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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와 MB, 누가 오바마 닮았나

이명박·노무현 등 국내 정치인과 오바마 코드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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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2호 박성훈⁄ 2008.11.11 17:33:06

버락 오바마 후보가 44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한 신예 정치인의 미국 대선 승리는 국내 정치계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몰고 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여기저기서 국내 정치 지도자들과 오바마 당선자를 비교하는 말들도 오가고 있다. 이 같은 비교의 핵심에는 단연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다. 이 대통령은 5일 한승주 전 외무장관 등 외교안보 자문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미 대선 당선을 축하하면서 “새로운 미국의 변화를 주창하는 오바마 당선자와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를 제기한 이명박 정부의 비전이 닮은 꼴”이라고 자평했다. 같은 날 이동관 대변인도 청와대 브리핑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이후 일관되게 ‘변화와 개혁’을 국정운영의 중요 가치로 삼아왔으며 그런 점에서 두 정상은 공통된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며 이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인을 연관시켰다.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과 서영교 전 청와대 춘추관장 등 노 전 대통령 측 인사들은 버락 오바마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데 대해 “오바마 당선자와 노 전 대통령의 당선과정과 정치인생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천 전 대변인은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정치권의 비주류에서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인물인 점, 유권자의 지지를 모으는데 인터넷을 활용한 점, 온라인 모금, 휴대전화 결제 등의 방식으로 모금활동을 한 점 등을 ‘닮은 꼴’로 꼽았다. 서 전 관장은 ‘서민·희망’의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 경선에서 유력한 경쟁자와 지지세 경합으로 어려움을 겪은 점을 꼽았다. 오바마 당선 이후에 나온 발언은 아니지만, 작년 말 대선에서 신인 정치인임에도 130만 표라는 쾌거를 몰고 온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대표도 지난 1월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가) 나와 많이 닮았다. 나는 한국의 ‘버락 오바마’”라고 말한 바 있다. 오바마의 당선 과정과 경력·정책노선 등의 측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사이에 ‘닮은 점’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세 명 모두 대선에서 ‘개혁’ 표방 : 대선 과정에서 표명한 슬로건이 개혁적이라는 점은 세 인물의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다. 오바마 당선인은 “Change We Need, Yes We Can”이라는 변화를 강조한 슬로건으로 국민들에게 혁신을 통한 희망의 이미지를 심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진보정권에 대한 경제적 불신에 젖어 있는 상황에서, “경제 대통령”이라는 모토와 함께 개혁 이미지를 선보여 대중의 지지를 끌어 모았다. 이는 정권교체와 맞물려 이전 정부와의 완벽한 차별화를 구현할 수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전 국민의 정부와 차별화를 선언한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2002년 한국이 그러했듯이 2008년 미국은 안정 대신 변화와 개혁을 택했다. 노무현-오바마, 인권 변호사 출신 : 법조인 경력 면에서는 오바마와 노무현 사이에 등호 관계가 성립한다. 버락 오바마는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딴 뒤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러다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을 거쳐 2004년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대선 후보 경선에 돌입하기 전까지 정치경력이 일천한 오바마가 경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부산상고를 나와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인권 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노 전 대통령 역시 이를 발판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가 경선과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언론도 찾기 어려웠다. 노무현-오바마, 언변으로 스타 발돋움 : 노 전 대통령이나 오바마 당선인이나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에는 당내 비주류였다는 점도 비슷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재야 시절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다져진 탄탄한 웅변술로 무명에서 스타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는 점이 둘 사이의 교집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989년 5공화국 비리와 관련한 전두환 전 대통령 청문회에서 짜임새 있는 논리와 강한 어조로 상대를 몰아붙여 일약 유명세를 탔다. 오바마 역시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일 때까지 무명이다가, 2004년 보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미국인은 모두 하나”라는 17분 간의 기조연설로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었다. 노무현-오바마, 경선과정 辛勝 : 미국 민주당 후보경선 초기 오바마의 당내 지지율은 힐러리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당의 주류인 힐러리의 ‘대세론’을 깨고 후보가 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이인제 대세론’을 뒤엎고 후보가 돼,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두 사람의 당선으로 집권당이 바뀌게 됐다는 점도 비슷하다. 오바마의 현재 나이는 47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 당시 나이는 56세로, 두 사람 다 정치인으로서는 많지 않은 나이에 대통령이 됐다. 한국의 경우 60세 이전에 대권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 두명 뿐이다. 이명박-오바마, 정권교체 주역 : 각각 보수 성향의 한나라당 출신 대통령과 진보 성향의 미 민주당 출신 당선인이라는 점에서 상반된 정치·이념적 배경을 갖고 있으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정치권에 입문해 비주류에서 대권 꿈을 이뤄냄과 동시에 스스로 주류를 형성했다는 유사점을 갖고 있다. 또, 야당에서 각각 10년과 8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끌어내고 압도적인 표차로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명박-오바마, 가난한 어린 시절 : 모두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다. 이 대통령은 가난한 가정의 아들로 태어나 길거리에서 어머니와 함께 노점상을 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도왔고, 어렵게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이태원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일로 근근이 학비를 마련했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바마 당선인은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과 재혼을 겪은 뒤 고교시절에는 인종차별에 대한 고민으로 술과 마약에 탐닉하는 등 이 대통령과는 경우가 다르지만 청소년기에 극심한 방황기를 겪기도 했다. 이명박-오바마, 여성 경쟁자와 경선 대결 : 이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인이 어려운 상황을 이기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 것은 모두 대학을 졸업한 이후이다. 이 대통령은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 현대건설에 입사해 `샐러리맨의 신화'를 이뤄냈고, 오바마 당선인은 하버드 로스쿨을 수석졸업하고 5년 만에 일리주이 주 의회 상원의원에 당선돼 이후 정치인으로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대권을 향한 길도 비슷했다. 본선보다 치열한 당내 경선에서 모두 여성 경쟁자(박근혜 의원, 힐러리 클린턴 의원)를 만나 신승을 거뒀고, 본선에서는 모두 사상 최대표차로 비교적 수월하게 승리를 낚았다. 이 밖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점, 운동을 좋아한다는 점, 변화와 긍정적인 마인드를 강조한다는 점 등도 공통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조지 부시 대통령과 공유했던 수준의 교분을 오바마 당선인과도 쌓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두 지도자는 모두 대선에서 `경제'를 화두로 던졌으나 이 대통령이 기업·시장·성장·자유무역 등을 중시하는 것과는 달리 오바마 당선인은 상대적으로 노동·규제·분배·공정무역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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