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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안 하면 영화가 실감 나지 않아서…”

영화 <육혈포강도단>에서 ‘욕쟁이 할머니’ 또 맡은 배우 김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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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0호 이우인⁄ 2010.03.08 15:37:07

코믹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로 폭소를 불러내는 배우 김수미가 이번엔 은행 강도로 둔갑했다. 김수미가 강도로 등장하는 영화 <육혈포강도단>(감독 강효진·3월18일 개봉)은 각자 힘든 삶을 살아온 할머니 세 명이, 하와이 여행이 은행 강도 때문에 무산되자, 직접 은행을 턴다는 이야기를 재미와 감동으로 엮어냈다. 김수미·나문희·김혜옥이 할머니 강도단으로, 가수 겸 배우 임창정이 전직 강도로 나온다. 김수미는 나문희·김혜옥과 은행을 터는 할머니 영희를 연기했다. 화장실 청소부 영희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단순 무식’ 아들과 이혼녀 딸을 둔 할머니. 자식들의 부양을 받아야 할 고령에 힘든 일을 하고 손자까지 무상으로 돌봐야 하는 요즘 노인들의 모습이 반영된 캐릭터다. 정자(나문희 분)·신자(김혜옥 분)와 달리 영희는 아무 데서나 담배 피우고 침 뱉고 욕설을 퍼붓는 과격한 할머니다. 그러나 친구와 동생을 위하는 마음은 하늘처럼 넓고 높다. 정자의 암이 폐에 전이돼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단 사실을 알자 신자를 설득해 은행까지 터는 의리파 할머니다. 손녀를 맡기면서도 허구한 날 엄마 원망을 하는 ‘밉상’ 딸에게 겉으론 욕을 하지만 애교 넘치는 도시락으로 딸의 마음까지 보듬는 착한 마음씨도 가졌다. 할머니 세 명 중 가장 목소리가 크면서도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행동대장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고 나면 김수미에게 가장 마음이 간다. 주연이지만 조연처럼 자신을 거리낌 없이 던진 그녀의 연기에 저절로 찬사를 보내게 된다. 덥수룩한 은회색 머리카락과 볼품없는 할머니 패션으로 형편없이 망가졌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연기자는 김수미다. 3월 3일 오후 2시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육혈포강도단>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김수미는 영화 속 모습과 180도 다르게 아름다운 드레스로 한껏 멋을 부리고 나타났다. 촌스러운 할머니는 온데간데 없다. 아름다운 배우 김수미와 영화 <육혈포강도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함께 출연한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요? “우리 세 명이 모두 MBC에서 오랫동안 일했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작품에서 만난 적이 없어 아쉬웠어요. 나문희 씨는 큰 언니 같고, (김)혜옥 씨는 동생 같죠. 그래서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셋이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어요. 호흡이 너무 잘 맞아 촬영장에 나가는 일이 친정 가는 일처럼 즐거웠고요.” -나문희 씨와 오랜 친분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녀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제가 1970년에 MBC 공채로 데뷔했는데요, 데뷔 1년 뒤 스튜디오에서 연기를 하고 나오니 문희 언니가 제 연기를 모니터하고는 ‘어머! 김수미 너는 가능성이 있다. 너는 크게 될 것 같아’ 그러더군요. PD들은 못한다고 절 나무라기만 했거든요. 처음 듣는 칭찬이었죠. 그런데 정말 딱 1년 뒤에 신인상을 타고, 그 6개월 뒤에는 여우조연상을 탄 거예요. 난생처음 MBC에서 해외여행도 보내줬고요. 너무 고마워서, 일본에 갔을 때 가장 먼저 산 게 문희 언니에게 줄 산호 목걸이였어요. 한국에 오자마자 목걸이를 언니한테 줬는데,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갖고 있더군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언니와는 같은 작품을 하지 못했었어요. 언니랑은 가정사를 털어놓고 이야기할 정도로 친해요. 언니한테 이야기하고 나면 속도 시원하고요. 촬영장이 친정 가는 기분이었다고 말한 이유를 아시겠죠?”

-액션 신이 자주 나오는데, 힘들지 않았습니까? “극 중 임창정 씨에게 (은행 강도) 훈련을 받을 때는 특히 추워서 힘들었어요. 그래도 서로 위로해주며 견딜 수 있었죠. 특히 (나문희) 언니는 손수 만든 인삼차를 주는 등 절 많이 챙겨줬습니다. 혜옥 씨랑 문희 언니, 저, 이렇게 셋이 똘똘 뭉쳐 위로했기 때문에 촬영이 힘든 줄 몰랐어요.” -대사가 재미있어서 NG가 많이 났을 것 같은데요, 가장 NG를 많이 낸 분은 누군가요? “저는 아들 면회 신에서 엄청 웃었고, 문희 언니는 여행사 직원 때문에 웃느라 열 번 정도 NG를 냈어요. 대사보다 웃음 때문에 NG가 많이 났죠.” -만일 정자처럼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살다 가고 싶습니까? “병이 나도 병원 치료를 안 받고 고통을 참을 수 있는 정도라면, 산에 들어가서 꽃 속에서 살다가 죽고 싶어요.” -영희의 대사가 너무 웃기던데요, 애드리브는 어느 정도인가요? “사실, 처음에는 욕을 안 하기로 감독님과 약속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찍다 보니, 제가 욕을 안 하고는 못 견디겠는 거예요. 연기하는 것 같지도 않고요. 욕을 하긴 했는데, 다른 영화보다는 그 정도가 약합니다.” -만일, 실제로 영화 속 할머니 같은 처지에 놓인다면 어떻게 할 건가요? “영화 속 할머니들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영희와 신자는 정자 때문에 하와이에 가려는 거거든요. 강도는 나쁜 짓이지만, 예순을 넘긴 늙은이들의 용기가 대단하죠. 저라면 그냥 빡세게 벌어서 갈 것 같네요.” -끝으로, 예비 관람객에게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그동안 비교적 가벼운 작품을 많이 했는데요, 그래서인지 김수미 하면 ‘코믹의 여왕’이란 타이틀이 붙더군요. 하지만 이 때문에 진중한 정극 같은 시나리오가 안 들어와서 개인적으로 목말랐는데, 제가 제 영화를 보고 울어본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우리 모두 혼신을 다했기 때문에 영화가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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