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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내부진통으로 위기의식

삼성생명·대한생명·삼성화재 해외투자 실패로 곤혹, 중소 보험사 구조조정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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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20호 박현군⁄ 2009.06.02 11:33:44

경제위기와 기업들의 부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은행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보험업계가 최근 내부 진통으로 주저앉을 위기에 처했다. 재계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윤증현 경제부총리와 진동수 금융위원장의 뒤치다꺼리에 바쁜 은행권과 내부문제로 바쁜 보험권이 주춤하는 사이, 금융산업 및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자본시장통합법) 체제의 힘을 받은 증권업계가 치고 나가는 형국이다. 생명보험업계는 빅3로 명명된 삼성생명·대한생명·교보생명이 내부적 문제가 불거지고 있고, 외국계 생명보험사들도 설계사 비리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은행권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손해보험업계는 지난달 보험소비자연맹에서 제기한 실손형 보험상품의 중복가입 문제가 법적 제재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또 삼성화재의 서브프라임 파생상품 손실 문제, 그린화재 등 중소형 보험사들의 적자전환 문제, 한화손해보험 및 제일화재의 구조조정 및 합병 이슈 등으로 정신이 없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북핵 정국,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이 끝나면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이며, 그 강도는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빅딜 수준에 못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은행권의 스트레스가 최대화되는 이때 보험권의 영역확대에 나서야 하지만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자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삼성생명·삼성화재, 서브프라임 모기지 불명예 국내 보험업계의 맏형은 단연 삼성그룹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를 이끌었다. 양사가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의 공론을 독주하고 보험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은 보험업계에서 공공연한 이야기. 지난 2004년 보험업계가 국민의 정부에게 강하게 요구했던 어슈어뱅킹 도입도 사실상 삼성생명의 입장일 뿐이라는 것이다. 어슈어뱅킹이란 보험사가 은행의 경영권을 소유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보험사의 은행 경영권 소유가 허용되더라도 이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보험사는 100조 자산의 삼성생명만이 유알하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시각이다. 그런데 이 같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지난 2006년 무너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질를 기반으로 하는 파생상품 시장에서 막대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과 중국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손실로 급기야 삼성생명의 순이익과 영업이익은 삼성화재에 못 미쳤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생명이 매년 하던 연말 실적발표 IR을 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손실이 드러날 경우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 리먼브라더스 손실 삼성화재가 해외 부동산시장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은 삼성생명보다 실적규모에서 앞서는 것은 호재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삼성화재도 삼성생명의 서브프라임 투자실패를 탓할 입장이 되지 못한다. 삼성화재의 해외투자 손실도 만만치 않기 때문. 삼성화재가 거액의 손실을 본 투자는 리먼브라더스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리먼브라더스 파산 당시 부채담보부증권 63억 원과 주식워런트증권(ELW) 13억 원을 리먼에서 운용하고 있었다. 이 중 부채담보부증권 63억 원은 그대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주식워런트증권의 경우 계약내용상 국내 증권사가 전액 보장하도록 돼 있어 삼성화재가 실제로 입은 손실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삼성화재는 리먼브라더스에 물린 부채담보부증권도 이달 중 전액 회수가 가능하다며 항변하는 상태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는 리먼브라더스에 떼인 76억 원의 자산을 모두 헤지한 후에 실적발표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의 주장에 따르면, 동사는 결과적으로 해외투자에서 손실이 전혀 나지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화재는 해외투자 실적 등에 대한 발표를 꺼리고 있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사의 자산은 계약자에게 보험사고가 났을 때 언제라도 지급해야 하는 만큼 손해가 없는 안정자산에 장기투자하는 보수적 운용을 원칙으로 한다”며 “하지만 삼성화재는 리먼 등 고수익 위험자산에 투자해서 어쨌든 막대한 손실을 본 것으로 비춰진다는 점에서 대외적 신용도 추락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생명 구조조정, 교보생명 땅부자 해외투자 실패에서는 대한생명도 비켜갈 수 없다. 대한생명은 미국 월가의 다단계 금융사기로 전 세계에 충격을 줬던 페어필드 센트리 금융사기 사건에 연루된 헤지펀드에 5000만 달러를 직접 투자했다가 고스란히 떼였다. 