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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경제 시대가 오고 있다

‘가격파괴 넘어 공짜경제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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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7호 김대희⁄ 2008.10.07 17:30:31

세계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공짜경제’ 사업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공짜경제란 상품을 공짜로 주고도 돈을 버는 새롭고 다양한 사업 방식을 말한다. 특히, 향후 2~3년 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확산되면서, 공짜경제 사업 모델에 대한 관심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따라서 공짜경제 사업 모델의 개발과 방어책 마련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과제가 될 가능성인 높다. 특히, 신생 기업이나 공격적인 기존 기업들은 공짜경제 사업 모델을 먼저 개발해 시장 판도를 바꾸려 할 것이다. 공짜경제 사업 모델은 최근 새로운 형태로 진화를 거듭하며 여러 산업에서 다양한 형태로 속속 나타나고 있다. 특히, 콘텐츠와 통신산업 부문에서 다양한 실험이 전개 되고 있다. ■ 콘텐츠·통신산업, 공짜경제 주 실험장 2007년 8월, 영국 음반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1980, 1990년대 팝 음악계를 주름잡았던 가수 프린스(Prince)가 일간 신문인 데일리메일의 일요판에 신작 앨범을 끼워 공짜로 뿌렸기 때문이다. 프린스는 이를 통해 런던 콘서트 투어를 홍보했고, 실제로 큰 성공을 거뒀다. 공짜로 배포한 CD 300만 장의 인세(560만 달러)는 날렸지만, 콘서트는 21회 모두 성황을 이루었다. 프린스는 콘서트 입장권 판매만으로 2,340만 달러를 벌었고, 데일리메일로부터 100만 달러의 라이선스료도 받았다. 프린스는 결국 신작 앨범을 공짜로 뿌려 1,880만 달러(한화 190억 원 상당)를 버는 통 큰 장사를 한 셈이다. 공짜전화 전쟁은 이동통신 분야에서도 시작될 조짐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버진 모바일과 영국의 블라이크(Blyk)가 광고 기반의 공짜통화 모델을 실험 중에 있다. 버진 모바일은 2006년 여름부터 슈거 맘마(Sugar Mama)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휴대전화로 배달된 광고메일을 보고 설문조사에 응답하면 1분 무료통화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2007년 말 공짜통화 이용자는 60만 명(총 가입자 510만 명의 12%)으로, 총 900만 분의 무료 통화가 제공됐다. 영국의 블라이크도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16~24세 집단을 고객으로 겨냥해 2007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광고 수신자가 10만 명, 광고 응답률이 29%에 이르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공짜경제 사업 모델은 전통산업에서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일본의 대학가에서는 최근 공짜복사 서비스가 좋은 반향을 얻고 있다. 게이오대학 학생들이 2006년 4월 설립한 타다카피(Tadacopy)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대기업이나 학교 근처의 사업자들로부터 스폰서링을 받아 복사용지 뒷면에 광고를 싣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공짜로 복사해서 좋고, 광고주들은 광고지를 학생들이 오래 간직하게 되니 좋아한다. 이처럼 높은 호응을 기반으로 공짜복사 사업은 2년 만에 44개 대학으로 확대됐다.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을 대상으로 공짜교과서를 주는 기업도 있다. 미국의 프리로드 출판사(Freeload Press)는 경영· 금융·컴퓨터 분야의 교과서들을 전자 파일로 만들고, 챕터 마지막 페이지마다 광고를 삽입해 무료로 배포한다. 덴마크의 벤터스 출판사(Ventus Publishing)도 유사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2011년경에는 자동차를 공짜로 주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벤처 기업인 베터플레이스는 이스라엘에서 무료 전기자동차 보급 사업을 추진 중이다. 통신회사가 휴대전화를 공짜로 주고 분당 통화요금에서 수익을 내는 것처럼, 이 회사는 전기자동차를 무료 또는 낮은 가격에 소비자에게 주고 주행거리에 따라 사용료를 받을 계획이다. 이 사업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는 배터리의 높은 가격, 짧은 주행거리, 긴 충전시간 등 지난 20년 간 풀지 못했던 전기자동차 사업의 난제를 한꺼번에 해결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 배터리는 약 1만2,000달러로 차량 가격 상승의 주범이다. 배터플레이스는 배터리 소유권을 갖고 배터리를 운전자에게 대여한다. 운전자는 자동차를 배터리 없이 개별 구매하든지, 배터리를 포함해 렌트하는 방식으로 초기 구매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전기자동차는 현재의 배터리 기술로는 4~5시간 충전해 150km 정도만 갈 수 있어 장거리 운행에 취약하다. 이 점은 충전소 인프라를 마치 주유소처럼 전국에 구축해 장거리 운행시 쉴 때마다 배터리를 교체해서 해결한다는 것이다.

