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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일부 생보사에 자본확충 요구

생보사들 주식투자 이익 칭찬성 보도자료 배포한 날 RBC 가지고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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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3호 박현군⁄ 2009.08.31 18:17:11

지난달 한화손해보험과 대한화재의 합병 선언 이후 손해보험사 간의 합종연횡이 요란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생명보험사는 여전히 잠잠하다. 지난 2005년 이후 동양화재가 메리츠화재로 명칭을 바꾸고 대한화재가 롯데그룹으로 편입되는 등 한창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을 때도 생명보험업계는 여전히 조용했다. 이와 관련,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 1998년 IMF 구제금융 신청 이후 2002년까지 현대생명 등 수많은 보험사들의 퇴출과 합종연횡을 통해 구조조정이 이미 끝났다”며 “지급여력·보험료 등 여러 측면에서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안정기에 들어선 상태”라고 말했었다. 생명보험업계의 이 같은 답변은 수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동일하다. 그런데 손해보험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무게감 있어 보이던 생명보험업계가 외부에서 알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구조조정의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금융감독원, 생명보험사 3곳에 긴급 명령 손해보험업계는 상대적으로 부침이 많았다. 지난해 삼성화재의 보험금 횡령사건, 자동차보험의 건전화 논란에 이어, 올해 실손형 건강보험에 대한 중복가입, 보장한도 축소 등의 문제가 연달아 터졌고, 5월과 7월 실적발표 기간에는 중소형 보험사들의 누적적자가 밝혀지는 등 파란만장한 날들을 보냈다. 그러나 생명보험사는 외부로 알려지기로는 최고의 실적을 쏟아내며 국가적 경제위기도 비켜가는 듯 강한 모습을 보였었다. 그런데 8월 19일 금융감독원은 느닷없이 일부 생명보험사 등을 향해 자본확충 계획 제출 지시를 내렸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외국계 1곳을 포함해 중형 생명보험사 3곳을 향해 RBC 제도(위험기준 자기자본제도) 기준으로 지급여력 비율이 100% 미만이라고 지적하고, “앞으로는 매분기마다 지급여력 비율을 최소 10% 포인트 이상 올릴 수 있도록 자본확충 계획을 8월 31일까지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개 사는 RBC 제도 도입 전 지급여력비율 산출식으로는 법적 하한선인 100%를 충분히 넘어선다. 하지만 새로 도입되는 RBC 제도의 지급여력비율 산출식에서는 100%를 채우지 못했다. 지급여력비율이란 만약 해당 보험사의 모든 계약자가 한날 한시에 일제히 계약을 해지했을 경우 보험사가 법령에 따라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해약환급금과 환수보험료를 모두 지급할 수 있는지를 살피기 위한 지표이다. 보험사가 자신이 가진 모든 자본을 톡톡 털어서 모든 해약자들에게 지불해야 할 돈을 겨우 지급했을 때, 즉 전체 가입자가 일시에 계약을 해지할 때 줘야 하는 해약환급금 총액이 모든 보유 자본금과 동일할 경우 지급여력비율을 100%로 놓고 그 비율 측정에 들어간다. 만약 지급여력비율이 100%를 넘어서지 못하면 금융당국은 해당 보험사에 시정 명령과 자구계획 제출 명령 등을 내리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급여력비율 100% 미만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직접 관리인을 파견하게 되고, 끝까지 개선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을 경우 지급여력비율 100% 미달이라는 이유로 보험사는 강제해산당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생명보험·손해보험 할 것 없이 지급여력비율을 높이는 것을 최우선시하고 잇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생명보험사 22곳 중 지난 6월 말 실적을 기준으로 RBC 기준 지급여력비율이 150% 미만인 곳은 8개, 100% 미만인 곳은 4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일단 법적 하한선인 100% 기준에 미달하는 곳 3개 사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150%를 채우지 못한 5개 생보사도 역시 마찬가지로 강제적 자구안 확충 수준 이상으로 자구노력에 스스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사가 확보해야 하는 최소한의 안정성을 살펴볼 수 있는 경영지표이다. 지급여력비율 100% 그런데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그날 금융감독원은 전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2009 회계연도 1분기(2009년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전 보험사 실적 추이를 발표하면서 “수익성 측면에서 생명보험사들은 크게 개선되고 있는 반면 손해보험사들은 되레 악화되고 있다”며 생보 예찬론을 펼쳤었다. 그런데 이날 금융감독원이 예찬한 생명보험사들의 수익성 향상은 주식시장 회복세에 따라 생명보험사들의 투자이익이 크게 개선된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생명보험업계 18개 사의 전체 투자이익은 3조3601억 원으로 전 분기인 2008 회계연도 1분기(2008년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대비 1426억 원이나 늘어났다. 그러나 보험사 실적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영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2009 회계연도 1분기 18개 생명보험사들의 총 수입보험료는 특별계정(변액보험 등 투자 수익이 고객에게 귀결되는 공모식 펀드상품형 계정)을 포함해 17조5167억 원을 기록하여 2008년 1분기 18조2842억 원에 비해 4.2%나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1분기 생명보험업계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6249억 원 감소한 셈이다. 그러나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변액보험 등 투자형 상품 판매 저조 및 국내 경기침체 등에 따라 이 기간 중 영업환경이 역대 최악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적자폭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최근 주식시장 등 고위험성 금융상품들에 대한 투자환경이 개선되면서 사차익(영업활동으로 인한 이익) 적자를 이차익(투자활동으로 인한 이익)에서 어느 정도 메꿔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서 이날 자본확충 계획 제출을 명령한 3개 보험사들도 이 같은 차원에서 주식시장의 투자비중을 늘린 것. 그러나 RBC 제도에 따른 지급여력비율 산출 공식에는 금융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국공채·부동산·담보대출 등은 분자식에 포함되는 반면, 주식·선물·파생상품 등 고리스크형 금융상품은 분모식에 포함된다. 즉, 주식의 비중이 높으면 높을수록 지급여력비율은 한없이 낮아져 100% 미만으로 추락할 수 있는 반면, 국공채 및 부동산 등 수익성이 적더라도 안전자산 위주의 투자 행태를 보이면 지급여력비율은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자본확충 계획서 요구는 현재의 보험업계 및 금융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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