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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속의 나비’ 갑상선

인체의 신진대사 박자를 결정하는 중요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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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6호 최영태⁄ 2010.04.20 09:31:15

나비 모양을 한 갑상선은 목 앞쪽에 있지만, 손으로 직접 만져지지는 않는다. 갑상선이 중요한 까닭은 여기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이 인체 신진대사의 리듬 조절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적정량이 나오면 박자가 잘 맞는 연주처럼 조화롭게 신진대사가 이뤄지지만, 너무 많이 또는 적게 나오면 온몸의 박자가 흩트려지면서 ‘뒤죽박죽 몸’이 되기 때문이다. 갑상선 질환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많은 것은 갑상선 호르몬이 너무 많이 나오는 갑상선항진증, 그리고 너무 적게 나오는 갑상선저하증으로 나뉜다. 갑상선항진증은 인체 신진대사가 빨라지면서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소화기관의 운동이 빨라지면서 하루에 화장실에 너댓 번씩 가는 배변 증가가 일어나며, 체중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이 나타나기도 하고, 심해지면 심부전(심장의 기능 이상)에 이어 급사까지 일으킬 수도 있다. 대개 빠른 신진대사로 체온이 높아지면서 더위를 못 참는 경우가 많고, 성질이 급해지고 불안 초초해하는 증상을 보인다. 항진증 환자 중에는 눈 부위가 돌출하는 안구돌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조보연 교수는 “담배를 피우면 안구돌출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진대사의 속도가 늦어지는 갑상선저하증에선 증상이 정반대다. 에너지 공급이 제대로 안 돼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듯한 무기력증을 느끼며 몸이 붓는 증상이 나타난다. 잠이 잘 안 오면서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도 많다. 배변이 제대로 안 돼 변비가 생기면서 체중이 늘어난다. 몸에 안 좋은 저밀도(LDL) 콜레스테롤이 늘어나면서 혈관에 문제가 일어나기도 한다. 에너지 공급이 충분히 되지 않으므로 추위를 많이 느낀다. 이렇게 항진증과 저하증은 정반대 증상을 보이지만, 공통되는 점도 있다. 신진대사의 난조로 두 경우 모두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갑상선 위의 갑상연골이 앞으로 튀어나오면서 목 앞쪽이 부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증상이다. 갑상선 질환은 여자에게 더 많으며, 이는 여성 호르몬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남자 환자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며, 특히 동양인 남자 갑상선 환자 중에는 근육과 관련된 신진대사에 문제가 생기면서 근육마비 증세가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갑상선 질환으로 인한 근육마비는 다리 근육처럼 사이즈가 크고 힘을 많이 써야 하는 근육에서 나타난다. 갑자기 다리 근육에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마비가 일어나기 때문에, 건장했던 남자가 픽 쓰러지며 본인과 주위 사람을 경악하게 만들기도 한다. “요즘 동네 병원에서도 갑상선 초음파 해주지만 쓸데없이 걱정 만드는 괜한 서비스 될 수 있다”

KBS1 TV의 건강 프로그램 ‘생로병사의 비밀’은 지난 4월 15일 방송분에서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갑상선 질환에 대해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아무 이상 증세가 없는 여성 48명에게 갑상선 암 검사를 했는데 이 가운데 8명에게서 갑상선암으로 의심되는 초음파 사진이 찍혔으며, 이 중 본인이 희망하는 4명에 대해 암조직검사를 한 결과 2명이 갑상선암으로 확인됐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이 방송은 “갑상선에 암이 생기기 쉽지만, 대개의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라는 속도가 느리며, 암이 다른 부위로 잘 전이되지도 않는다”고 소개했다. 48명을 임의 검사한 결과 2명에게서 갑상선암 조직이 발견됐지만, 다른 암과는 달리 암세포가 발견됐다 하더라도 크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갑상선에 잘 생기는 물혹 또는 암에 대해 조보연 교수는 “최근에는 갑상선암을 미리 진단한다며 동네 의원에서도 서비스 차원에서 갑상선 초음파검사를 해주기도 하는데 별로 권장할 일이 못 된다”고 지적했다. 초음파검사로 갑상선에 혹이 발견되면 찜찜한 기분에 걱정하고 암검사까지 받게 되는데, 설사 갑상선암이 있더라도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쓸데없이 문제를 일으켜 의료비를 낭비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갑상선저하증에는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는 치료법이 쓰인다. 반대로 너무 많은 호르몬을 생산하는 항진증에는 약물로 치료하거나, 수술로 갑상선 일부 또는 전부를 잘라내는 외과적 수술법, 그리고 방사능 약물을 이용해 갑상선 세포를 일부 죽이는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법 등이 사용된다. 한국·일본·유럽처럼 환자·의료진이 대체로 보수적인 나라에서는 ‘단칼에’ 문제를 없애는 수술 또는 방사성 치료법보다는 재발이 되더라도 보다 안전한 방법인 약물 치료법이 더 많이 쓰인다. 반면, 실용성을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재발률이 낮으며 치료 비용도 적게 드는 수술 또는 방사성 요법으로 한 번에 치료하는 방법이 더 선호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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