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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KB금융 대립, 갈 데까지 가나

‘수검일보 공개’ 돌발사태에 금감원 ‘수사의뢰’ 강경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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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54호 김진성⁄ 2010.01.25 17:05:54

지난해 연말부터 사사건건 부딪치던 KB금융과 금감원의 갈등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깊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국내 모 일간지를 통해, KB국민은행이 지난해 연말 금감원에게 받았던 사전조사 내용이 기록된 ‘수검일보’가 공개되자, 금융계는 물론 일반인들도 충격에 휩싸였다. 이 자료에는 검사 기간 동안 금감원이 KB국민은행 측에 요구한 자료들과 검사 진행 과정 및 내용은 물론 조사를 담당했던 금감원 직원의 실명까지 기록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금감원은 당일 오후 2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수검일보를 공개한 KB국민은행 측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연말부터 KB금융지주 회장 선출과 관련하여 금감원과 KB국민은행 측이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금융권에서는 KB국민은행에 대한 사전검사의 강도가 여느 해보다 높을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된 바 있으나, 확인된 실체가 없는 ‘예상’에 그쳤다. 또한 금감원도 ‘통상적인 검사 수준’이라고 밝혀 사전검사의 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은 채 잊히는 듯했다. 수검일보, 어떻게 노출됐고 어떤 내용 있었나 그러나 지난 15일 언론에 드러난 KB에 대한 금감원의 사전검사는 금융권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특히 조담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 교수로 재직 중인 전남대의 MBA 과정에 진학한 인사들의 현황을 조사한 사실과, 강정원 KB국민은행장의 운전기사를 소환해 조사한 조치는 ‘사외이사 제도’를 겨냥한 검사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특히 수검일보를 통해, 당초 ‘30~40분 정도 면담을 한 것’이라고 금감원이 밝힌 것과는 달리, 강 행장의 두 운전기사를 상대로 3시간에 가까운 조사를 펼친 것과, 이들이 늦게 출석하자 경위서를 작성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태는 점입가경으로 치닫게 됐다. 한 금융 관계자는 수검일보에 대해 “수검일보라는 것이 수사기록과 마찬가지여서 공개되는 은행 측에도 좋을 것이 없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이 수검일보는 어떤 경로를 통해 공개된 것일까? KB국민은행이 수검일보를 외부로 유출한 적은 딱 한 번뿐이다. 바로 민주당의 홍영표 의원이 KB국민은행 노조 측에 사전검사와 관련된 서류를 요청했을 때이다. 이에 대해 홍영표 의원 측 관계자는 “공식적인 것은 아니었고, 금감원의 KB금융에 대한 검사의 강도가 컴퓨터를 압수하는 등 지나치게 높았다는 얘기가 들려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며 “노조 측에 사전검사 관련 자료가 있느냐고 물으니 존재 자체를 대외비로 해 달라는 조건으로 수검일보를 줬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수검일보의 내용을 인용해 성명서를 작성했다”고 밝힌 뒤 “현재 KB금융의 담당자가 이 때문에 보직해임 등을 당했는데, 우리가 이에 대해 직접 언급하면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어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수검일보가 공개된 당일 오후 금감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재성 은행서비스본부장은 “사전검사는 은행에 손실을 초래한 사안 등 건전성 감독과 관련된 자료와 은행 경영 실태 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절차에 따라 제출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며 “언론에 수검 자료를 유출한 것은 공정하고 효율적인 검사에 지장을 초래할 뿐 아니라 금감원 업무의 독립성 저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금감원 “명백한 감사 업무 방해” 아울러 주 본부장은 KB국민은행을 향해 “자체 조사를 통해, 내규 위반 등으로 은행 질서를 문란하게 한 행위에 대해 해당 직원에게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 뒤 “국민은행의 조치와는 별개로 금감원은 은행법 등 관련 법규 검토 결과를 토대로 수사 의뢰 등 법적 조치를 취해 나갈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KB국민은행은 사건이 벌어진 15일 오후 “금감원 사전검사 수검일보가 유출되어 금융 당국에 누를 끼치게 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는 KB국민은행 측 관계자의 처벌 수위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종합검사가 끝난 후 언급할 것”이라고만 말해, 양측의 앙금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은행들 “기존에 받던 대로 하면 좋겠지만…” KB국민은행과 금감원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불안해지는 쪽은 올해 검사를 앞둔 다른 금융기관들. 그중에서도 국내 4대 은행 중 KB를 제외한 3개 은행이다. 금감원은 올해 안으로 국내 4대 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반드시 실시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표현한 바 있다. 따라서 현재 종합검사가 진행 중인 KB국민은행을 비롯해 신한·우리·하나은행은 모두 올해 안에 금감원의 종합검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이에 해당 업체들은 짐짓 태연한 척 하고 있지만, KB 사태가 불거지면서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지 않을까 염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에서 벌어진 수검일보 공개가 금감원 종합검사의 강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어, 종합검사를 앞둔 은행들의 긴장감은 당분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례적으로 받는 검사이고 금감원 측에서도 별다른 언급이 없기 때문에 특별히 부담되는 것은 없다”면서도 “만약 KB처럼 회사의 운영뿐 아니라 사외이사 제도와 관련된 내용까지 검사를 받는다면 새로운 대응책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해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금감원 측은 이번 사건이 타 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4개 은행을 올해 안에 다 검사하겠다는 것 외에는 검사 일정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수검일보 유출이 전례가 없던 큰 사건인 만큼 다른 은행에 영향을 미칠지는 당장 언급하기 어렵다”고만 말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KB금융·국민은행과 금감원과의 신경전이 바야흐로 3라운드로 돌입한 모습이다. 국내 최대 은행과 은행 감독기관의 기 싸움을 바라보는 다른 금융업체와 기관의 불안감은 계속 커져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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