사 법요식에는 종교계·정치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왔다. 국가조찬기도회의 경우 올해가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이자 국가조찬기도회 40주년인 점, 전날 조용기 여의도 순복음교회 담임목사가 성역 50주년을 맞이해 원로목사로 추대된 점 등이 고려돼 참석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 의전 매뉴얼 부재… “그때그때 결정한다” 청와대에 딱히 ‘의전 매뉴얼’이랄 것이 없는 점도 ‘숭기억불’논란에 한 몫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전 정부에서 물려받은 ‘매뉴얼’이 없어 알음알음으로 전 정부 사람들에게 물어보거나 여기저기 알아봐서 더할 건 더 하고 뺄 건 빼고 있다”면서 “그때그때 판단해서 결정한다”고 말했다. 대형 종교 행사를 비롯한 각종 행사에 대해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명문화한 규정이 없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전 정부의 ‘관례’에 따라 참석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번 봉축법요식 불참이 그 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내내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하지 않은 대신 문화관광부 장관을 보내 조계사에 봉축 메시지를 전한 선례를 그대로 따른 것. 청와대 관계자는 “관례에 따라 봉축법요식에 참석하지 않는 방향으로 의견을 냈다”면서 “대신 2년에 한번씩 조계사에서 열리는 실내 법요식의 경우 이전 정부에서 대통령이 참석했던 만큼 관례에 따라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국가조찬기도회 참석 여부에 대해서도 청와대 참모진 사이에 찬반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종교적 편향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으니 불참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지만,취임 전부터 매년 갔던 행사이니 참석해도 무방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대선 때부터 종교 논란을 우려해 불교계에 공을 들여왔는데 뜻하지 않은 논란에 휩싸였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쇠고기 파동’으로 국정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하는 등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이 대통령이 불교계의 섭섭한 속내를 풀고 불심(佛心)을 추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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