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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고리사채의 덫

갈수록 범람, 중국집보다 많아…금감원·검찰 일제단속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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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8호 성승제⁄ 2008.10.14 14:16:28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가운데, 제도권 금융사에서 외면받는 서민들을 상대로 사채놀이를 하는 불법 대부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매달 100~200%에서 최대 300~400%에 달하는 살인적인 금리로 가뜩이나 힘든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 특히, 최근 탤런트 안재환과 최진실까지 자살하게 만든 원인이 불법 사채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더 이상 방관할 수만은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이 금융시장 위기로 대출벽을 높게 세우고 있어, 당분간 불법 사채시장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집보다 많은 곳이 불법 사채시장”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사채가 무섭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하지만, 서민들 입장에서는 알면서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서글플 따름이다. 결국,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서민을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용직 근로자인 김모(38·서울 광진구) 씨는 식당일을 하던 아내가 둘째 아기 출산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자 생활 자금과 출산 자금을 구하려고 불법 사채업자로부터 200만 원을 대출받았다. 선수수료 60만 원과 출장비 5만 원을 공제하고 나니, 막상 수중에 들어온 돈은 65만 원에 불과했다. 상환기간 10일에 상환금액은 100만 원이며, 기간이 지나도 갚지 못할 경우 하루에 10만 원의 연체이자를 지불한다는 조건이었다. 결국 김 씨는 상환일에 그 돈을 갚지 못했고, 5일 간 연체이자만 50만원을 지불하다가 도저히 해결할 방안이 없어 대부업피해센터에 신고를 했다. 대부업피해센터가 김 씨의 약정 이자율을 계산해 보니 무려 1900%에 달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돈줄 죄기’에 나서면서 개인과 기업 등의 경제주체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 등의 제도권 금융업체에서 대출이 불가능한 저소득 서민계층은 가계가 파산 날 판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고리사채를 끌어다 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려 있다. 이들은 법정 상한선을 넘는 불법 고리사채에 시달리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 “이자 높은 줄 알지만 일단 살고 봐야죠” 이처럼 고리사채를 이용하는 서민들은 천문학적인 높은 이자를 내야 하는 줄을 알면서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생활비나 아이들 교육비, 월세 등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 정부 지원이나 금융권 대출은 안 되고, 당장 손쉽게 돈을 구할 수 있는 곳이 대부업 시장이기 때문에 죽거나 혹은 대출울 받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대부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자금 조달이 달려 대출을 못해주고 있다는 점.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평소 대출승인율이 30%선이었는데 지금은 10%도 안 된다”며 “급전이 필요해 찾아온 고객 10명 가운데 9명은 되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시청이나 도청에 등록된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이들이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곳이 무등록 불법 대부업체. 금감원이 파악한 바로는 사금융 이용자 189만명 가운데 약 33만명이 불법 대부업체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재선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 사무총장은 “합법 대부업체 이용이 어려워진 극빈층이 불법 사채업자들에게 걸려드는 사례가 올 들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감원이 운영 중인 사금융피해상담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피해상담 건수가 206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776건에 비해 16.1% 정도 증가했다. 이정하 금감원 서민금융지원실장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서민층이 겪는 애로가 커지고 있다”며, “무등록 대부업체의 생활정보지 광고를 제한하는 등 불법 사금융으로 인한 피해구제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 연예인 시장 3000억 대출 가능하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부업 대출은 500만 원 이하의 소규모다. 하지만, 최근 안정환·최진실 자살사건으로 연예인 사채시장 피해는 수억에서 수천억 원에 이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지난 5년 동안 불법 대부업체(사채업체)로 인한 피해 등 서민경제 침해사범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대부업계는 통상 억대의 대출은 해주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일부에서는 연예계 전문 사채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졌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부업협회는 최근 “공식적으로 확인이 되지 않았는데도 ‘안 씨의 자살=고금리사채=협박’인 것처럼 알려지고, 모든 대부업체가 불법추심을 하고 있다는 오해가 증폭되고 있다”면서 “안 씨의 채권액이나 채권자, 불법추심 행위가 있었는지 등이 현재로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부업협회 관계자는 “안 씨의 채무가 40억 원대의 고액이고, 영화제작이나 화장품사업 등 사업자금 용도라는 점으로 미뤄볼 때 채무의 대부분은 제도금융권의 채무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불법사채의 경우 1000만 원 미만의 금액을 대여하고, 억대의 자금은 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채시장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이와는 다르다. 사채시장의 한 관계자는 “연예인이라 할지라도 일반적인 사채시장에서 신용으로 몇 억씩 빌릴 수는 없다”면서 “연예인 전문 사채업체에서 돈을 빌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담보만 확실하다면 사채시장에서는 200억∼300억 원대의 자금도 빌릴 수 있다”면서 “불법 업체에서 5억 원 정도를 대출한 뒤 이자 등을 연체했다면 상당한 금액으로 불어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안 씨의 주변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월복리 기준으로 3년 전에 안씨가 사채업체로부터 5억 원을 빌린 뒤 한 번도 이자를 안 갚았다고 가정할 때 연 50% 금리를 적용하면 21억7300만 원, 40%를 적용하면 16억2700만 원이다. 현재 대부업체 최고 이자율은 연 49%이지만,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66%에 달했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40억 원’의 부채는 충분히 가능한 수치다.

