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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 시장에 혁명 또 혁명

상식 깨뜨린 디자인, ‘캐니콘’ 아성 허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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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4호 최영태⁄ 2009.11.17 10:54:25

세계 카메라 시장의 양강은 캐논과 니콘이다. 줄여서 캐니콘(Canikon)이라 부르기도 한다. 전 세계에 자사 렌즈를 5000만 개나 깔아놓았다는 이 투톱에 대한 도전이 거세다. 디지털 시대에도 과거 필름 카메라 시대의 강자였던 ‘캐니콘’이 계속 1~2위를 달리고 있지만, 디지털 카메라(디카) 기술이 성숙하면서 이들의 입지를 흔들 혁신적 디자인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카메라 시장 흔드는 ‘마포’ 이어 ‘GXR’까지 캐니콘 진영에 대한 대항마로 처음 등장한 디카의 신개념은 일본의 올림푸스카메라와 파나소닉전자가 2008년에 내놓은 ‘마이크로 포서즈’(Micro Four Thirds, 속칭 ‘마포’)였다. ‘마포’는 1949년 최초의 일안반사식(Single-lens reflex, 줄여서 SLR) 카메라가 나온 뒤 지난 50년 간 카메라 시장을 지배해온 ‘카메라 속 반사거울’을 추방했다. 이 반사거울은 필름 또는 센서에 담길 영상을 거의 똑같이 눈으로 보게 해줘 전문가용 카메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당연시됐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굳이 반사거울이 없어도 전자기술을 이용해 ‘찍힐 영상’을 화면에 보여줄 수 있게 되면서 과감히 반사거울을 없애버린 것이 ‘마포’의 기본 개념이다. 반사거울을 없애면 그만큼 카메라 본체 크기를 줄일 수 있다. 마포 개념을 적용한 카메라는 파나소닉이 2008년 9월 첫 모델 G1을 내놓았고, 이어 올해 6월 올림푸스가 크기를 더욱 줄인 E-P1을 내놓으면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E-P1은 전 세계적으로 나오자마자 순식간에 매진됐으며, 워낙 인기가 좋아 중고 값이 출고가를 웃도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삼성카메라도, ‘마포’ 진영에 합류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개념의 NX 시리즈 카메라를 내년에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카메라의 최고위급 임원 중 하나는 “캐논·니콘의 철옹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무기가 바로 NX”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마포에 쏠리는 폭발적 인기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새로운 디카 개념이 11월10일 일본의 리코(Ricoh)에서 나왔다. 이 업체가 공개한 신개념 카메라 ‘GXR’은 발상 자체가 새롭다. 여태까지 전문가용 카메라의 개념이 영상을 기록하는 필름 또는 센서는 고정시켜 놓은 채 렌즈만 갈아 끼우는 것이었다면, GXR은 렌즈와 센서를 한꺼번에 갈아 끼운다는 것이다. 그래서 GXR은 렌즈와 센서가 한 세트(모듈)로 묶어져 있어, 이 모듈을 옆으로 밀어 넣어 카메라 본체와 결합시킨다. ‘렌즈+센서’를 한꺼번에 갈아끼운다는 개념은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앞으로 혁명적 변화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면, 이제야 진정으로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가는 만능 디지털 카메라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용 렌즈 교환식 카메라에 대해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개념은 ‘크고 무겁고 복잡하다’는 것이었다. 전문가 수준의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도 대포처럼 생긴 크고 무거운 카메라를 다른 사람의 얼굴에 들이대는 게 싫어서 전문가용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피하고, 아마추어용 ‘똑딱이’ 카메라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카메라 본체의 크기를 많이 줄인 ‘마포’도 센서 고정식이기 때문에 멀리 있는 물체를 크게 촬영할 망원렌즈는 커질 수밖에 없다. 센서 크기에 따라 렌즈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반면, 리코 GXR은 렌즈와 센서가 한 모듈로 움직이기 때문에 망원렌즈라면 센서 크기까지 줄여 ‘앙증맞은 고성능 망원 렌즈’를 만들 수 있다. 멀리 있는 사람의 얼굴을 화면 가득 찍을 수 있는 초망원렌즈라면 여태까지는 카메라 개념으로는 ‘대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GXR 개념으로는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가는 초망원렌즈도 만들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센서의 발전이 전제 조건이지만, 최근의 속도로 보면 초소형 초망원렌즈가 나오는 것도 시간 문제다.

실제로 리코는 GXR 개념을 발표하면서 전용 렌즈 모듈 2가지를 선보였는데, 하나는 50mm F2.5 매크로 모듈, 다른 하나는 24-72mm F2.5-4.4 줌렌즈 모듈이다. 매크로 렌즈 모듈이 전통적인 교환 렌즈처럼 생겼다면, 24-72mm 모듈은 렌즈가 본체 안으로 쏙 들어가는 이른바 ‘똑딱이’ 스타일이다. 여태까지의 카메라로는 이렇게 하나의 카메라 본체에 완전히 다른 스타일-크기의 렌즈를 갖다 붙일 수는 없었다. GXR의 렌즈 시리즈가 앞으로 부릴 ‘요술’이 기대되는 이유다. 센서+렌즈가 한 세트인 GXR 카메라는 예컨대 동영상 촬영이 필요하면 동영상에 필요한 센서와 렌즈를 특화시켜 장착하면 바로 캠코더 역할을 시킬 수 있게 되는 등 ‘무한한 결합’이 가능하다. ‘100년의 전통’ 대 ‘완전 새 개념’ 한판 대결 그간 ‘캐니콘’의 아성을 깨뜨리기 위한 별별 시도가 많았지만 캐니콘의 위치는 요지부동이었다. 이 두 업체는 마치 ‘바보들아, 중요한 건 렌즈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 혁명적 신개념 모델이 나온 뒤에도 캐니콘이 ‘불침 항모’ 같은 위치를 지킬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NX 모델을 구상한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올해 초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캐논과 같은 씨름판(렌즈를 놓고 싸우는)에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러나 판을 바꾸면 승산이 있다.” 그리고 ‘마포’ ‘GXR'의 등장으로 캐니콘이 놀던 물이 흔들리는 양상은 분명히 관찰되고 있다. 독일·일본과 함께 세계에서 자체 카메라 모델을 생산하는 세 나라 중 하나인 한국이 이런 판갈이 국면에서 어떤 전략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광학대국으로 우뚝 설지, 아니면 멀리 달아나는 일본의 뒤꽁무니만 쳐다보게 될지가 결정될 양상이다. 삼성카메라가 장래 어느 시점에 캐니콘에게 “바보야, 중요한 건 렌즈가 아니라 신개념이라고 내가 그랬잖아”라고 말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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