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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 생산설비 ‘해외탈출’증가

역수입 심화 우려…국내철수 고려하지 않아
원-위안 환율급등, 환경변화에 中 진출 기업 웃고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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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0호 김대희⁄ 2008.10.28 17:17:10

‘유가·원자재·금리·환율 불안’ 등 다발적인 경제 악재가 산업계를 벼랑끝으로 내몰면서 기업들이 해외로 생산설비를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수도권 공장규제 강화 및 노동시장 여건 악화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으며, 해외 공장이전 규모가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아지는 등 기업들의 ‘해외 외도’가 급격한 가속 물결을 타고 있다. 이에, 중국의 임금수준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음에도 국내 기업들의 중국행이 식을 줄 모른다. 여전히 중국 진출이 계속되고 있으며, 투자건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국 직접투자건수는 2001년 1,000건을 넘어선 이후 2002년 1,340건, 2003년 1,633건, 그리고 올해만 해도 중국·베트남·인도 등 동남아지역에 무려 9,081건(9월 말 현재)으로 급증했다. 이런 추세는 향후 해외로 진출할 기업들이 줄을 이을 것이란 전망을 짐작케 한다. 최근에 경제단체에서 수도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이미 진출한 기업이 60%에 달했으며, 25.5%가 ‘1~2년 내’, 16%가 ‘여건이 되면’ 진출할 것이라고 답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LG·SK·포스코 등 주요 그룹을 비롯하여 중소·벤처기업 등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계가 올 들어 더욱 빠르게 해외로의 사업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통계청과 중소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올 들어 해외 생산설비 이전 및 해외공장 신설 등의 규모가 상반기에만 2조 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규모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포함할 경우 150여개의 공장이 국내에서 해외로 이전한 셈이다. 대기업 공장 기준으로 종업원 300인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연간 최소 5만여 개의 일자리가 해외로 간 셈이다. 실제로 한국은행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설비·무형고정투자를 합한 총고정자본의 전년 동기 대비 실질성장률은 0.5%를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총고정자본 증가율은 2002년 7.4%, 2003년 4.4%, 2004년 3.7%, 2005년 1.4%, 2006년 2.0%, 2007년 6.2% 등이었다. 총고정자본 가운데 기업의 설비투자는 올 상반기 1.1%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11.0%와 비교하면 크게 위축됐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면서 국내 산업이 빠르게 공동화 되고있다. 특히, 이는 국내 경제의 밑바탕이 되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대기업 역시 수익성이 낮은 국내를 떠나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비싼 인건비와 토지비용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63%가 저인건비 등 비용절감과 노동력 확보를 그 이유로 들었다. 또한, 수도권에 생산설비 건설이 어려워지고, 각종 세금 등의 규제도 국내 생산설비의 해외진출을 부추겼다. ■ 수출입 불균형 초래… 고용 창출 감소로 내수시장 경색 수년 전부터 해외로 생산설비 이전을 진행하고 있는 국내 제조업체의 사장은 “내수시장 위주의 매출이 일어나고 있지만 각종 규제 때문에 국내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는 수도권에 생산 설비를 마련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여기에 인건비와 비싼 토지비용을 생각하면 중국 등에 공장을 짓고 물품을 국내로 들여오는 편이 오히려 이익”이라고 푸념했다. 이는 결국 해당 제품뿐 아니라 부품 등 세부 품목의 수입을 일으켜 역수입이 심화됨으로써 국내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이러한 역수입에 대해 “초기 해외진출시에는 국내에서 부품을 조달하고, 중국 등 해외 공장에서 조립해 들여오겠지만, 추후에는 물류비 등을 고려해 현지에서 조달할 것”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비싼 국내 물품을 가져다 쓰기보다 현지 업체로부터 부품을 조달받아 완제품이 한국으로 수입되는 만큼 수입이 늘어나고 수출이 줄어드는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생산설비가 줄어들면서 이에 따라 고용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도 우리 경제에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고용이 줄어들면 중산층 및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고, 결국 내수시장이 경색되어 다시 기업들이 신규 인력 창출을 주저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해외진출과 이로 인한 고용 창출의 부진은 결국 2분기 국내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4.9%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민간소비 비중은 48.3%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결과를 낳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국내 산업은 과거에는 수출의 비중이 높았지만, 점차 수출 대비 내수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균형을 맞추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다시 내수시장이 크게 침체되면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전경련이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그 동안 정부의 지속적인 공장 설립 및 토지이용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국내 공장설립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법은 해외 생산기지 이전이다. 