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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자본, 너도나도 한국철수 없던일로

작년 한국경제 붕괴 전에 탈출하자던 외국자본들,
올해는 “한국 경제와 함께 성장할 것”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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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24호 박현군⁄ 2009.06.30 17:08:57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춰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바쁘다. 지난해에는 ‘엑소더스 코리아’를 외치며 빠르게 한몫 잡고 떠나갈 생각에 골몰하다가, 올해 들어서는 한국 시장에 그대로 눌러 앉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이는 한국경제에 대한 세계적 위상과 관련이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영국 계열의 국제 신용평가회사 및 세계적 경제전문 언론인 피치사와 파이낸셜타임즈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한국경제는 사실상 파탄이 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었다. 이로 인해 피치는 삼성·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과 금융권에 대한 신용등급을 당연하다는 듯 하향조정했었다. 이때 피치는 “삼성, 한국의 은행 등의 기업가치와 내적 경쟁력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한국에 대한 국가 신용이 불안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들의 신용가치와 등급이 하향 평가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또 파이낸셜타임즈도 동일한 논리 아래 한국경제 위기론을 연일 퍼뜨리며 세계에서 한국경제의 위상을 깎아내렸었다. 이들은 한국경제가 수출 등 해외무역을 중심으로 세계적 경제국가로 성장한 탓에 세계적인 금융·경제위기로 세계 물동량이 감소하는 만큼 한국의 수출도 감소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한국경제의 힘을 이루고 있는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경제 위기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탈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다 현대자동차·삼성전자, 기타 중소기업 등의 경우에서 경제위기로 글로벌 기업들의 힘이 약해진 공백을 서서히 메워 가며 성장해 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기보다 오히려 한국의 금융시장에 적응해 주요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SC제일은행, 규모 확장 적극 추진 이와 관련하여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이 SC제일은행이다.

SC제일은행은 한국에 진출한 모든 금융계열사들을 SC제일은행을 정점으로 묶어 SC금융그룹을 탄생시켰다. 스탠다드 채티드 금융그룹의 이 같은 결정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금융업체들에게도 상당히 파격적인 행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관련, SC제일은행의 모회사 SC그룹의 클라이언트 리서치 책임자 알렉스 바렛은 지난달 18일부터 19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 참석에 앞서 한국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국경제 전망과 관련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올해 -2.5%로 예측하지만 내년에는 2.6%, 2011년에는 4.1% 성장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또 “지난 1월 한국의 경기가 겨울이었다면 지금은 얼음이 녹고 있는 상태이며, 내년에 봄이 찾아오고 여름도 올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 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SC그룹은 한국 시장에서 미래 신성장 활로를 찾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SC그룹 피터젠스 회장은 “앞으로 세계 경기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데이터가 혼재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 위기가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으로 기업 도산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 후 “한국은 SC그룹에게 중요한 국가이며 한국에서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길을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데이비드 에드워즈 SC제일은행장은 “이달 말 70여 명의 직원으로 지주사를 본격 출범하게 되며 관리 업무가 집중되면서 향후 인력이 수백 명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해 규모의 확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달 말 출범하는 SC금융지주회사는 SC제일은행을 정점으로 SC제일펀드서비스·SC캐피탈 등 3개 자회사와 SC상호저축은행·SC증권 등 2개 손자회사를 합쳐 5개 금융그룹이 살림을 꾸려 나갈 예정이다. 현재 SC제일은행은 한국 내 소비자 금융산업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기 위해 금호생명 인수에 대한 타당성 검토 및 타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SC그룹의 피터젠스 회장은 “시기가 적당할 경우 보험사 인수를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SC제일은행이 공식적으로 금호생명 인수 시도를 발표하지 않은 것은 매수의 의도는 있지만 매각자의 의중이 확실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호생명을 소유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풋백옵션 해소를 위해 금호생명 매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금호생명의 매수 후보는 SC제일은행 외에도 기업은행·산업은행 등 쟁쟁한 존재들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생명 매각이 절대명제이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느긋하게 매수 희망자들의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다. AIG생명, 한국 철수론에 “내가 언제?” 이와는 달리, AIG 소속 금융사들은 우왕좌왕 행보를 보이고 있다.