■ 전통산업에도 공짜경제 바람 공짜경제 사업 모델은 여러 산업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단순하게 흘려 넘길 돌발적 현상이 아니라, 산업 전반을 관통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21세기 들어 공짜경제가 주목할 만한 트렌드로 부상하는 배경은 소비자들의 공짜심리, 실질 구매력 약화, 정보력 증대 때문이다. 공짜 심리는 인간에게 본원적인 본능이다. 특히, 경기 상황이 나빠지면 지갑이 얄팍해져 공짜에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된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하에서 20, 30대의 구매력이 크게 약화된 흐름도 공짜경제의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 공짜사업들 중 상당수는 이들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 아울러, 인터넷 이용의 확산으로 가격 비교가 쉬워진 점도 한 요인이다. 범용품의 경우, 가격비교를 통해 할인가격에 파는 상품을 발견하면 정상 가격의 제품은 비싸다고 생각하게 되고, 좀 더 싼 가격의 상품을 찾게 된다. 이렇게 끊임없이 더 저렴한 것을 찾다가 이제는 공짜까지 바라게 된 것이다. 또, 기술 진보에 따른 한계비용 감소, 제품 범용화, 컨버전스도 원인이다. 반도체·스토리지·통신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인터넷 세상에서는 사실상 ‘한계비용 제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초기 시스템 구축에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일단 시스템만 구축되면 가입자를 한 명 더 유치한다고 해서, 또는 메일함 용량을 100MB에서 무한대로 확장시킨다고 해서 추가 비용이 크게 들지는 않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공짜경제 사업 모델이 특히 번성하는 이유는 이러한 비용 구조 때문이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빠르게 범용화되고 가치가 크게 하락하는 것도 공짜경제 사업 모델의 도입을 부추긴다. 또한, 컨버전스로 하나의 제품이나 플랫폼을 통해 여러 가지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 것도 원인이다. 제품을 공짜로 주는 형태로 고객 기반을 일단 확보하면, 다양한 유료 서비스를 통해 우회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가장 주목해야 할 원인은 희소자원의 변화와 창의적 사업 모델의 중요성 증대이다. 경영학자 토머스 데이븐포트는 기업이 선점해야 할 핵심 자원이 변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즉, 글로벌화와 정보화의 급속한 진행에 따라 토지·자본·노동은 더 이상 희소자원이 아니며, 진정 희소한 자원은 고객의 관심·시간·평판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현대는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정보의 시대여서 수많은 경쟁자와 유사 제품 및 서비스가 시장에 범람하고 있다. 차별화를 위해 창의적인 사업 모델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짜경제 사업 모델은 고객의 관심·시간·평판을 획득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 공짜경제시대, 대응은 이렇게 공짜경제 트렌드는 소비자에게 더없는 축복이지만, 기존 기업의 경영자들에게는 향후 큰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기존 가격 질서가 붕괴된다. 소비자들은 공짜 또는 사실상 무료에 노출되면, 더 이상 과거의 가격을 지불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휴대폰 시장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정가대로 구매하지 않는다. 나아가, 고객들이 공짜 제공자에게 급속히 쏠리면서, 기존 사업 기반이 붕괴될 위험성도 있다. 한국 최대의 커뮤니티 사이트였던 프리챌이 2004년 순식간에 몰락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공짜가 일반화된 인터넷 산업에서 무리하게 유료화를 추진하다가 사용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이렇듯 공짜경제 사업 모델의 등장은 기존 기업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국내 신문산업을 보자. 2000년대 인터넷과 무가지는 기존 언론사들의 매출 기반을 잠식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 신문들은 메트로·AM7 같은 무가지의 등장으로 큰 타격을 입었고, 2004년 후발주자였던 굿데이 신문은 결국 파산했다. 