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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운찬 두 잠룡 ‘세종시 갈등’에 시선집중

박, ‘원안대로’ 외치며 부쩍 활발한 행보…
정, ‘수정’ 밀어붙이며 세종시에 날 세울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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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3호 심원섭⁄ 2009.11.10 11:04:42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10월 2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종시 백지화는 말이 안 되고, 원안에다 필요하다면 플러스 알파(+α)가 돼야 한다”고 말한데 이어, 10월 31일에는 부산에서 열린 한 불교 행사에 참석해 “(세종시 문제를) 저의 개인적인 정치신념으로 폄하해선 안 된다”고 말하는 등, 세종시와 관련한 문제를 정국 최대의 쟁점으로 떠올리면서 세종시 논란의 한복판에 서서 부쩍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박근혜, 지방선거 앞두고 본격 정치행보 나서나 박 전 대표는 당시 전국 5개 지역에서 치열했던 10.28 재보선에서는 사실상 관전자 입장이었으나, 여권 핵심부에서 세종시 수정을 위한 강공 드라이브를 걸어오자 기자들의 질문에는 작심한 듯 ‘세종시 원안 추진’ 입장을 거듭 피력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는 여권의 차기 주자 중 한 명이자 이번에 세종시 수정론의 총대를 짊어진 정운찬 국무총리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을 빚었으나, 개의치 않는 듯 거침없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정 총리가 대통령과의 주례회동 뒤 기자회견을 갖고 세종시 추진계획의 로드맵을 내놓은 10월 4일에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구시당과 대구시 간 정례 당정간담회에 참석했다. 내년도 대구 지역 현안과 이에 필요한 예산 확보를 위한 의견을 교환한 뒤 참석자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과정에서 주위 사람들은 박 전 대표에 주목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세종시 로드맵’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할 말은 이미 다 했고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며 평소의 어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 대통령, ‘세종시 수정’ 분명히 밝혀 반면, 대선후보 시절부터 세종시를 보완 또는 수정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이 대통령은 정국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침묵으로 일관해왔으나, 10월 2일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가진 조찬회동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의견을 내놓아 정치권의 시선을 청와대로 향하게 했다. 이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세종시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언한 것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2007년 11월 충남 연기군 행복도시건설청을 방문했을 때이며,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표 세종시’, 명품 첨단도시가 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으나 지금의 계획은 답습하지는 않겠다”며 세종시의 자족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2일 정 대표와의 회동에서 “세종시는 충분히 숙고해서 하는 게 좋으니까 당에서 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얼핏 생각하면 원론적인 얘기처럼 들리지만, 최근의 상황에 비춰 곱씹어보면 이 대통령 구상의 윤곽이 어느 정도 투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원안이 존재하고 있는데 굳이 “충분히 숙고하는 게 좋다”고 말한 것은 원안 수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어서,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세종시와 관련된 발언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지난해 3월 충남도청 간담회, 지난 6월 여야 대표 회동, 지난 9월 박 전 대표와의 독대 등에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세종시 논란’ 정국에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세종시 수정론’에 불을 지핀 정 총리가 박 전 대표의 강한 반대에 부딪힌 뒤 이를 돌파하기 위해 어떠한 행보를 보이느냐 하는 것이다. 만약 정 총리가 자신의 면담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부하고 소신 발언까지 짓뭉개버린 박 전 대표에게 정면대응하고 나서면 국무총리와 한나라당 ‘실력자’ 사이에 갈등의 파고가 높아져 정국 전반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운찬, 주변 만류에도 세종시 방문해 사실 여권의 차기 ‘잠룡(潛龍)’으로 거론되는 두 사람 사이의 세종시 문제 맞대결은 정 총리가 10월 29일 박 전 대표의 ‘원안 플러스 알파’ 입장에 대해 ‘가볍게’ 얘기한 게 결정적인 발단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정 총리는 이날 취임 한 달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세종시 문제는 정치적 신뢰 문제 이전에 막중한 국가 대사라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면서 “박 전 대표를 한번 만나 정말 무엇을 생각하는지 듣고 추후 정리되는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박 전 대표도 상당히 동의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정 총리는 ‘박 전 대표와 대화를 갖고 차후에 대안을 설명하겠다’는 데 방점을 뒀으나, “정치적 신뢰 이전에 막중한 국가 대사”라는 발언은 ‘원칙’과 ‘약속’을 중요시 하는 박 전 대표의 심기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정 총리는 자신의 발언에 대한 진의를 설명하기 위해 그날 오후 박 전 대표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박 전 대표가 행사에 참석 중이라는 이유로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틀 뒤인 10월 31일 박 전 대표는 불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종시는 국회가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한 약속이지 개인 약속이 아니다”라며 “저의 개인적인 정치신념으로 폄하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또한 박 전 대표는 정 총리의 면담 제의에 대해서도 “의회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해, 그리고 국민에게 한 약속이 얼마나 엄중한지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비판하고 “설득하고 동의를 구한다면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해야지 나에게 할 일이 아니다”라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 총리는 박 전 대표와의 마찰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추가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박 전 대표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정 총리는 10월 30일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건설 현장인 공주시와 연기군을 잇달아 방문한 뒤 ‘세종시 원안 사수’를 주장하며 9일째 단식 중인 유한식 연기군수 등을 면담하는 등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정면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 총리는 박 대표와의 마찰로 세종시 문제가 뜨겁게 달아오른 만큼 지난 10월 5일부터 시작된 국회 대정부질문이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에게 세종시 수정 추진의 필요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4일 자신이 발표했던 ‘세종시 로드맵’을 중심으로 ‘소신답변’을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여당 내부 갈등 급속하게 확산 이어 정 총리는 국회의 대정부질문이 끝나는 10월 10일 이후 세종시 관련 자문기구와 실무기구를 잇따라 마련해 ‘대안’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통해 정부 대안이 마련되면 박 전 대표를 포함한 여야 정치권과 세종시 등 충청 지역을 잇따라 방문해 설명회를 갖고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여 또다시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한편, ‘세종시 원안 추진’ 원칙을 재확인한 박 전 대표의 발언 이후 친박계 의원들이 세종시 원안 추진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반면, 정 총리를 옹호하고 있는 친이계 의원들은 세종시 수정을 재차 강조하면서 정면대결 양상을 보이는 등 여당이 세종시 문제를 놓고 내부 갈등을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친박계 의원은 “이제는 박 전 대표의 뜻이 확고하다 못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박 전 대표가 한두 차례 얘기한 것도 아닌데 이제는 정리된 것으로 생각해야지 다른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도 “국민을 상대로 약속하고 정치권이 합의한 내용을 지금 와서 뒤집는 게 가능하냐”며 “정부가 세종시 원안 수정을 계속 밀어붙이면 친박계 의원들이 따로 모여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 주장했다. 과연 한나라당이 ‘두나라당’으로 갈라설지, 아니면 벼랑 끝에서 교합점을 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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