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13개 재벌그룹 ‘불합격’

은행별 주채무계열기업 신용위험평가…중견 재벌 그룹 대부분 포함

  •  

cnbnews 116,117호 박현군⁄ 2009.05.07 09:28:01

4월 29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으로부터 들려 온 한 가지 소식으로 인해 재계가 발칵 뒤집혔다. 은행권에서 지난달부터 실시해 온 각 은행별 주채무계열 기업들의 재무구조를 평가한 결과, 주요 재벌 그룹 가운데 13개 그룹이 신용위험평가에서 불합격 점수를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 이는 삼성그룹,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등 일부 초우량 그룹을 제외한 중견 재벌 그룹 대부분이 포함된다는 의미다. 문제는 신용위험도 측정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13개 그룹들은 각 채권은행과 재무개선약정 체결 후 고강도 구조조정을 펼쳐야 한다는 것. 다만, 은행들에게 고환율 및 유가 급등락 등 외부적 변수에 의해 재무상황이 일시적으로 악화됐다고 인정받은 일부 계열사는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사실 국내 재벌기업들의 이 같은 신용위험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시작되기 이전인 2005년부터 은행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었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맡고 있는 한성대학교 김상조 교수는 “우리나라 재벌기업들 중 삼성·현대차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충분한 유동성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지난해 8월 증권가에서는 2008년 상반기 보고서 공시내용을 바탕으로 “동부·동양·코오롱 등 재벌기업 대부분 보유현금이 소진되고 있다”는 소식이 타전되기도 했다. 당시 2008년 6월 30일 기준 상반기 보고서의 재무제표상 대차대조표를 분석한 결과, 많은 기업들의 현금과 예치금 계정이 1억~3억 원 이었으며, 심지어 일부 기업들은 보유현금이 1000만 원대에 불과했었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은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 2008년도 신용평가에 ‘엄격한 잣대’ 전년도 재무건전성 평가는 은행마다 매년 해 오던 연례행사이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업에게 돈을 잘 빌려주기 위해서는 기업의 상환능력과 사업역량 등을 면밀히 살펴 돈을 떼일 가능성이 적고 우리가 빌려준 자금으로 사업을 더욱 많이 번창시킬 능력과 가능성이 있는 곳에 우선 투여하는 것이 은행의 임무”라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신용능력 평가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은행·저축은행·금고·증권사 등 주채무 기업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전년도 감사보고서가 공시되는 매년 3월 말부터 4월 사이 해당 기업 및 그룹에 대한 전년도 실적 및 신용평가를 실시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금융사들의 감사는 사실상 형식적이었다. 흥국상호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주채무계열 기업이라면 금융거래시 회사의 안정성 등에 대해 수시로 확인받는 등 굳이 감사보고서 평가과정이 아니더라도 이미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새삼스럽게 감사보고서 분석을 면밀히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관행에 비해, 지난달 마친 2008년도 기업들의 신용평가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이번 신용평가에서 은행들은 채무 기업들의 신용평가시 부채비율 부문에서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우선, 해당 기업의 부채비율이 500%를 넘을 경우, 환율급등·기업매수 등 정상을 참작할 수 있는 여지와 상관없이 무조건 부실기업으로 분류한다는 것이 첫 번째 기준이다. 부채비율이 500% 미만일 경우, 이자보상배율·총자산회전율·매출액영업이익률을 바탕으로 100점 만점으로 구성된평가 점수에 따라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구체적으로 부채비율의 300~500%는 80점, 250~300%는 70점, 200~250%는 60점, 150~200%는 50점, 150% 미만은 40점 이상을 만족해야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 이름 대면 알 만한 기업들 ‘즐비’ 코스닥과 거래소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 중에서 부채비율 500% 이상으로 무조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강요받아야 하는 기업은 재벌 그룹 계열, 건설·조선사들 중에서 대선조선·오라에너지·아시아나항공·우리파이낸셜·대한은박지·대우조선해양·대한펄프·흥아해운·디에스엘시디·도이치모터스·이테크건설 등이다. 이들은 주채권은행들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약정을 맺어야 한다. 약정을 맺은 기업들은 그에 따라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한다. 만약, 약정 상대방인 주채권은행이 판단할 때 해당 기업의 구조조정이 약정에 비해 미흡하거나 의지가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검토과정을 통해 CEO를 비롯하여 경영진에 대한 전면 퇴진 등을 요구하게 된다. 만약, 은행 측의 문제제기와 경영진 퇴진 요구 등에 직면하고서도 충분한 해명 없이 구조조정에 소극적일 경우, 주채권은행과 금융감독원은 대출금 회수, 대출 등 동결, 신용평가기관 신용등급 하향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사실상 기업 해체 작업에 착수하는 것이다. 반면, 부채비율이 300%와 500% 사이에 있는 재벌 그룹 계열사들에는 화인텍·태광이엔씨·대한항공·동양메이저·코오롱건설·위지드·삼호·사조해표·새한미디어·풍림산업·한국내화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은행들이 마련한 100점 만점의 평가점수에서 80점 이상 등 활발한 경영활동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무구조 개선 약정 대상이 된다. 금융감독원은 4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은행들의 자체 신용평가에서 불합격한 그룹 계열사들은 5월 말에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채결하고 구조조정 이행 실적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점검·관리받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신용평가 불합격 기업들과 맺게 될 약정 내용에는 차입·M&A 등을 통해 과도하게 외형을 확대한 곳은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를 유도하고, 유휴자산 및 비핵심 사업부문의 매각에 대해서도 강력히 권고하는 내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적 구조조정은 포함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은 “주채권은행들의 자율적 추진상황을 밀착 점검한 후, 구조조정이 미흡한 기업에 대해 주채권은행의 대응이 미온적일 경우 그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밝혔다. ■ 이번 사태 금융위기로 촉발된 것 사실 국내 재벌들의 이 같은 위기론은 금융위기로 인해 발생된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후 은행 및 증권사들이 막대한 투자손실을 겪으면서 기업들을 상대로 자금회수에 나서면서 현금이 소진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금융위기와 함께 유가폭등과 환율불안, 여야 정치권의 정쟁에다 남북관계 경색, 국가 신용등급 하락 등 악재란 악재는 모두 쏟아지면서 기업들의 입장에서 악몽과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고 회고하면서 “마치 벌거벗긴 채 남극의 정중앙에 내버려진 듯한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죽지 않고 살아남느라고 그 동안 쌓아 온 잠재력 등을 거의 소진해버린 상황”이라며 신용위험 폭증에 대해 설명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