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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안주인들 전업주부 탈피 적극적 경영내조 펼쳐

현정은 회장의 성공적 경영에 재계 충격, “이제는 집안뿐 아니라 회사도 내조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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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27호 박현군⁄ 2009.07.21 15:29:05

재벌가에서 여성들의 파워가 세졌다. 지금까지 재벌 일가에서 부인의 영역은 일반적으로 오너인 남자들을 내조하고 기품있는 문화사업과 자선사업을 함으로써 재벌가 및 대한민국 1% 상류층으로서 품위를 유지시키는 일에 국한됐었다. 사실 여성의 사회 활동 측면에서 본다면 이것도 상당한 변화와 발전이었다. 박두을 여사(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부인), 변중석 여사(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부인), 허을수 여사(구인회 LG그룹 창업주 부인), 김정일 여사(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부인) 등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대한민국의 부(富)를 일군 재벌 1세대 창업주들의 부인들은 “여성은 남자들의 바깥 활동을 조용히 내조해야 한다”는 유교 관습에 충실해서, 한국 경제를 일구는 남편들이 집에서 편안히 쉴 수 있도록 다소곳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현재 중견 재벌 기업들 중에는 아예 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지분과 경영권 즉 오너 직을 사위도 아들도 아닌 딸에게 승계하는 곳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보령제약 김은선 회장, 대상그룹 임상민 씨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리고 이부진 신라호텔 전무, 대한항공 조현아 상무 등도 각각 삼성그룹과 대한항공에서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딸들의 약진보다 먼저 시작된 것이 부인과 며느리의 약진이다. 딸이 오너 집안의 핏줄을 이은 사람이라면, 부인과 며느리는 엄밀히 말해서 결혼이라는 관계를 통해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이다. 이 때문에 유교적 관습을 엄격히 지켜온 한국 재벌가에서 아내와 며느리의 위치가 적어도 그룹 경영권 측면에서는 최하위였던 것이 사실. 현정은 회장, 안주인 위상 급상승의 상징 최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아내 노소영 씨, 두산인프라코어 박용만 회장의 부인 강신애 씨 등이 조금씩 그룹사들의 지분 확대에 나서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창업주가 아직도 생존해 있는 롯데그룹 등 일부를 제외한 재벌가에서 부인과 며느리는 집안을 다스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점차 엷어지고 있다는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재벌가에서 “여자들은 집안을 지켜야 한다”는 관습을 깨게 된 계기는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 경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현정은 회장이 현재까지 현대그룹을 성공적으로 경영하고 있는 모습 자체가 재벌가에는 하나의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밝혔다. 현정은 회장은 지난 2003년 10월 21일 현대엘리베이터 회장 겸 현대그룹 회장에 정식 취임했다. 현정은 회장의 취임 당시 재계는 “집에서 살림이나 하던 사람이 어떻게 경영을 하느냐”며 현대그룹 조기 공중분해론 및 적대적 M&A론을 이야기했었다. 실제로 현정은 회장은 2006년까지 시동생 정몽준 고문의 현대중공업그룹과 시숙 정상영 회장의 KCC그룹으로부터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고, 지금도 현대중공업그룹과의 현대상선 경영권 다툼이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현정은 회장은 경영권을 지켜내고 있으며, 남편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사망과 함께 점차 축소 폐기될 것으로 전망됐던 대북사업도 지난해 남북관계가 루비콘 강을 건너기 전까지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뚝심 있게 끌고 왔다. 바로 이 점이 그룹 경영권에서 재벌가 안방마님들의 위상이 제고된 결정적인 터닝포인트가 됐다. 본래 현정은 회장은 재벌·부유층이라는 의식 없이 한 남자의 아내이자 자녀들의 어머니로서 조용히 내조만 하던 사람으로 알려졌었다 재벌가의 선민의식 등이 아예 없었던 그녀는 재벌가 부인들의 이너서클 활동, 의도적 자선행사 등은 아예 관심 밖이었으며, 중산층 전업주부와 동일한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그녀가 2003년 8월 9일 남편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투신 자살 소식을 접한 후 충격과 실의에 빠졌고, 슬픔을 아직 추스르지 못한 채 10월 21일 현대그룹 오너로 취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재계는 현대그룹을 곧 분해될 그룹으로 취급했고, 현정은 회장에 대하여 무시로 일관했었다. 하지만 2009년 현재 현대그룹과 현정은 회장에게 무시와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곳은 없다. 재벌가에 정통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그룹의 오너 일가는 자신의 부인과 며느리들이 현정은 회장보다 사회적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며 “현정은 회장의 성공적 그룹 경영을 계기로 집안의 부인과 며느리에 대해 새로운 눈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 현정은 회장과 닮은 꼴 한진해운의 최은영 회장은 재벌가 전업주부로 인식되던 고 정몽헌 현대그룹 전 회장의 부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성공에 자극받아 경영 일선에 뛰어든 케이스로 거론되고 있다. 