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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3鄭시대 공식 개막

대학 선후배에 총장-이사장 친분…靑 조정자 역할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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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5호 조신영⁄ 2009.09.15 16:36:13

이른바 ‘3정(鄭) 시대’가 개막됐다. 한나라당 정몽준(58) 대표와 정운찬(63) 국무총리 내정자, 정정길(67) 대통령실장까지 당정청의 핵심 인물들이 공교롭게도 모두 정씨다. 그동안 잠룡으로만 분류됐던 정 대표와 정 내정자가 각각 집권 여당과 행정부 수장으로 본격적인 정치 시험대에 올랐고, 대통령실의 ‘어른’인 정 실장의 역할도 정무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바뀌게 돼 이들 3인의 향후 행보가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정 대표와 정 내정자, 정 실장의 친분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정청 소통이 한층 원활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여당의 비주류 당 대표…10월 재보선 시험무대 정 대표는 이번 대표직 승계로 당내 입지 확보의 기회와 함께 본인의 정치력을 본격적으로 시험받는 무대에 오르게 됐다. 정 대표는 정치학 박사이자 대권후보로도 나섰던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동안 뿌리를 내린 정당 없이 독자적으로 생존해온 터라 정치력은 ‘미지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대표는 1988년에 37세의 나이로 울산 동 지역구에서 13대 국회에 입성한 후 줄곧 무소속으로 지내왔다. 그러다 그는 지난 2007년 12월 대선 정국에서 이명박 후보의 손을 들어주며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지난해 4월 18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정동영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한 서울 동작 을에 전략공천을 받아 선거에서 승리를 거둬 당당히 ‘6선 의원’이 됐다. 정 대표는 여세를 몰아 지난해 7월 개최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 46.1%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대의원 득표(16.6%)에서 3위에 그쳐 박희태 전 대표가 당을 이끌게 됐다. 정 대표는 당시 합계 2위를 차지해 당 최고위원이 됐으며, 당내 지도부에 입성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또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지난 7일 경남 양산 재선거에 나서기 위해 대표직을 공식 사퇴함으로써, 당 대표직에 오르는 행운을 안았다. 박 전 대표가 사임하면서 전당대회 차점자인 정 대표가 당규에 따라 대표직을 승계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아웃사이더’ 역할에 머물러온 정 대표가 입당 1년 9개월여 밖에 되지 않아 거대 야당의 비주류 당 대표가 됐다는 점에서 그가 어떤 행보를 걸을지도 주목된다. 정 대표는 일단 “전임 대표가 수고를 많이 하셨다”면서 “전임 대표보다는 역량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하겠다. 많이 도와달라”며 통상적인 화합형 대표의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정 대표는 대표직을 최대한 활용해 대권 기반 조성에 나설 것으로 전망돼, 향후 당 대표로서 그에게 주어진 숙제만 잘 해결한다면 이 역시 무리는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몽준 대표 체제’는 여권에 유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10월 재보선에서 당내 양대 축인 친이-친박 진영 간 갈등을 잠재우며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또한 이후에 정 대표는 계파 간 마찰음 없이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정국을 주도해 나가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당 운영의 성패가 자신의 ‘정치 성적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정 대표의 행동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 정 대표의 한 측근은 “당이 지금보다 더 어려웠던 시기는 없었다”며 “정 대표가 묵묵히 일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당내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치권은 정 대표가 두 번의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거대 여당의 통솔자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경우 한나라당 대권 구도에 큰 변화를 몰고올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유력 주자의 반열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이번 대표직 승계가 그에게 성배가 될 수도, 독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당내 세력이 약했던 정 대표가 자신의 친위대와 우호세력을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다”면서도 “친이-친박 간 화합은 그에게 녹록치 않을 수 있다. 화합에 실패할 경우 리더십 부재로 낙인 찍혀 당내 인지도는커녕 향후 대권과는 거리가 멀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몽준 대표 체제’는 한시적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당내 쇄신특별위원회의 조기 전당대회 개최 요구에 따라 내년 2월에 전당대회가 개최될 것이라는 당내 인사들 간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친이계 측이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조기 전당대회가 치러진다면 내년 2월에 당 대표직을 내놓아야 할 가능성도 있다. 3정의 얽히고설킨 특별한 인연 복잡하면서도 특별한 3점의 관계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정 대표(70학번)와 정 내정자(66학번)는 서울대 경제학과 선후배 사이다. 