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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만들어내는 웃음에 ‘풍덩’

<연극열전3> 세 번째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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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1호 이우인⁄ 2010.03.15 15:57:45

술주정뱅이에 고발을 일삼는 아빠 이봉조, 집 나갔다 덩치·깡다구를 충전해 돌아온 오빠 이경식, 남성 호르몬 충만한 엄마 심수봉, 외모와 목소리에서 애교가 철철 넘치는 오빠 애인 하소연, 어린 나이에 일찍 세상을 알아버린 나 이경선. 아빠의 폭력에 뿔뿔이 흩어져 제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온 가족이 오랜만에 위태로운 동거를 시작한다. 남보다 못했던 가족이 만드는 가정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지난 6일부터 서울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열전3> 세 번째 작품 <오빠가 돌아왔다>는 가출했던 오빠가 돌아오면서 바뀌는 가족의 위계질서를 웃음과 해학의 코드로 풀어낸 연극이다. 김영하 작가의 2004년 이산문학상 수상작을 고선웅 연출이 연극 무대로 맛깔나게 옮겼다. 색소폰 연주로 시작되는 연극은 흥을 돋운다. 그리고 등장한 경식과 큐빅(본명 하소연). “오빠가 돌아왔다!”는 외침과 함께 경식과 큐빅은 ‘쿵짝쿵짝’ 리듬에 맞춰 춤을 춘다. 뭐가 이들을 신나게 한 걸까? 경식의 배낭에 꽂힌 야구방망이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어 등장한 봉조. 하는 일 없이 입만 살은 그에게 경식의 등장은 반갑지가 않다. 경식은 자신이 과거에 그랬듯 봉조를 야구방망이로 다룬다. 봉조는 딸 경선과 가출했던 아내 수봉까지 돌아와 자신을 짓누르고 휘두르려 하자 맥없이 무너진다. 그 모습이 안타깝기커녕 쌤통이다. 이렇듯 <오빠가 돌아왔다>는 무거울 수도 있는 가정 폭력과 패륜이라는 주제를 가볍게 다뤄 웃음을 주는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단조로운 색감과 디자인의 연극 무대에서 펼쳐내는 다양한 무대 연출은 뛰어나다. 특히 암전될 때 그림자와 조명만으로 만들어내는 달동네의 모습은 입체감과 서정적인 정취를 잘 살려냈다. 극 전환 때와 배우들의 댄스 타임에서 흐르는 원맨밴드의 색소폰·트럼펫·트럼본 소리는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압권이다. 비굴하다 못해 불쌍하기까지 한 표정 연기가 일품인 아빠 이한위, 술 취한 연기를 실감 나게 표현한 아빠 이문식, ‘씨발 좃또~’라는 특유의 말버릇과, 분위기를 바꿀 때마다 머리를 풀어헤치는 등 세상 풍파 다 겪은 엄마의 캐릭터를 절묘하게 창조해낸 황영희, 몸은 되지만 머리는 안 되는 동거녀 하소연의 매력을 물씬 풍기는 김다영, 14살 중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리얼한 연기를 보여준 류혜린, 극의 감초 멀티맨을 제대로 보여준 선종남 등 뛰어난 캐스팅을 자랑한다. 그러나 다소 산만하고 툭툭 끊기는 이야기 흐름과 갑작스러운 가족의 변화는 소설을 보지 못한 관객에게는 공감을 자아내기 어려울 것 같다. 웃음꽃이 만개한 연극이지만, 왠지 허전한 기분은 감출 수 없다.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는 5월 23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문의 02-766-6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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