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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세 에이지 슈터로부터 터득한 골프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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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4호 김맹녕⁄ 2010.04.05 15:58:49

김맹녕 골프 칼럼니스트/한국의집 대표 우리는 평소 생활 속에서 매우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안 만났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사람이 있다. 미국 호놀룰루시가 운영하는 알라와이 골프장에서 평소 존경하는 박대희 원로목사님을 모시고 라운드를 하면서 감화를 받았다. 1924년생인 박대희 원로목사님은 경기도 고양군 신도면 출신에 워싱턴 웨슬리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LA에서 9년, 그리고 해외 최초의 한인교회로서 107주년이 된 호놀룰루 그리스도 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를 19년 간 시무하다가 은퇴한 종교지도자이다. 에이지 슈터인 원로목사님은 필자와 라운드한 날 섭씨 28도의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직접 18홀을 걸어서 플레이를 마쳤는데, 놀라운 것은 스코어가 80대 초반이라는 것이다. 에이지 슈트(age shoot)는 한 라운드에 자신의 나이 또는 그 이하의 타수(그로스)를 기록한 것을 말한다. 에이지 슈트(age shoot)를 기록한 골퍼를 에이지 슈터(age shooter)라고 한다. 에이지 슈트에는 기준이 있다. 18홀에 남자는 6000야드 이상, 여자는 5400야드 이상의 골프 코스여야 하고, 노 멀리건에 노 컨시드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리고 대회 규모가 크든 작든 공식대회여야 한다. 이런 조건 하에 박 원로목사님은 74세 때 74타를 쳐 에이지 슈터가 되었다. 골퍼로서는 영광이자 잊지 못할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박 원로목사님은 87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몸이 유연하여 스윙이 크고 허리의 움직임이 아주 좋아 거리를 내는 것이다. 공은 드로우성 구질이고 거리는 190야드 전후여서 페어웨이 안착률이 80% 이상이다. 드라이브 거리가 짧다 보니 파4홀에서는 언제나 두 번째 샷에서 3번 우드로 그린을 노린다. 그린 온에 실패하면 칩 샷이나 어프로치로 홀 근방에 공을 갖다 놓고 원 퍼트하면 파(par)이고 아니면 보기이니 스코어는 퍼트에 따라 좌우되어 어떤 날은 70대 후반을 기록한다. 오랜 골프 경력에서 코스의 장단점을 이용해 공략을 하기 때문이다. 90을 눈앞에 둔 시니어로서 ‘욕심 없이 치는 골프는 내 인생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지켜주는 든든한 지킴이’라는 멘트를 하는 원로목사님의 얼굴에는 건강과 자신감이 넘친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호놀룰루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 속에서 타인에 대한 예의와 배려, 미스 히트 시 평상심의 절제와 인내, 삶의 여유와 사색을 즐기는 인생기법을 터득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골프는 힘이 아니라 리듬과 지략과 멘탈이 지배하는 게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해준 잊지 못할 라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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