AIG 관련 금융사들도 일단 국내 시장에서 철수할 의사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C제일은행처럼 한국의 금융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공격적 투자 혹은 중장기적 경영전략 등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모회사인 미국의 AIG금융그룹의 파산 영향이 크다. 일단 외국계 금융회사가 국내시장의 철수, 타 금융사 인수 혹은 계열사 매각,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 등 경영환경에 대한 중대한 변화를 주려면 현지 본사의 재가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AIG그룹의 경우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긴급 구제금융 지원으로 겨우 숨이 붙어 있는 상태에서 한국에 진출한 계열사들의 경영적 요구를 챙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더군다나 국내 최대 금융계열사인 AIG생명이 사실상 계열분리되면서 미국 AIG 본사의 손에서 떠나갔다. 한국의 AIG생명은 사실 홍콩에 적을 두고 있는 AIG 아시아생명보험사인 AIA생명의 한국 지부 형식이다. 이 때문에 AIA생명이 계열분리된 후의 사명도 AIG에서 AIA생명으로 변경한 것. 이와 관련, AIG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 시장 철수 의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지금까지 해 오던 대로 열심히 일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 한국 시장 관망세

씨티은행도 지난해까지 한국 시장 철수, 한국에서의 단기적 금융이득 극대화 방안 등에 대해 심각히 고민해 오다가 올해부터 방향을 한국 금융시장에서의 장기적 안착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경제를 지배하면서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강제로 개방되기 시작한 지난 2000년 경 씨티은행의 일부 지부들은 국제 투기자본들의 국내 유입 및 유출 창구로 지목됐었다. 하지만 현재 씨티은행은 보통예금 분야와 펀드 판매 등 중산층 이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달 들어 씨티은행은 CMA 증권계좌에 대항하기 위해 보통예금 기존 금리를 올렸고, 공격적 경영을 위한 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25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연 6.2%의 고정금리 조건으로 발행했다. 씨티은행의 이 같은 결정 이유도 역시 한국경제에 대한 낙관과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금융의 세계적 위상 급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미국 씨티은행 본부는 “한국의 펀더멘털이 예상 외로 강했다”며 “최소한 내년부터는 경제가 회복기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은 올해 한국경제 성장 전망치를 지난 3월 -4.8%에서 지난달 2.0%로 수정 전망했다. 2.0% 가량 올린 것이다. 또한 내년과 후년이 지나면 마이너스 성장을 청산하고 플러스 성장 추세를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동의하고 있다. ING금융그룹, “한국인 가슴에 안착하자” 국내 대표적인 외국계 금융그룹 중 하나가 ING생명이다. 동사는 한국 금융시장 철수론 혹은 토종론에 대한 이론 없이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몇 안 되는 외국계 회사이다. 이는 CEO인 커트올슨 사장의 마인드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해 처음 한국 ING생명보험의 책임자로 취임한 커트올슨 대표는 부임 이후 한국의 전통 문화에 호감을 가지고 관심을 쏟고 있다. 그는 외국계 금융사들 중에서 한국 시장 철수론이 제기되는 와중에서도 한국 시장에서 오히려 질적 성장을 통해 고객과의 신용을 쌓아 나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밀어붙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ING생명이 한국 시장 철수까지도 거론할 만큼 고민한 배경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한국경제에 대한 악성 루머가 아닌, 자사 영업조직에서부터 시작된 모럴헤저드 때문이다. ING는 지난해 이후 일부 설계사들의 횡령사건이 잊을 만할 때마다 번번이 터졌다.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ING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회사 측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 ING생명이 보험 상품을 만기일 전에 해약하더라도 납입한 보험료 전액을 돌려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신용과 긍정적 인지도 회복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ING생명은 홍보·광고·기획 등 마케팅 팀과 영업관리 팀 등이 매일 회의를 거듭하면서 상당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외국계 금융사들의 엑소더스 포기 움직임에 대해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역시 힘 있고 신용이 있어야 한다”며 “한국전쟁의 위협,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위협이 다가올 때는 (피치 등의 경우) 억지 논리까지 동원해서 한국경제의 명예를 깎아먹더니, 우리가 끄떡없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이제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미소 띤 얼굴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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