두 사람은 학창 시절엔 서로를 잘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졸업 후 1978년에 정 대표가 미국 컬럼비아대로 6개월 간 유학을 갔을 때 마침 정 내정자가 이 대학의 조교수로 재직 중이어서 연이 닿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와 정 실장의 사이도 각별하다. 정 대표는 1983년부터 울산대 이사장을 맡아왔으며, 정 실장은 2003년부터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5년 간 울산대 총장을 지냈다. 정 실장이 5·6대에 걸쳐 울산대 총장을 연임하면서 두 사람 간에 남다른 신뢰가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와 정 실장은 지난달 중순에도 따로 만나 오찬을 함께하는 등 상당히 깊은 얘기까지 나누는 사이라고 전해진다. 한편, 정 내정자와 정 실장 두 사람은 서울대 교수였다는 공통분모가 있어 재직 때 서로 잘 알고 지냈다고 알려졌다. 정 내정자에 대한 총리직 제안 및 수락 과정에서 정 실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져 두 사람의 관계가 ‘각별’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정 실장이 울산대 총장으로, 정 내정자가 서울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4년엔 두 대학이 학술교류협정을 맺기도 했다. ‘3정’의 시스템은 세 사람에게 모두 기회가 되겠지만, 기대했던 리더십을 인정받지 못할 경우 모두에게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교수 출신인 정 내정자는 앞으로 ‘행정부의 선장’으로서 정책의 기획·집행 등 국정의 ‘집행자’ 역할을 맡아 능력을 얼마나 발휘하느냐가 관건이다. 정책업무를 윤진식 정책실장에게 넘겨준 정 실장도 정무적 능력을 검증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청와대 내부 업무보다는 각계각층의 주요 인사와 만나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전파하고 청와대에 민심을 전달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인재 풀을 집중 관리하는 과제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민심과 정권을 연결하는 ‘여당’의 수장으로서 앞에서 살펴봤듯 두 번의 선거를 어떻게 치러내느냐에 향후 당내 입지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정 대표가 취임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그는 국회에선 여권의 ‘의제’를 관철해야 하지만, 민심을 추출해 정부와 청와대를 견제·견인해야 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3정 체제’ 개막, 새바람 부나 이명박 정부의 당정청이 ‘3정체제’로 본격 가동되는 가운데, 이들이 여권에 새 바람을 일으킬지는 세 사람 간의 견제와 조화에 달려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 대표와 정 내정자, 정 실장이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에서 물론 당정청의 소통이 한층 원활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 내정자는 공직 경험이 일천하다는 점에서 정 실장과 정 대표와의 끈을 놓지 않고 당분간 유기적인 공조를 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당내 입지가 약한 정 대표 역시 당내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향후 대권을 위해 정 실장과의 핫라인 구축에 공을 들일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그러나 잠재적인 위험요인도 존재한다. 여당의 대표와 국무총리 자리는 언제든지 여권의 대권후보로 직행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정 대표와 정 내정자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여권의 차기 대선후보군을 이루게 됐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두 사람의 관계가 나쁠 일이 없었겠지만, 대권을 꿈꾸는 이상 앞으로의 관계는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을 내비쳤다. 결국 이들의 화합과 조화는 정 실장의 ‘몫’이라는 점에서 정 실장의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평소 활달하고 유쾌한 성격 덕에 ‘왕발’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정 실장은 정 내정자와 정 대표 모두와 친분이 두터워 사실상 이들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하지만 정 대표와 정 내정자가 잠재적 대선주자로 서서히 자기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정 대표는 잠재적 대권후보로 시험대에 오른 이상 지도력과 존재감의 부각이 필연적이고, 정 내정자 역시 총리 내정 후 대권 도전 질문에 “그런 생각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은 그를 강력한 대권 후보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정 대표와 정 내정자가 차후 경쟁자가 될 경우 이미 강력한 대선후보의 자리를 점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와 더불어 차기 대권을 놓고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3각 경쟁이 심화될 경우 ‘잡음’이 흘러나올 것이 뻔하고, 어떤 식으로든 이명박 정부의 집권 중반기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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