■ 사기사채도 기승, 서민들 2중피해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급전이 필요한 수요자가 늘면서 이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사건도 급증하고 있다. 돈이 필요했던 김포에 사는 박모(남·30) 씨는 인터넷에서 A캐피탈 광고를 보고 300만 원의 대출을 신청했다. 그런데 A캐피탈 직원이라고 소개한 김모 씨는 박 씨에게 ‘A캐피탈은 대출자격이 안되니, 우선 다른 대부업체 대출을 받아 돈을 주면 대출자격을 만들어주겠다’고 속여 300만 원을 가로챈 뒤 잠적했다. 대학생 남모(남·24) 씨 역시 학자금이 필요하여 인터넷을 통해 B상호저축은행 학자금 대부광고를 보고 200만 원 대출을 신청했다. 그런데 대출 이후 이자금액이 이상해 확인해 보니, 자신이 대출받은 업체는 B저축은행이 아니라 C매니저라는 대부업체였다. 남 씨가 항의하자, 대부업체는 남씨의 대출자격이 B상호저축은행은 안 되기 때문에 업무제휴를 맺은 자신들에게 넘어온 것이라고 설명한 뒤 연 66%의 이자가 적용된 대출금 전액을 상환하라고 요구했다. ■ 금감원, ‘피해주의보’ 발령 이에 대해 금감원은 제도권 금융기관 명의를 도용한 불법·허위 대부광고에 따른 피해주의보를 발령하고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일부 대부업체와 대출모집인이 제도권 금융기관 명의를 도용하거나 편법 사용해 인터넷에 불법·허위 대부광고를 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누구나 대출가능” “신용조회 없이 즉시 대출” “아파트 감정가액 최고대출” 등 소비자들을 현혹하기 위한 문구를 활용하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이 밝힌 주요 불법·편법 대부광고 현황을 보면, 우선 대출가능 금액을 과대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투기지역 여부, 감정가 시세 등의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감정가의 60%를 대출할 수 있다고 표시하거나, 총부채상환비율 적용을 표시하지 않는 방법 등으로 과대표시하는 경우다. 또, 실제 대출은 대부업체에서 하면서 은행이나 보험사 등의 명의를 임의로 사용하는 경우도 잦다. 이 밖에 대부업자의 경우 광고를 할 때 필수 기재사항(연이자율, 연체이자율, 대부업 등록번호 등)을 고의로 빠뜨리는 경우도 상당수다. 금감원은 이 같은 불·편법 대출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기관과 공동으로 ‘불법대부광고 사이버감시단’을 설치·운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대부광고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을 실시한 뒤 관련기관에 통보해 공동 대응키로 했다. 가령, 불·편법 대부광고를 하다 적발될 경우 △모집인 계약해지 △공정거래위 통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 원 이하 벌금 부과 △관할 시도지사에 통보 과태료 부과 △국세청 통보 부당이득 환수 등 다양한 제재수단을 강구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생계침해형 부조리사범 통합신고센터(www.1379.go.kr)도 적극 활용키로 했다. 국번 없이 1379(일상친구)로 신고하는 통합신고센터는 금품착취, 임금착취, 불법사금융(고리사채 등) 등 8대 부조리 사범 신고를 접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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