낮은 비용을 찾는 해외 투자는 중소기업을 넘어 대기업으로 전이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생산기지 이전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제조업의 활력 측면에서 보면, 우리 제조업은 사업체 수, 출하 금액의 증가세가 90년대 후반부터 크게 둔화되기 시작했다. 물론, 사업체 수나 출하 금액이 지속적인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제조업이 일본과 같은 쇠퇴현상을 나타낸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활력이 둔화 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반면에, 1990년대 10년간 장기침체를 경험한 일본은 제조 대기업을 중심으로 2003년 이후 해외 생산기지 이전보다는 국내 설비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이른바 일본 제조업 회귀현상을 보이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대기업의 제조업 회귀현상은 중소기업과 비제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있으며, 그 결과 일본의 고용상황도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 일본 제조업의 국내 회귀현상은 단순한 비용절감을 최고의 경영목적으로 삼는 국내 기업들과는 달리, 핵심부문의 국내 생산거점화를 위해서 국내의 높은 인건비나 토지비용을 감수하는 것이다. ■ 해외 진출기업, 수익성 악화에도 철수는 ‘글쎄’ 이와 관련, 해외 진출에 나선 국내 기업들은 실패 위험이 높다는 점도 큰 문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중국 진출 중소기업의 현지 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중국 진출 중소기업의 현재 경영상태는 흑자 41%, 적자 21%, 손익분기점 수준 38% 등으로 나타났으며, 중국 진출에 대한 만족도는 진출 초기의 60%에서 22%로 크게 하락했다. 중국의 신노동계약법 시행과 수출증치세 환급률 인하 등 급격한 경제정책 변화로 인해 중국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의 경영악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외자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상 등 우대혜택 축소와 수출증치세 환급률 및 관세율 조정 역시 진출 기업에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 밖에도, 중국·베트남 등 국내 기업이 진출한 국가의 인건비 상승 역시 해외 진출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도 중국·베트남 등지에 진출한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환율상승, 악화되는 경영여건에도 불구하고 국내로의 철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트라가 최근 중국 진출 기업 600개사, 베트남 진출 기업 250개사를 대상으로 경영실태와 향후전망에 대해 설문분석한 ‘2008 그랜드서베이’에 따르면, 57.1%의 중국 진출 기업이 향후 진출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2007년에 비해 경영환경 및 성과부문에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는데도 중국 기업의 74.2%, 베트남 기업의 79.7%가 이전 및 철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으로의 유턴을 고려하고 있는 한국기업의 비율도 20% 미만으로 나타났다. KOTRA 박기식 해외사업본부장은 “현재의 금융위기에서 파급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이 이제 곧 해외진출 기업의 경영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진출 경험자의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가 더욱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 한국 수출형 자금 묶이고, 내수 판매형 매출 늘어 한국산 고급 의류를 중국에 수입해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A사(베이징)는 올해 들어 원화 표시 이익이 두 배로 늘었다. 원화 대비 위안화 값이 급등해 뜻하지 않은 이익을 남겼다. 한국산 화장품을 중국 시장에 유통하는 B사(다롄)도 수입 단가가 크게 떨어져 원화가치 하락을 반기고 있다. 휴대폰을 판매하는 C사도 수출은 달러로, 내수는 위안화로 결제해 환율 변동 무풍지대에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선 이처럼 ‘횡재’를 맞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달러 대비 환율이 원화와 정반대로 움직인 결과다. KOTRA 중국 무역관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생산·수출형’ 기업들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는 반면, ‘중국 내수 판매형’ 기업들은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랴오닝성에서 안경을 만들어 한국으로 수출하는 D사는 최근 원화 급락으로 한국 내 수입처가 대금 결제를 미루는 통에 자금 흐름이 꽁꽁 묶여버렸다. 칭다오에서 산업용 보일러를 만드는 E사 역시 한국 수출이 사실상 중단됐고, 가구를 생산해 전량 한국으로 수출하는 F사(톈진)는 원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어 오다 환율 요인까지 겹치자 아예 조업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중국 내수 판매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주방용기 업체 G사는 최근 한국 수출물량을 줄이고 내수 판매 비중을 50% 이상 늘렸다. KOTRA 관계자는 “당분간 중국 내 비용 상승과 환율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어서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지금이라도 내수시장 판매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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