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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찾아온 연예계 베르테르 효과 끝은?

부끄러운 1위 자살공화국, 정부 자살방지 대책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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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7호 김진의⁄ 2008.10.07 17:38:05

최근 이어지는 연예계의 자살,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의 끝은 어디인가? 탤런트 안재환의 자살에서 시작된 연예인의 죽음은 또 배우 최진실 씨의 죽음을 몰고 왔다. 이에 따라 연예계에서는 다음 타자가 누구냐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죄악시되어 온 이 같은 연예인의 자살이 젊은 청소년층을 비롯해 가계경제의 어려움을 안고 있는 일부 성인들의 모방자살로 이어지는 ‘베르테르 효과’가 확산될까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 성인 4명 중 1명이 연예인 자살 이후 모방자살 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7년 IMF 신탁통치 때 많은 가장들이 그리운 가정을 등에 지고 서울역 등 거리에서 노숙생활을 해 가정을 파괴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자살을 택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안상영 부산시장, 남상국 대우건설사장 등 엘리트 계층에서 자살을 택하는 등 자살행태가 엘리트층으로 확산되었으며, 최근에는 연예계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자살로 인해 파생되는 손실은 연간 3조856억 원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자살에 대한 방지대책도 세워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단기적으로 자살예방 전략의 개발과 시행을 담당할 기구를 설립하고, 장기적으로는 정신질환·실업·빈곤 등 다차원적인 자살 원인들에 통합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부 정책과 법안, 인적 자원을 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자살, 연간 손실 3조 원 최근에 실시한 여론조사도 이를 입증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전국 19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연예인 자살사건의 영향에 관해 전화 조사한 결과, ‘연예인 자살 사건으로 모방충동을 느꼈다’는 응답자가 23.6%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한 ‘모방충동을 느꼈다’는 의견은 남성(27.4%)이 여성(19.6%)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 연령층이 27.5%로 ‘모방충동을 느꼈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30대(26.7%), 40대(24.1%), 20대(12.3%) 순으로 조사됐다. 연예계에 파고드는 ‘베르테르 효과’란, 유명인의 죽음을 모방해 죽음을 선택하는 현상이다. 지난 1774년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란 소설을 읽고 난 유럽의 젊은이들이 삶의 회의를 토로하며 소설 주인공을 모방하여 자살하는 기현상이 일어난 사건이 시초가 되어 ‘베르테르 효과’란 신조어가 생성되었다. 지난해 2월 가수 유니가 자살한 후,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연기자 정다빈이 남자친구의 집 욕실에서 목을 매달았다. 같은 해 5월에는 재연배우 여재구가 평소 앓던 우울증으로 자택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앞서 지난 2005년 2월 영화배우 이은주의 자살 소식은 연예계를 비통에 빠지게 했다.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은주는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줬다. 90년대에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스타들이 있다. 가수 서지원은 2집 앨범에 대한 부담감으로 1996년 벽두에 유서를 남긴 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5일 뒤 '이등병의 편지'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가수 김광석도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 연예인 자살, 청소년 사회 확산 우려 그럼, 왜 연예인들은 ‘베르테르 효과’를 추종하는가? 자살한 연예인들에 대해 보통 우울증에 의한 자살이라는 추정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다. 자살을 선택한 그 심리를 들여다보면, 죽은 자신을 보면서 살아 있는 사람들이 받는 고통이나 어떤 반응을 통해 자신이 보상받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연유되는 경우가 많다. 또 살아 있는 자에게 무언의 복수를 하고자 하는 심리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인기에 대한 부담감과 팬들의 기대에 대한 연예인들의 심적 고통을 이루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이러한 방법은 어떤 식으로든지 정당화될 수 없다. 알랭 드 보통은 소설‘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인간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으며 그것 때문에 자살하는 유일한 동물이 되었다”며 “자살하는 사람은 죽었기 때문에 그 자신의 궁극적인 소망을 실현할 수 없다”고 자살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의 말처럼, 죽음 다음에 남아 있는 사람이나 팬들의 반응을 바라볼 수 없다면 이 얼마나 바보스러운 짓인가? 일부에서는 연예인이 쉽게 죽음을 택하는 단적인 이유로는 ‘삶’이란 단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연예인들은 밤낮으로 연기를 쫓아 헤매는 불나방으로 살아왔다. 그래서 그들은 손에서 연기를 놨을 때 공허하며 우울증에 빠진다. 이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실패하는 사례가 크다. 안재환·최진실도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사막에서 금을 캐는 꼴이 될 수밖에 없어 죽음을 택한다는 것이다. 동양에서는 유교적 가치관에 입각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거나 털끝 하나라도 스스로 신체를 훼손하는 일은 부모에 대한 불효와 모독으로 여겨 왔다.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둔 서양에서도 삶과 죽음의 결정은 사람이 아닌 신의 영역으로 간주돼 왔다. ■ 한국 자살률 OECD 1위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간 고도성장과 함께 자살률이 꾸준히 증가해 OECD 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살은 암·뇌혈관질환·심장질환에 이어 가장 높은 사망원인이기도 하다. 자살의 원인으로는 과다한 스트레스, 이혼, 경제난 등 여러 이유가 있으나, 그러한 복합적 원인이 작용한 우울증이 가장 큰 원인으로 밝혀졌다. 또, 자살률을 직업별로 보면 전문직·기술직·행정관리직·판매서비스직·농어업 근로직 등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사계절 중 봄에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국민의 35% 가량이 자살을 구체적으로 계획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자살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살에 대한 예방책이 시스템적으로 미흡한 상태이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암이나 건강보험 적용 대상들뿐만 아니라 자살에 대해서도 자살률을 낮출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예방 대책이 시급하다. 이명박 정부는 자살 예방차원의 일환으로 우울증 환자의 치료비 지원책을 내놨다. 그러나 삶의 가치와 함께 생명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 한, 정부가 펴는 자살 예방책이라는 것도 약발을 발휘하기 어렵다. 해결책으로는 국민의 사회심리적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우선, 우리 사회 절망과 낙관이라는 긍정의 씨앗을 심어야 한다. 공교육 체계에서 나눔과 도움운동 같은 함께 사는 삶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과정을 검토해보는 것도 좋은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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