또 대한생명은 최근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직원들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또 생명보험노동조합 내 대한생명 지부의 강력한 반발에도 직면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생보 빅3사들 중에서 그나마 가장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교보의 자산이 상당수 부동산에 매여 있다는 점에서 재계 구조조정에서 은행권의 스트레스가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말에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영역 확장에 나서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이 밖에, ING생명·AIG생명 등은 설계사의 불법모금 등 모집조직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연일 터지고 있어 신용도 추락을 막기 위해 노심초사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본사도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에 허덕이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금융시장 확보를 위해 투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히려 AIG생명의 경우 아시아 보험사업부가 미국 AIG금융그룹에서 분사하면서 이름까지 AIA생명으로 전환됐을 정도다. 메트라이프생명의 한 관계자는 “타 생보사 합병 등 점유율 상승을 위한 투자계획이 있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그 같은 계획은 보류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손보업계, 실손형 상품 규제에 위기감 손해보험업계는 최근 국회와 금융감독원 등에서 불고 있는 실손형 상품에 대한 중복가입 규제의 법규화에 대해 “손보업계의 뿌리를 뒤흔들 수도 있는 큰 위기상황”이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5월 7일 한나라당 조문환 의원은 “보험사가 중복가입을 허용함에 따라 고객으로부터 과다 보험료를 거둬들여 부당이득을 수취하고 있다”며 의료실손보장보험의 중복가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를 보험회사에서 지도록 규정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실손형 보험상품이란 보험사고시 계약자가 보험사와 맺은 보험금 지급 약정의 한도 내에서 실제로 사고비용, 즉 치료비와 대물 손해배상비용만큼까지만 손해 배상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계약자가 가입한 암 보험에서 위암 발병시 보험금 약정액이 삼성화재 2000만 원, 현대해상 4000만 원, 동부화재 3000만 원, 한화손해보험 1000만 원일 경우 이 계약자가 어느날 위암 진단을 받게 되면 4개 보험사에서 총 1억 원의 보험금을 수령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실손형 상품이라면 약정액과 상관없이 병원에서 진단과 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후 청구된 병원비가 1000만 원일 경우 이 계약자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1000만 원에 불과하며, 이 돈은 계약자가 아닌 병원이 직접 수령하게 되는 것. 이 경우 보험사별 보험금 지급은 각각의 약정액의 총합에 대한 비율에 따라 삼성화재 200만 원, 현대해상 400만 원, 동부화재 300만 원, 한화손해보험이 100만 원 씩 분담하게 된다. 그러나 계약자들은 위암 판정 시 약정 총액 1억 원을 지급받기를 기대하며 4개 보험사에 가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실손형 보험상품을 판매하면서도 중복가입시 받게 될 수도 있는 불이익에 대해 대체로 함구하고 있는 상황. 이 때문에 정작 보험금을 지급받을 때 분쟁요소로 발전되고 있다. 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법률안은 제95조 2항(적합성 원칙)을 신설해 보험사의 책임성을 강화했다. 특히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에서 새로 삽입된 95조 2의 1항에는 “보험회사는 의료실손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에…다른 의료실손보험계약의 가입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확인한 내용을 보험 계약자에게 바로 알려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동조 2항에서는 “보험회사 또는 보험의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다른 의료실손보험계약에 가입하고자 하는 의향에 적합하지 않는 경우 이를 권유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적시했다. 조 의원의 이번 법률안이 공포된 후 가입한 계약자가 이 상품이 실손형 상품인지 혹은 실손형이 뭔지 몰랐다고 주장한다면 각 사는 계약자에게 실제 손해액인 1000만 원이 아닌 총 약정액 1억 원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손보업계의 관계자는 “손보사들이 일부러 권유 혹은 강요해서 계약자의 피해를 유도해서는 안 된다”며 “하지만 고객이 더 좋은 상품으로 판단해서 굳이 들겠다는데 이를 법적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은 시장원리에 한참 어긋나는 부당한 처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조 의원의 법률은 여러 논의절차를 거치는 동안 우리의 의견을 충분히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보험사 시끌시끌 이 밖에도, 중소형 보험사들 간의 구조조정도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그린화재는 2008 회계년도(2008년 4월 1일부터 2009년 3월 31일까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전환됐다. 한화손해보험은 2008 회계년도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 흑자와 관련, 성과급 지급 문제를 놓고 노사 간에 첨예한 대립을 진행 중에 있다. 또 한화손해보험과 제일화재는 오는 7월 합병키로하고 합병 후 내부 직원 간 갈등을 최소화 하기 위해 인적 구조조정을 추진 중에 있다. 한화그룹은 제일화재 인수 후 양 사를 합병한 다음 한화손해보험이라는 회사명을 이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한화그룹 관계자는 “모그룹이 한화이기 때문에 한화손해보험일 뿐 한화손해보험이 제일화재를 흡수하는 형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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