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금융공기업 민영화 하기는 하나

금융·中企 위기에 대부분 엇박자… 신보·기보 통합도 사실상 유예

  •  

cnbnews 제89호 성승제⁄ 2008.10.21 16:53:08

자금시장통합법 시행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MB 정부의 최대 공약 중 하나인 금융공기업 민영화 작업 속도가 삐걱거리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금융불안이 한국 경제를 강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 폭락과 환율 급등, 실물경기 침체까지 두달여 만에 한국 경제가 위기를 겪으면서, 민영화 작업에 힘쓸 여력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이를 입증하듯, 우리금융지주·산업은행의 민영화나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통합 등 금융공기업 분야는 가장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신보·기보의 통합방안 마련은 사실상 유예됐고, 산업은행·우리금융의 민영화 일정도 늦춰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다만, 산업자본 규제가 완화돼 앞으로는 기업도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그러나 이 역시 사금고화 논란이 남아 있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10개월이 다가오고 있지만, 쇠고기 파동, 경기 침체, 고유가, 환율 급등까지 헛발질만 하는 MB 정부. 금융공기업 민영화 작업 역시 말로만 끝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더 힘을 얻고 있다. 더구나, 금융공기업 민영화 작업을 빠르고 신속하게 하겠다는 당초의 말과는 달리, 아직까지 향후 전략이 비틀 거리고 있어 차라리 안 하니만 못하다는 비난도 커지고 있다. 새 정부 들어 당초 약속한 공약이 하나도 들어맞지 않고, 오히려 국민들의 불신만 키우면서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현 시점에서, 금융공기업 민영화 작업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아봤다. ■ 우리지주·산업은행 민영화 일정 유예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금융위기는 MB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공기업 개혁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산업은행의 민영화나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의 통합 등 금융공기업 분야는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신보·기보의 통합방안 마련은 사실상 유예됐고, 산업은행·우리금융의 민영화 일정도 늦춰지는 것이 확실시된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세계 금융시장이 위기에 빠지고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돼 공적자금을 투입한 금융회사나 민영화 대상인 국책은행을 제값을 받고 팔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를 고려해 민영화 착수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인정하듯 금융공기업 민영화에 차질이 빚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가격 문제다. 매각 대상 공기업의 주가는 52주고가 기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정부 지분 72.97% 가운데 51%를 초과하는 지분을 매각하려 했던 우리금융과 기업은행 주가 역시 5개월 만에 절반 이상 떨어졌다. 상장주식이 아닌 산업은행의 경우 올해 말쯤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정부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려 했지만,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매각시기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 설령, 연내 산은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오는 2012년까지 정부 지분을 털어낸다는 당초 계획을 강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에 산업은행 지분 일부를 해외 투자은행(IB)에 먼저 매각하고 산업은행을 증시에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구조조정 기업의 매각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나 자산관리공사가 지분을 가진 현대건설과 하이닉스·현대종합상사·쌍용건설 등의 매각작업은 주식급락 등의 여건 악화로 순연될 가능성이 짙다. 이와 함께, 3차 공기업선진화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신보·기보의 통합 역시 유예됐다. 금융위기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된 상태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 창구인 신보와 기보를 당장 통합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조성된 탓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금융공기업은 물론 공적자금 투입 기업 등의 매각작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여건이 워낙 좋지 않아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 금융당국, “민영화 속도조절 문제없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금융당국은 속도조절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최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 출연, 시장여건을 감안해 산업은행 지분매각 시점을 조정하겠다며 금융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전 위원장은 “정책금융과 민간금융이 혼재된 상황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산업은행 민영화 관련법이 연내에 국회를 통과하기를 희망한다”며 “한국개발펀드(KDF)를 새로 만들어 중소기업 금융지원이나 금융시장 안전판 역할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실제 산업은행 지분 매각은 시장 여건을 감안해서 적절히 조정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말을 실행하듯 금융위원회는 10월 13일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법안은 14일 입법 예고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11월 말 국회에 제출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외국 기업을 포함해 국내외 산업자본(기업)이 의결권 있는 시중은행 지분을 가질 수 있는 한도가 10%로 상향 조정된다. 