따라서, 기존 기업들은 어떤 형태로든 공짜경제 시대의 도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미리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때 공짜 경쟁자의 출현에 저가 공세로 맞불을 놓는 것은 현명치 못할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기존 기업들이 원래의 강점을 유지하며 공짜경제 시대에 대응하려면, 다음 3가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① 시장 재정의를 통한 사업영역 고도화 공짜경제 사업 모델의 출현은 소비자들의 가격심리를 뒤흔들어 전통적인 수익 모델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에 대응하여 기존 기업들은 무엇보다 보완재와 대체재, 고객 가치의 관점에서 시장을 새롭게 정의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 가치가 저하된 기존 제품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은 무엇인지, 고객들이 현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가치는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하여 기업의 사업영역을 보다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고도화시켜 나가야 한다. 이미 1990년대 가격파괴시대에도 이와 유사한 고민이 많았다. 예를 들어, 1990년대 말 온라인 증권거래 전문회사의 출현은 기존 증권사들의 수익 모델에 심각한 위협이었다. 대다수 증권사들은 수수료 인하로 대응했지만, 이는 수익성 악화만을 초래했다. 반면, 이 시기 차별화에 성공한 증권사들은 사업영역 고도화를 시도한 기업들이다. 단순한 증권중개 역할에서 벗어나 고객 자산 전반의 운용 자문, 기업금융, 투자은행 업무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도전을 이겨낼 수 있었다. ② 기존 시장 내 제품 차별화와 관련 수익원천의 선점 공짜 경쟁자의 등장에 맞서 기존 사업을 사수해야 하는 경우, 그 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공략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차별화도 중요하다. 특히, 기존 기업들은 오랜 사업 경험에서 축적된 숨겨진 자산(hidden assets)들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숨겨진 자산의 대표적인 예로는 독특한 고객 관계나 미활용된 데이터, 방치된 비핵심 사업 등을 들 수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차별화가 가능하다. 공짜경제와 관련된 수익원천이나 스폰서를 먼저 찾아 이를 선점할 필요도 있다. 공짜 경쟁자의 수익 창출 여지를 미리 막거나 동일한 방식으로 반격이 가능함을 과시해 공짜 경쟁자들이 진입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동향은 이를 잘 보여준다. 최근 MS는 애드센터라는 온라인 광고 플랫폼을 내놓고, 야후 인수를 시도했다. 이는 인터넷 광고 모델의 대표주자 구글이 온라인에서 소프트웨어로, PC 기반에서 모바일 기반으로 사업을 전방위 확장하는데 대한 반격으로 생각할 수 있다. 애드센터를 내세워 구글의 핵심 수익원천인 애드센스를 무력화시키고, 포털인 야후를 인수하여 구글의 광고 스폰서들을 분산시키려 한 것이다. ③ 관련 산업의 공짜 전쟁 활용 전쟁이 일어나면 군수업자가 돈을 번다. 기존 업체와 신생 공짜 경쟁자 간에 치열한 전쟁이 야기된다면, 관련 산업의 기업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예컨대, 브라질의 항공기 제작사 엠브라에르는 ‘저가항공전쟁’의 덕을 많이 보았다. 저가 항공사들이 단거리 노선을 강화하면서 엠브라에르의 강점 사업인 저가 중형기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 공짜 보급 사업이 확산된다면, 의외로 최대 수혜자는 2차전지 회사가 될 것이다. 배터리 1대당 단가가 1만2000달러로 하이브리드 카에 비해 훨씬 비싼데다, 배터리 교체 방식이 일반화된다면 자동차 1대당 필요한 배터리 수요가 1.5~2개 정도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공짜 전쟁은 공급 제품의 수요 트렌드를 바꿀 수도 있어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 에어버스는 최근 A380이라는 초대형 비행기를 야심 차게 내놓았지만, 정작 요즘 인기 있는 기종은 중형기인 보잉 737기이다. 사우스웨스트·라이언에어·이지젯 등 저가 항공사들이 주로 이 기종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호황 시절에는 최고급 럭셔리 제품이 인기 있지만, 경기 침체와 공짜 전쟁 시대에는 효율적이고 저렴한 제품이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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