최은영 회장은 고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으로, 지난 2006년 11월 남편 조 전 회장과 사별한 뒤 2007년 한진해운 부회장에 선임되고 2008년 회장에 취임한 후 올해 1월 1일부로 대표이사에 등극하면서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한진해운의 최은영 회장과 현대상선의 현정은 회장은 둘 다 재벌 오너 아내로서 남편과 사별한 후 경영권을 맡았다는 점, 남편 생전에는 내조에만 전념했다는 점,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업계 라이벌이라는 점 등의 공통점 때문에 재계의 맞수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최 회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다른 점은 그녀의 태생이 재벌가라는 점뿐이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조카로, 그녀의 어머니 신정숙 씨가 신 회장의 넷째 여동생이다. 현정은 회장, 최은영 회장이 맡고 있는 현대그룹·한진해운은 하나같이 한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재벌 기업들이다. 이들보다 앞서 1970년대부터 성공신화를 이어온 애경그룹의 장영신 회장은 재벌 그룹의 며느리가 된 후 남편과 사별하면서 졸지에 남편의 일을 이어받은 케이스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성공적인 경영을 계속해오고 있다는 이들 세 여성 오너의 활약은 남성 오너가 건강하게 활동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한진그룹, 동양그룹에까지 여파를 미쳤다. 남편과 함께 계열사 경영 적극 참여도 지금까지 사회 활동이라고는 아름지기·미래회 등 이너서클 활동과 호암미술관·리움미술관 등 미술관 운영 등에 국한됐던 재벌 안방마님들이 기업 경영 쪽으로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부인 이정화 씨는 그룹 계열사인 해비치리조트 고문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경영에 전념하고 있다. 그녀는 현재 해비치리조트 지분 16%를 소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이정화 씨가 정몽구 회장의 내조에서 벗어나 경영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 당시 이 씨는 공동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경영적 판단 및 지시는 가급적 삼가고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창희 대표의 판단을 지켜보면서 경영에 대한 실무를 익혀왔다. 현재는 고문으로 취임하여 대표이사 직함은 내려놨지만, 여전히 개인 최대주주로서 리조트 경영에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과 동명이인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는 정석기업의 비상근 이사로 등재돼 있다. 정석기업은 한진그룹의 부동산을 관리하는 비상장 부동산 임대 및 관리 회사로, 그룹 지배구조 상에서도 오너 일가의 지배를 공고히 해주는 핵심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 현재 이명희 씨의 활동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사실상 이름만 올려놓는 정도. 비상근이라 급여도 받지 않는다. 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부인 이혜경 씨는 동양레저의 부회장과 동양매직 고문 직함을 갖고 있다. 이혜경 씨는 회장 부인으로서 경영권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정은 회장, 최은영 회장, 이명희 씨 등과 같은 선상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사실 그녀야 말로 동양그룹의 실질적 핏줄이다. 현재현 회장은 이혜경 씨와 결혼하여 동양그룹의 창업주이자 장인어른인 고 이양구 전 동양그룹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신데렐라맨이다. 또 중소 재벌그룹 중 세아그룹도 부인의 입김이 점점 세지고 있다. 세아그룹의 오너 이운형 회장의 부인 박의숙 씨는 지난 6월 1일 세아비엔케이의 주식 2만 주(29.9%)를 신규 취득해 전체 2대 주주이자 개인 최대주주가 됐다. 박의숙 씨가 기존 아메탈·세아네트웍스·드림라인의 경영권을 장악한 것을 고려할 때 세아엔케이까지 품에 넣음으로써 세아그룹 내에서 IT사업부분을 사실상 장악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 세아그룹에 정통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세아네트웍스 등 박 씨가 거느린 계열사들은 모두 우량기업들”이라며 “현재도 세아그룹의 IT부문을 소그룹 형식으로 독자 경영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K그룹 안주인 노소영, 필요하면 주식내조 불사 물론, 남편에 대한 품위있는 내조와 대한민국 최상위 계층 재벌 일가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현에 전념하는 마님들도 있다. 하지만 신세대 마님들은 박두을 여사, 변중섭 여사, 김정일 여사 등처럼 남편만을 해바라기하며 자녀들을 키우는데 전념하는 전통적인 안방마님의 역할은 거부한다. 품위와 체면은 지키고 남편의 내조에는 전념하지만 전업주부의 역할은 자발적인 선택일 뿐 사회적 금기 따위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오히려 필요할 때는, 그리고 남편을 돕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그룹 경영에 참여할 수도 있고, 능력이 되는 한 자금을 총 동원해서라도 지분 싸움도 불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태원 SK회장의 부인 노소영 씨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사실 그녀는 여성 경영인으로서 경영에 적극 참여하지도 않고, 오히려 워커힐 미술관 운영과 재벌 안주인들의 이너서클 미래회를 통한 자선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미래회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 SK그룹 최태원 회장 부인과 이명박 대통령의 딸인 이수연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의 며느리가 주도하고 있다. 또, 두산인프라코어 박용만 회장의 부인 강신애 씨는 두산그룹 계열사 주식을 통해 지분 확보와 재테크에 전념하고 있다. 그녀는 지난달 26일 두산중공업 주식을 3163주 매입하여 시장의 주목을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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