또, 산업자본이 유한책임사원(LP)으로서 출자비율이 10%를 초과하거나 서로 다른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들의 출자비율이 30%를 초과한 사모펀드(PEF)는 산업자본으로 간주돼 왔는데, 이 요건도 개정 후에는 각각 30% 이상, 50% 이상으로 완화돼 사실상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가 가능해졌다. 국민연금 등 62개 공적 연기금도 금융감독원의 검사권 행사와 이해상충 방지장치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은행을 인수할 수 있다. 또, 대주주가 산업자본이 아닌 외국계 은행도 해외에서 보유한 제조업체의 자산이 산업자본 판단에서 빠지게 돼 국내 은행을 인수할 기회가 커지게 됐다. 역차별 가능성이 생긴 국내 은행도 구조조정 기업의 출자전환 등으로 갖게 된 제조업체의 자산은 산업자본 판단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특히, 은행을 제외한 보험·증권지주회사는 제조업 자회사를 둘 수 있게 돼 기존 대그룹의 금융지주회사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논란거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기업이 은행 지분을 4% 초과해 소유하면서 최대주주이거나 경영에 참여할 경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은행 임원 선임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또, 산업자본이 은행과 불법 내부거래를 한 혐의가 있을 때 금융감독원이 해당 대주주에 대해 현장 조사를 벌이고 과징금 부과와 대주주 특수관계인의 사외이사 선임 금지 등의 제재를 하게 된다. 아울러, PEF는 은행 지분을 4% 초과해 최대주주가 되려고 할 때 사전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LP는 은행 경영에는 간여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하면 은행 보유지분을 1개월 안에 팔아야 한다. 증권지주회사의 경우 금융 자회사에 제조업 손자회사가 허용되지만, 보험지주회사의 보험 자회사는 제조업 손자회사를 거느리지 못하게 했다. 지주회사는 제조업 자회사에 자신들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신용공여를 할 수 없으며, 지주회사와 대주주 간에는 신용공여와 발행주식 취득 등에 제한을 받게 된다. 금감원은 제조업 자회사에 대해 현장 검사권을 갖는다. ■ 금융-제조업 장벽 제거 논란 금융위의 금산분리 규제 완화로 사실상 금융-제조업 장벽이 무너지면서 리스크 확산 등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지주회사에 적용되고 있는 금산분리 규제가 풀리면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이 속도를 낼 수 있지만, 금융업과 제조업 사이의 방어벽이 약해져 금융에서 발생한 위험이 제조업으로, 반대로 제조업의 부실이 금융업으로 전이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공적 연기금이 은행을 소유할 경우 정부가 간접적으로 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산업자본이 PEF를 통해 은행 경영에 간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늘리고 중장기적으로 소유 규제를 없애면 금융산업의 중추인 은행이 대기업에 좌우되며 자금 흐름이 왜곡되거나 부실화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금산분리 완화정책으로 금융기관이 재벌 대기업의 사금고가 될 수 있고 경제주체 간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화·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활발 한편, 그나마 최근 가장 큰 이슈를 보이는 곳은 대우조선해양이다. 산업은행이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한화와 현대중공업을 선택하면서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반면, GS가 깜짝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혔던 포스코는 막판 GS의 불참 통보로 인수전에 발도 못 붙이고 탈락하는 비운을 겪게 됐다. 그러나, 한화와 현대중공업은 유력 후보의 낙마로 우선협상 대상자에 한발 다가서게 됐다. 두 인수 희망자 중 한 곳은 10월 24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될 예정이다. 이동희 포스코 부사장은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 참여를 통해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하려고 했으나 본입찰에 참가하지 못해 아쉽게 생각하며, 산업은행의 결정에 겸허히 따르겠다”고 짤막하게 입장을 밝혔다. 산업은행이 포스코 탈락을 결정한 가장 큰 배경은 `절차의 공정성`으로 파악된다. 우여곡절 끝에 단독 매각주관 업무를 맡은 산은이 법적인 소송 빌미에 휘말릴 경우 향후 인수·합병(M&A) 업무에도 적잖은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산은 관계자는 “GS의 컨소시엄 탈퇴는 5대5 투자 구조를 지닌 전략적 동반자의 이탈로 볼 수 있을 만큼 사안이 중대한 것”이라며 “법무법인이 포스코 참여에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고 매각추진위원회도 같은 의견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인수전이 2파전으로 압축되긴 했지만, 막판까지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포스코와 GS가 입찰가격에 합의를 보지 못했듯이, 가장 큰 변수가 바로 입찰서에 적어낸 인수가격이다. 최근 주가 폭락으로 3조 원대 초반까지 대우조선해양의 시가총액이 줄긴 했지만,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이 본질가치에서 크게 벗어난 가격으로는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기준가격 미달일 경우 유찰시킨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한화와 현대중공업이 갖고 있는 약점들도 이번 본입찰 결정과정에서 비가격요인으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국내외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한화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는데 여기에는 자금동원 능력에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한화그룹이 계열사가 보유한 대한생명 지분 매각으로 1조5000억 원 가량의 인수 대금을 마련한다고 밝혔지만, 최근처럼 주가가 곤두박칠치는 등 경기불황 속에서는 매각 자체가 이뤄지기 힘든 게 아닌가 보고 있다. 또, 부동산 매각이나 은행권에서의 자금조달도 당초 계획처럼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